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잘해주고 있다."
삼성 구자욱은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2012년 입단했으나 지난해까지 1군에서 단 1경기도 뛰지 않았다. 그 사이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 올 시즌 맹활약 중이다. 84경기서 타율 0.345 9홈런 44타점 62득점 12도루.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없는 백업이지만, 주전들의 부상 공백을 절묘하게 메우면서 거의 매 경기 팀에 기여했다. 중고신인으로서 자신만의 가치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타격 4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구자욱의 신인왕 레이스를 안심할 수는 없다. 넥센 주전 유격수 김하성이 있기 때문. 김하성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피츠버그)로 떠난 강정호의 공백을 거의 완벽하게 메워내고 있다. 86경기서 타율 0.281, 13홈런 52타점 59득점 11도루로 맹활약 중이다. 신인왕 경쟁은 시즌 초반 김하성이 약간 우세하다는 평가였지만, 지금은 팽팽한 접전 모드가 됐다는 평가.
▲구자욱의 경쟁력
류중일 감독에게 구자욱의 신인왕 가능성을 물어봤다. 류 감독은 25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자욱이가 1번타자로서 잘해주고 있다. 3개 포지션(1루수, 중견수, 우익수)서 잘해주고 있다(실제 3루수까지 4개 포지션 소화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열심히 하고 있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1루와 외야 모두 합격"이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타격재능이 확실하다. 몸매는 호리호리하지만, 장타율 0.550으로 리그 9위를 달린다. 홈런 9개에 2루타를 26개 때렸다. 몸쪽 코스 대처가 좋고, 스윙 궤적도 이상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 무엇보다도 시즌 초반 채태인의 부상을 시작으로 박한이, 박석민의 부상 공백 때 포지션을 옮기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타격감을 과시 중이다. 최근에는 톱타자로서 맹활약 중이다. 수 차례 타순, 포지션을 옮겼지만, 타격 페이스에 흔들림이 없다. 팀 공헌도가 매우 높다. 물론 수비력은 좀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평가. 류 감독은 지금은 자신의 포지션이 확실치 않은 구자욱에게 "장기적인 관점에선 외야수"라고 못 박은 상태다.
류 감독은 "3분의 1정도 남았다. 신인왕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 무지하게 힘들 것이다. 체력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구자욱과 김하성 모두 신인왕 경쟁서 승리하기 위해선 체력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풀타임 경험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한 부분.
▲좌절금지
류 감독은 중요한 얘기 하나를 꺼냈다. "신인왕은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이라며 가치를 부여하면서도 "신인왕이 되든, 되지 않든 야구를 계속하면 된다"라고 했다. 구자욱이 신인왕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설령 신인왕을 김하성에게 내주더라도 개의치 않고 야구를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 지금 1년보다 앞으로의 5년, 10년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의미.
류 감독은 "나도 신인왕 경쟁했다"라고 털어놨다. 실제 류 감독은 입단 첫 시즌이었던 1987년 104경기서 타율 0.287 2홈런 28타점 57득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물론 공격보다는 명품 유격수 수비로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신인왕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다. 당시 신인왕은 현 한화 퓨처스 감독인 이정훈. 이 감독은 데뷔 첫 시즌이었던 1987년 100경기서 타율 0.335 4홈런 34타점 56득점 20도루로 맹활약, 류 감독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 감독은 당시 22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야구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류 감독은 당시 신인왕서 이 감독에게 밀렸지만, 개의치 않고 야구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래도 나는 신인 때 골든글러브를 받았다"라고 웃었다. 이어 "신인왕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10년, 20년 야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구자욱이 언제나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 야구하고, 매 시즌 팀에 기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신인왕보다 더 중요한, 핵심적인 부분이다.
[구자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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