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종현은 포함됐고, 강상재는 탈락했다.
대한농구협회가 22일 남자농구대표팀 최종엔트리 12인을 발표했다. 들어가야 할 선수는 대체로 다 들어갔다. 가드 양동근(모비스) 김선형(SK) 김태술(KCC) 박찬희(KGC), 포워드 조성민(KT) 문태영(삼성) 윤호영(동부) 이승현(오리온스) 이정현(KGC), 센터 하승진(KCC) 김종규(LG) 이종현(고려대).
대학생은 이종현만 살아남았다. 문성곤, 강상재(고려대) 최준용(연세대) 한희원(경희대)은 최종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프로아마최강전서 무릎을 다친 윤호영의 경우 2주 진단을 받았지만, 1개월 남은 아시아선수권대회에는 참가할 수 있다고 결론이 내려진 상태. 다만, 29일 개막하는 윌리엄존스컵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종현의 발탁과 강상재의 탈락이다.
▲이종현 향한 쓴소리
이종현과 강상재는 프로아마최강전서 극과 극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종현은 사실상 보여준 게 없었다. 상무전서 20점 9리바운드로 분전했고, 모비스전서도 15점 8리바운드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동부전과 오리온스와의 결승전서는 부진했다.
현재 이종현에게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약한 파워다. 미국에 다녀온 뒤 살이 빠지면서 파워도 함께 떨어졌다.(미국에 가기 전에도 파워는 약점이었다) 상대 빅맨과 제대로 된 몸싸움이 되지 않는다. 골밑으로 파고드는 적극성이 부족하다. 힘이 떨어지니 바깥으로 밀려난다. 최강전서도 그랬고, 대만과의 대표팀 연습경기서도 그랬다. 현대농구는 육탄전이다. 추세 자체가 손을 쓰지 않는 상황이라면 어지간한 상체의 부딪힘은 용인되는 흐름. 전 포지션에서 몸과 몸이 부딪히고, 공격자는 순간적으로 패스, 슛, 드리블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획득한다. 특히 한국농구가 취약한 부분인데, 가장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골밑을 맡는 이종현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김동광 감독도 22일 전화통화서 "종현이가 골밑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를 않는다. 중거리슛 연마도 중요하지만, 일단 안에서 플레이를 잘 해야 한다"라고 했다. 물론 이종현은 최강전 기간 대표팀을 오가느라 피곤하긴 했다. 하지만, 똑같이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느라 피로를 호소한 이승현(오리온스)이 결승전서 맹활약한 건 이종현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종현은 자신보다 약 10cm가 작은 이승현의 파워에 밀려 골밑에 들어가는 게 힘겨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현은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포함됐다. 역시 205cm라는 신장을 무시할 수 없었다. 현재 대표팀 빅맨진은 썩 좋지 않다. 하승진이 오랜만에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신체특성상 40분을 풀로 뛸 수 없다. 김주성은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오세근은 부상으로 빠졌다. 결국 제대로 뛸 수 있는 빅맨은 김종규(LG)뿐이다. 이런 상황서 이종현을 제외하는 건 부담스러웠다. 김 감독은 "종현이의 장래성을 생각한 것도 있다. 어쨌든 한국농구를 이끌어가야 하는 재목이다. 남은 기간 최대한 잘 만들어서 골밑에 들어가도록 연습시키겠다"라고 했다.
▲강상재, 다음기회가 있다
이종현과 마찬가지로 최준용, 한희원도 탈락했다. 경복고 시절 이종현과 트윈타워를 이뤘던 최준용도 최강전서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김 감독은 이들을 두고 "종현이도 그렇고, 상재, 준용이, 희원이 모두 좋은 재목들이다. 다만 경험이 조금 부족하고 경기 흐름을 읽는 노하우가 형들보다 밀려 떨어진 것일 뿐"이라고 감싸 안았다.
강상재는 최강전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경기력을 뽐냈다. 이승현이 대회 MVP였다면, 강상재는 MIP급 맹활약을 펼쳤다. 대학 1~2학년 시절부터 꾸준히 파워를 보강한 강상재는 올 시즌 대학 무대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파워를 바탕으로 한 포스트 장악능력과 정확한 중, 장거리슛이 단연 돋보였다. 골밑에서 버텨내는 수비도 수준급이었다. 홍대부고 시절까지만 해도 마른 체격에 외곽 공격 빈도가 높았다. 그때도 슛은 끝내줬다. 여기에 대학에 들어오면서 파워를 장착, 내, 외곽 공격을 장착한 무서운 포워드로 거듭났다. 지금도 강상재는 살을 조금 빼고 근력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더 발전하겠다는 의지. 스피드가 약간 느린 약점은 있지만, 장점이 훨씬 더 많다. 한 농구관계자는 "이대로라면 내년에 종현이가 신인드래프트 1순위라는 보장이 없다. 상재가 종현이, 준용이보다 먼저 뽑힐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그럼에도 강상재는 대표팀에서 떨어졌다. 김 감독은 "최강전에선 정말 잘했다. 그러나 대표팀 훈련에선 형들에게 약간 위축되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했다. 환경의 차이가 있다. 현재 고려대는 이종현과 강상재 위주로 돌아간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강상재가 주축이 아니다. 세부적인 역할이 다르다. 이 부분에서 강상재의 적응력이 약간 떨어졌다. 김 감독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결정적으로 강상재의 4번 포지션에 이승현과 윤호영이 버티고 있다. 특히 최강전서 확인된 이승현의 기량은 물이 올랐다. 오리온스 입단 1년만에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득점도 득점이지만, 리바운드, 어시스트, 수비 공헌이 상당히 높다. 대만과의 연습경기 당시에도 이승현은 대표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김종규와 이종현이 자신의 몫을 하기 바쁠 때 이승현은 선배들 속에 완벽히 녹았다. 그리고 대표팀에서 잔뼈가 굵은 윤호영의 노련미를 포기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호영이는 존스컵에서 빼주면 몸 상태를 회복할 것 같다"라고 했다. 결국 현재 대표팀 시스템에선 강상재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상재는 또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정말 좋은 선수"라고 다시 한번 칭찬했다.
그렇게 이종현과 강상재의 희비가 엇갈렸다. 대표팀에 발탁된 이종현은 좀 더 분발해야 한다. 반대로 대표팀에서 떨어진 강상재는 전혀 좌절할 필요가 없다.
[이종현(위), 강상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