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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류승완 감독은 데뷔 무렵부터 ‘충무로 액션키드’로 불렸다. 이제는 ‘충무로 액션장인’으로 불려야한다.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거친 몸짓부터 전작 ‘베를린’의 둔탁한 타격감에 이르기까지 그는 다양한 스타일로 충무로 액션영화의 획을 그었다. ‘베테랑’은 이제는 노련한 액션장인이 된 그가 자신이 존경했던 영화인들에게 액션의 오마주를 바치는 작품이다.
“처음에 서도철(황정민)이 창고에서 싸우잖아요. 보시면 알겠지만, 성룡영화에 대한 오마주예요. 관객에게 ‘경쾌한 리듬’을 주고 싶었어요. 바닥에 널려 있는 물건을 이용하거나 차 문을 활용한 액션 등이 모두 성룡 스타일이죠.”
그는 어린 시절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에 열광했다. 멜 깁슨 주연의 ‘리썰 웨폰’ 시리즈와 에디 머피 주연의 ‘비버리힐스 캅’을 보며 액션영화를 동경했다. 형사가 불의를 참지 못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스토리를 통해 막연하게 용기, 희생, 정의의 가치를 배웠다.
“부산항 컨테이너 액션신은 버스터 키튼에 대한 오마주죠. 1920년대 무성영화에서 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미스봉(장윤정)이 막 달려나가다가 부딪힌다든지, 서도철이 좁은 콘테이너 사이를 힘겹게 빠져나간다든지 하는 액션은 모두 무성영화의 영향을 받은 거예요. 오 팀장(오달수)이 뛰어가는 범인(배성우)을 차로 따라붙는 장면은 이명세 감독님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변주한거죠. 제가 톰과 제리를 무척 좋아하거든요(웃음). 전반적인 콘셉트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부산항 액션신에 흐르는 노래는 새로운 편곡을 거친 ‘나 어떡해’이다. 원래는 제임스 브라운의 ‘섹스 머신’이었다. 그러나 15세 관람가를 받아야하는 영화에서 야한 제목의 노래를 쓸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보다 곡 사용료가 너무 비쌌다.
“최소 1억원부터 시작하더라고요. ‘베테랑’이 잘 될지 못 될지도 모르는데 노래 한 곡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쓰면 안되겠다 싶었죠(웃음).”
아지트 액션신부터 격렬해진다. 좁은 공간에서 칼이 난무하는 살벌한 액션이 펼쳐진다. 류승완 감독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유머 본능을 발휘한다. 오 팀장은 칼을 휘두르는 적에 맞서 양 손에 신발을 들고 막는다. 칼에 베여 신발이 반으로 꺾여 떨어지는 장면도 찍었지만, 너무 웃겨서 편집에서 삭제했다.
“마지막에 조태오와 서도철이 명동 한 복판에서 펼치는 대결신은 제가 진심으로 보여주고 싶은 액션영화의 쾌감을 담아냈어요. 처절하죠. 배우들의 도움이 컸죠. 황정민은 허벅지에 시커멓게 멍이 들었는데도, 끝까지 액션을 소화해냈어요. 배우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액션을 더욱 멋지게 만들었죠.”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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