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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 번 가정해보자. 한화 마운드에 윤규진이 없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적어도 마운드 운용에 꽤 애를 먹을 것이다. 박정진과 권혁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고 있지만 장기레이스에서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투수 한 명의 가치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금 윤규진이 그렇다.
윤규진은 1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3이닝 동안 무려 66구를 던지며 2피안타 4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팀이 5-5 동점을 만든 7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3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매회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단 한 점도 주지 않았다. 권혁이 마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었지만 김성근 한화 감독은 끝까지 윤규진을 믿었다. 선발투수 송창식이 4⅔이닝을 소화하고 교체된 뒤 박정진-윤규진으로 5⅓이닝을 봉쇄했다. 한화의 8-5 승리로 윤규진은 시즌 2승째를 챙겼다.
윤규진의 올 시즌 성적은 30경기 2승 1패 9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29. 그런데 총 39⅓이닝을 소화했다. 올해 30경기 중 절반에 해당하는 15경기에서 1⅓이닝 이상 던졌다. 단순히 1이닝만 막고 내려오는 게 아니라 필요하면 8회는 물론 7회부터 등판해 경기를 책임진다. 4월 10일부터 5월 22일까지 40일 이상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었지만 등판 경기는 팀 내 투수 중 6위다. 그만큼 한화 마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한화 필승조는 박정진과 권혁, 그리고 윤규진이다. 박정진이 가장 먼저 나서고, 이후 상황에 따라 권혁과 윤규진이 순서를 바꿔 등판하기도 한다. 윤규진은 지난 8일 대전 두산전부터 전날까지 3연투에 나섰는데, 그럼에도 전혀 떨어지지 않은 구위를 자랑했다. 지난해 '안정진 트리오(안영명-박정진-윤규진)'의 일원으로 활약할 때보다도 오히려 더 좋아졌다. 지난해 전반기 총 28경기에 나섰는데, 올해는 부상으로 40일을 쉬고도 벌써 30경기에 등판했다.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규진은 스프링캠프에서 투구폼을 교정했다. 오키나와 재활캠프에서 1차 캠프지인 고치에 막차 합류한 뒤 "폼을 바꿔보자"는 김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전에는 팔이 빨리 넘어오지 않았다. 릴리스포인트를 앞으로 더 끌고 나오기 위해 수정이 필요했다. 당시 윤규진은 "바꾼 폼은 무리가 안 간다. 이전에는 쉽게 지쳤는데 지금까진 좋다. 감독님께서 다소 큰 테이크백을 지적하셨는데 새로운 폼으로 던지니 아프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윤규진을 마무리로 낙점하고 시즌을 시작했다. 이만하면 대성공이다.
언제 마운드에 오를지 계산이 서니 윤규진 본인도 한결 편해졌다. 그는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 준비하는 과정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정진이 형과 (권)혁이 형이 많이 던졌다. 나는 덜 던졌다. 앞으로 더 던져야 한다"고 했다. 안정감은 물론 책임감도 더 커졌다. 전날 66구 혼신투도 책임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한화 마운드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막아줄 거란 믿음이 없는데 접전 상황에서 3이닝을 맡기는 감독은 없다. 윤규진의 혼신투가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
김 감독은 전날 경기 후 "마무리 윤규진이 잘 버텨줬다"고 칭찬했다. 윤규진은 승리 시 수훈선수에게 주어지는 '유먼 메달'을 목에 걸고 싱글벙글 웃었다. 멋진 승리에 3이닝 투구의 피로는 다 잊은 듯했다. 지금 윤규진은 부정할 수 없는 한화의 필승 공식이다. 그의 3이닝 투구는 김 감독의 믿음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대목이다.
[한화 이글스 윤규진(왼쪽)과 김성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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