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강산 기자] "금테 안경? 야구 더 잘하면 생각해보겠다."
롯데 자이언츠 '루키' 박세웅이 감격의 1군 데뷔 첫 승을 따냈다. 2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6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 2번째 퀄리티스타트. 팀의 7-1 완승으로 감격의 데뷔승에 입을 맞춘 것. 단 한 번 만나 ⅔이닝 3실점으로 자신을 무너트린 KIA를 상대로 거둔 승리였고, 7연패 끝에 따낸 1승이라 의미가 컸다. 106구를 던지며 선발투수로서 롱런 가능성도 제대로 보여줬다.
박세웅은 지난 2014년 kt wiz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입단 첫해 퓨처스리그 21경기에서 9승 3패 평균자책점 4.12의 성적을 남겼다. 북부리그 다승과 이닝(118이닝), 탈삼진(123개) 타이틀은 박세웅의 몫이었다. 140km대 중반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눈도장을 받았다. 올해 시범경기 2경기에서도 11이닝 무실점 쾌투로 2승을 따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1군 무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4월 5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6.86으로 호되게 당했다. 1군 타자들의 스윙은 퓨처스리그와 차원이 달랐다. 5월 1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7이닝 5피안타(1홈런) 4탈삼진 무사사구 2실점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으나 승패 없이 물러났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고, 타자들은 침묵했다. 바로 다음 날(2일) 밤, 믿기지 않는 소식이 들려왔다. 포수 장성우가 포함된 트레이드를 통해 kt에서 롯데로 둥지를 옮기게 된 것.
박세웅은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롯데 선수단에 합류했다. 생전 처음으로 롯데 구단 점퍼와 모자를 착용했다. 잘 어울렸다. 그는 "좋은 팀에 왔다.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는 게 중요하다. 살면서 지금까지 받은 전화를 어제(트레이드 후) 한 번에 다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직은 감독님 결정사항이니 어디서든 상황에 맞게 잘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롯데에서도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선발과 구원을 오갔다. 구원 등판하는 일이 더 많았다. 지난 5일 인천 SK전에서 5⅓이닝 3피안타(1홈런) 3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결과는 패전이었다. 지난 15일 청주 한화전에서는 타구에 맞아 부상한 조쉬 린드블럼에 이어 등판, 4⅓이닝 3실점으로 잘 막았으나 필승조의 방화로 승리가 날아갔다. 1승이 이렇게 힘든가 싶었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마음 같아서는 (박)세웅이 기도 살려주게 올스타전에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또 한 번 찾아온 선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투구 내용도 좋았다. 최고 구속 146km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섞어 총 106구를 던졌다. 3회말 무사 2, 3루, 4회말 2사 만루, 5회말 무사 1, 3루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실점은 단 한 점. 타선이 6회초 3득점, 5-1로 격차를 벌리자 6회말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공격적인 몸쪽 승부가 돋보였고, 커브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박세웅의 데뷔 첫 승이 만들어졌다. 당당한 1군 선발투수로 존재감을 알린 것. 이 감독도 "세웅이가 잘 던져 기쁘다"고 했다.
승리 기념구를 손에 쥔 박세웅은 "기분 좋다"고 말하면서도 "오히려 첫 승 하고 나니 덤덤하다. 처음에는 굉장히 기쁠 줄 알았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그런가"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적 후에도 첫 승이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 하지만 그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이제 시작이니 더 좋은 모습,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세웅이 처음 롯데 유니폼을 입었을 때, 팬들은 '안경 쓴 에이스'를 상상했다. 1984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고 최동원을 떠올린 것. 최동원은 항상 금테 안경을 쓰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래서 기대가 더 컸던 게 사실이다. 박세웅은 요즘 고글을 착용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금테 안경으로 바꿔 쓸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야구 더 잘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좋아지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다짐 속에 결연함이 묻어났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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