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청주 강진웅 기자]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붙어다닌 사이다.”
서울 우리카드 한새 김상우 감독과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를 이끌고 있는 김세진 감독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30년 동안 절친한 관계다. 유소년 국가대표를 시작으로 각급 대표팀에서 계속 한솥밥을 먹었고, 성인 무대에서도 삼성화재에서 함께 활약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다.
때문에 감독으로서 첫 맞대결이 공교롭게도 타이틀이 걸린 컵대회 결승전이었기에 이날 경기를 앞두고 두 감독에게 쏠린 높은 관심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카드는 19일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 21-25, 25-17, 25-14)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김상우 감독은 우리카드 감독 부임 후 출전한 첫 번째 대회서 우승을 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세진 감독은 김상우 감독과 절친한 관계라는 점을 설명하면서도 감독들에게 너무 높은 관심이 생겼다며 다소 부담스러워했다.
김세진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스토리가 감독들하고 연결되고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팀하고 연결되면 좋을 텐데”라며 말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김상우 감독과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다. 서로 코드가 비슷해 대화가 잘 통한다. 김상우 감독은 형 같은 느낌이 드는 존경하는 친구다. 배울점이 많다. 감독도 나보다 먼저 시작했고 공격적 성향이 있으면서도 포용력이 있다”며 김상우 감독에 대해 말했다.
김상우 감독은 김세진 감독과 라이벌로 설정된 것에 대해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김상우 감독은 “제가 감히 OK저축은행을 의식하거나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라이벌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결승까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난 시즌 창단 2년 만에 V-리그 챔피언이 된 OK저축은행에 대해 부담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는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양 팀 감독이 라이벌이라는 점 외에도 두 팀 모두 준결승에서 깔끔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전력 자체가 점차 올라오는 양상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두 팀의 체력적인 면이 문제가 될 수는 있었으나 양 팀의 기세는 체력적인 문제를 능히 극복할 것으로 보였다.
뚜껑을 열자 1세트부터 한 팀의 우위라고 말할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전개됐다. 결국 승부는 20점대에서 범실로 갈렸다. 우리카드가 22-20으로 앞선 상황서 최홍석의 후위 공격으로 달아난 뒤 OK저축은행 송명근의 공격 범실이 나왔다. 세트포인트를 가져간 우리카드는 송명근에게 득점을 허용했으나 박진우가 블로킹을 맞고 튄 공을 가볍게 OK저축은행 코트로 집어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도 쉽지 않은 승부였다. 경기 전 김세진 감독이 “오늘 경기는 서브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한 대로 2세트는 서브에서 승부가 갈렸다. 2세트에서 OK저축은행은 한상길이 2개, 송희채가 1개의 서브 득점을 기록하며 우리카드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 놨다. 게다가 OK저축은행은 원 포인트 서버 김천재까지 간간히 투입하며 강력한 서브를 우리카드 코트에 내리꽂았다. 결국 2세트는 OK저축은행의 차지였다.
3세트는 다시 우리카드가 가져갔다. 주인공은 이동석이었다. 이동석은 3세트에만 결정적인 공격 득점과 함께 블로킹 2개까지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최홍석의 꾸준한 공수에서의 활약은 우리카드가 승부처였던 3세트를 가져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세트마저 따낸 우리카드는 4세트에도 기세를 이어갔다. 결정적인 순간 우리카드는 이동석의 블로킹 등 수비가 성공했고, 반면 OK저축은행은 공격이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세트 초반부터 벌어진 격차는 이후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우리카드의 창단 첫 KOVO컵 우승이라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이날 두 감독은 팀 분위기가 처지거나 상대 팀 경기력이 오름세에 있으면 곧바로 작전타임과 비디오 판독을 신청해 적극적으로 흐름을 끊으려 했다. 30년이 된 절친 사이였지만 프로 감독으로서 승부는 냉정했다. 그리고 감독 첫 맞대결에서 김상우 감독은 웃음을, 김세진 감독은 아쉬움을 안고 갔다.
[사진 = 청주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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