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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많은 이들이 빅스 켄의 가창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테지만, 뮤지컬 ‘체스’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최근까지 켄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체스’ 무대에 올랐다. 냉전 속에서 적대국인 미국의 여인 플로렌스와 사랑에 빠져 가혹한 운명에 발버둥치는 러시아 챔피언 아나톨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첫 데뷔 신고식을 치르게 된 켄은 행운아다. 처음부터 주인공 자리를 꿰찼을 뿐만 아니라 첫 무대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르는 영광을 얻었다. 게다가 이 같은 부담감이 컸을 법도 한데 관객들의 극찬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마지막 공연까지 마칠 수 있었다.
빅스의 팬이라면 켄이 얼마나 애교 많고 귀여운 청년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소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에 켄이 합류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 ‘체스’는 세계 체스 챔피언십에서 경쟁자로 만난 미국의 챔피언 프레디와 러시아 챔피언 아나톨리 간의 긴장감 넘치는 정치적, 개인적 대립을 담았다. 국가간 이념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이해가 필요한 작품이다. 그만큼 주인공의 무게감있는 연기가 필요하다.
놀랍게도 켄은 주변의 걱정을 씻어내고 진중하고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다. 흔들림없는 가창력은 물론이고, 연기에 있어서도 경력있는 다른 뮤지컬 배우와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았다. 프레디의 조수 플로렌스와 사랑에 빠진 후 비극적 운명에 놓였을 땐 그 괴로움을 차분하지만 극적으로 표현했고, 냉전 시대에서 억압 받는 한 남자의 고뇌의 감정까지 절절하게 나타내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켄이 그동안 빅스 활동은 물론이고 JTBC ‘백인백곡 끝까지 간다’, MBC ‘복면가왕’을 통해 가창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았지만, ‘체스’ 무대 위 켄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신선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으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오히려 작품 자체의 미흡함이 켄의 연기와 노래를 뒷받침 해주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앙상블의 군무는 호흡이 맞지 않는 듯하고, 내용에는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부족하다. 극이 전개되는 내내 유머 코드가 전혀 없어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같은 안타까움은 켄의 다음 뮤지컬 행보를 기대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켄의 나이대에 맞는 밝고 유쾌한 작품을 다시 한번 시도한다면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다.
[빅스 켄. 사진 = 쇼홀릭 제공]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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