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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시나리오를 쓰는 게 너무 어려워 암살’을 접으려고도 했어요. 하지만 옛날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죠. ‘타짜’ 때 500만 파티라는 걸 했어요. 그 때 500만명이 지금의 천만 같은 느낌었거든요. 그 자리에서 앞으로 뭘 할 거냐고 물어봐서 ‘암살’을 할 거라고 했어요. 최근에 만난 분이 ‘이 인간이 결국 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최동훈 감독이 드디어 ‘암살’을 내놨다. 구상을 해놓고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9년. ‘타짜’ 때 의열단 이야기를 영화화 하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수월치 않았다. ‘전우치’로 선회, 이 작품을 먼저 내놨다. 그 다음이 ‘도둑들’. 그 이후에야 탄생시킬 수 있었던 작품이 바로 ‘암살’이다. 1년여간 공들였던 시나리오를 폐기처분했고, 그 이후에도 시나리오 쓰고 고치는 작업을 계속했다. 하정우를 캐스팅 할 때 “목숨 걸고 쓰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시나리오 작업에 목숨을 걸다시피 했다.
“당시는 공부도 부족했고, 어떤 스토리로 써야 할지 감이 안 잡혔어요. 그 때도 암살자들이 상해에서 경성으로 오고, 잡는 이야기를 구상했어요. 그런데 못 썼죠. ‘전우치’에 영화를 찍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암살’이에요. 이런 영화를 찍어야지라고 생각한 일종의 암시죠. ‘도둑들’이 끝난 다음에는 범죄 영화 말고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이제 ‘암살’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떠한 시각으로 ‘암살’을 만들어 내느냐였다. 어떠한 톤 앤 매너로 ‘암살’을 완성시킬지 고심했다. 이에 최동훈 감독은 머리보다는 가슴을 썼다. 그리고 ‘암살’ 속 인물들에게 귀 기울였다.
“이야기를 짜다 보니 이들은 별 말이 없더군요. 제가 대사를 많이 써서 전광석화처럼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걸 못하겠구나 싶었죠. 큰일 났다 싶더라고요. 하지만 ‘암살’은 그런 재미가 아니라 다른 영화적 재미로 극적 긴장감을 늘어뜨리고 싶었어요.”
액션신도 극대화된 화려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진심을 녹여냈다.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절실함이 더 중요한 덕목이었기 때문이다. ‘액션=연기’라는 최동훈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 30년대의 경성 거리를 충분히 재현해 보여주는 것 자체가 스펙터클함을 안겨줄 것이라 내다봤다.
“물론 ‘도둑들’ 처럼 찍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것보다 더 재밌어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러닝타임을 7분 정도 줄여도 봤죠 그런데 더 재밌지 않더라고요. 백번을 봤어요. 아직도 처음부터 끝까지 봐요. 전 재미있더라고요. ‘도둑들’을 찍을 때는 가지지 않았던 느낌이죠. 총격신이 마치 오페라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최동훈 감독은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잘 아는 인물을 택해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도 있고, 관객들의 감성 포인트를 자극할 뻔한 장면과 스토리들을 녹여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기다려왔고 공들였으며 꼭 해내고 싶었던 영화인만큼 정공법을 택했다.
“노골적으로 만들기는 굉장히 쉬워요. 전 관객에게 강요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캐릭터가 그렇게 믿고 움직이는 걸 우리가 보는 거잖아요. 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우리가 추측하거나 운이 좋다면 같이 느끼거나 그런 문제인 거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펑펑 울지 않았으면 했어요. 조금 서글프고 ‘울 뻔 했네’라고 생각하는, 그 정도가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집에 가서 이 사람들이 생각나면 영화가 완성된 거라고 봐요.”
여주인공을 내세운 것도 노골적이지 않은 최동훈 감독만의 방법이다. 최동훈 감독은 전작 ‘도둑들’에 이어 전지현과 다시 호흡했다.
“독립운동은 흔히 거칠고 남성의 세계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세계에 한 여성이 들어오죠. 이 여성은 별로 말도 없고, 예쁘게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도 아니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에요. 그녀 앞에 있는 상황이 뒤바뀌고 운명 같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어도 묵묵히 뚫고 가죠.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엔딩을 생각해뒀어요. 촬영을 하며 이 장면을 엔딩으로 써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 얼굴이어야만 했죠. 아련하게 끝나는 그 모습이 좋았어요.”
최동훈 감독이 두 작품을 함께 한 여배우는 전지현과 김혜수가 유일하다. “최동훈 감독의 뮤즈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힌 전지현과 그의 뮤즈로 불리던 김혜수. 그가 꼽는 뮤즈는 누구일까?
“제 영원한 뮤즈는 (아내이자 '도둑들'·'암살' 제작사 케이퍼필름 대표) 안수현이에요. 물론 전지현 씨 김혜수 씨 두 분 다 좋죠. 둘은 온도가 다른 사람들이에요. 혜수 씨의 존재감과 지현 씨의 존재감은 다르죠. 다른 작품에 캐스팅이요? 어떤 영화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최동훈 감독.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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