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승후보요? 거품입니다."
22일 막을 내린 제3회 프로아마최강전서 우승한 오리온스. 3주 앞으로 다가온 2015-2016시즌 오리온스의 전력이 막강하다는 걸 예고한 무대였다. 챔피언결정전 3연패에 빛나는 모비스를 준결승전서 누른 대학 최강 고려대를 결승전서 25점 차로 압살했다. 오리온스가 고려대에 보여준 농구는 수준과 차원이 달랐다.
오리온스의 올 시즌 스쿼드는 막강하다. 이승현 허일영 김동욱 김도수 김민섭에 문태종과 애런 헤인즈를 영입, 리그 최강의 포워드 라인을 더욱 강화했다. 시즌 막판에는 최진수도 제대한다. 가드진에는 기존 이현민 한호빈 김강선 임재현 전정규 박석환에 미국에서 스킬 트레이닝을 받은 정재홍과 테크니션 조 잭슨이 가세, 한층 강해졌다. 장재석과 김만종으로 이어지는 빅맨이 조금 허약하지만, 전체적으로는 10개구단 최강의 멤버.
▲업그레이드
오리온스는 이번 대회에 최상의 전력으로 참가했다. 이현민이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중인 걸 제외하곤 아픈 선수가 거의 없었다. 그만큼 비 시즌 몸 관리가 잘 됐다는 뜻. 모비스와 함께 이번 대회서 사실상 전력 누수 없이 나선 팀이 오리온스였다. 자연스럽게 최강전서 갖고 있는 전력을 모조리 쏟아 부었다.
삼성, 중앙대, KCC, 고려대를 차례로 꺾었다. 삼성과 KCC전서는 상대 외국인선수가 1명씩 빠졌다. 조직적 완성도가 프로보다 떨어지는 중앙대, 고려대에는 압승을 거뒀다. 상대적인 측면을 배제하더라도, 오리온스 자체적인 전력은 분명 지난 시즌보다 업그레이드 됐다. 특유의 1가드 4포워드, 즉 빅 라인업 위력은 더욱 좋아졌다. 기존에는 2~3번 포지션의 매치업 우위를 잘 살렸다면, 올 시즌에는 정재홍의 성장이 눈에 띈다. 자비로 미국에서 스킬 트레이닝을 받고 돌아온 정재홍은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제치는 스텝과 페이크 기술이 좋아졌다. 외곽슛과 돌파 모두 업그레이드 됐다. 추일승 감독도 "완전히 자신감이 붙었다"라고 극찬했다. 고려대전만 보더라도 정재홍이 가볍게 수비수를 요리하면서 포워드에게 볼이 넘어가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자연스러운 연계플레이가 나왔다. 공격시간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면서 다양한 루트의 공격을 펼칠 수 있다. 내, 외곽을 겸하는 장신포워드들의 화력은 여전했다. 여기에 승부처에서 효율성 높은 공격을 하는 헤인즈와 문태종의 영입은 자연스럽게 승부처에서의 경기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강전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거품론
이런 상황서 추 감독은 '거품론'을 거론했다. 최강전 우승 직후 기자회견서 오리온스가 2015-2016시즌 우승 후보라는 지적에 "거품"이라고 일축한 것. 추 감독은 그 이유로 "상대가 외국인선수가 1명씩 빠져서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고, 대학 팀들"이라며 수 차례 "우승을 축하해줘서 감사한데, 솔직히 쑥스럽다"라고 했다.
추 감독은 평소 기자회견이나 공식적인 장소에서 움츠러들지 않는 스타일이다. 심지어 우승 전력이 아니었던 시즌에도 "목표는 우승"이라고 당당히 밝혔고, 강팀들을 거론하며 제대로 싸워보자고 했다. 볼거리가 부족한 프로농구에 단비같은 코멘트들을 많이 쏟아냈고, 언론과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추 감독은 이번 최강전 우승 이후 오히려 몸을 낮췄다. 현 시점에서 추 감독의 거품론은 짚어볼 필요성이 있다. 알고 보면 추 감독이 정확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고, 그에 맞게 철저히 대처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추 감독은 "외국인선수들과 국내선수들의 조합을 제대로 평가 받은 적이 없다. 최상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조합을 만드는 게 숙제"라고 했다. 삼성전서는 김준일과 론 하워드가 빠졌다. KCC전서는 안드레 에미트가 빠졌다. 삼성과 KCC는 외국인선수 2명의 기량을 모두 활용하지 못해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대신 오리온스는 헤인즈와 잭슨을 모두 활용하면서 승리했다. 고려대의 경우 멤버는 화려했지만, 조직력에 허점이 있었다. 프로 팀과는 레벨 차이가 났다. 결국 추 감독은 우승을 했지만, 이런 요소들이 허수라는 것이다. 아직 헤인즈와 잭슨은 오리온스 특유의 포워드 농구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다. 물론 헤인즈는 SK에서 빅 라인업에 익숙했고 KBL 경험이 많다. 그러나 KBL 신입인 잭슨의 경우 익혀야 할 세부적인 부분들이 많다.
또 하나. 다른 팀들을 보면, 외국선수가 정상적으로 가세할 때 만만찮은 전력을 갖춘 팀이 많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하승진이 정상적으로 뛰면 KCC가 가장 좋은 전력"이라고 단언했다. 전태풍, 리카르도 포웰이 가세한 KCC는 화려한 스쿼드를 갖췄다. 물론 하승진이 빠질 때 골밑 수비가 관건이다. 그러나 유 감독은 "개개인의 기술로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로드 벤슨을 영입해 '원주산성'을 재구축한 동부, 이승준, 이동준, 오용준을 영입한 SK, 문태영과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영입한 삼성도 결코 만만찮은 상대가 아니다. 유 감독의 모비스 역시 최강전서 양동근과 함지훈을 중심으로 여전한 조직력을 과시했다. 물론 동부는 외곽 화력과 김주성-윤호영의 골밑 장악, SK는 전체적인 수비력, 삼성은 가드진, 모비스는 2번 포지션과 약화된 백업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러나 차근차근 조직력을 다지면 전력이 업그레이드 될 가능성이 큰 팀들이기도 하다. 추 감독도 이런 상황을 꿰뚫고 있다고 봐야 한다.
추 감독과 오리온스로선 현실적으로 걸리는 대목도 있다. 지난 시즌 오리온스는 개막 8연승 이후 3~4라운드까지 연패를 거듭하며 부진했다. 시즌 막판 리오 라이온스 영입 전후로 다시 상승세를 탔지만, 결국 6강 플레이오프서 LG에 패퇴했다. 그 사이 경기력 기복이 심했던 건 가드진의 부상과 부진, 트로이 길렌워터의 느린 공수전환으로 인한 맥 빠지는 실점과 골밑 수비의 적극성 결여, 제공권 약화에 숨어 있는 상대적으로 허약한 토종 빅맨진 등 세부적인 문제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약점들이 부각되면서 모비스, 동부, SK 등에 순위 추월을 허용했다. 올 시즌에도 이런 부분이 반복된다면 대권 도전은 불가능하다. 이밖에 시즌 초반 이승현 공백(대표팀 차출)도 대비해야 한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우승했지만, 들뜨지 않고 선수단을 정비하려는 의도"라고 추 감독의 거품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정규시즌 개막 3주를 앞두고 최강전 우승으로 자칫 심리적으로 느슨해지면, 오히려 정규시즌 준비에 손해를 볼 수 있다. 결국 추 감독도 현 시점에서의 오리온스 전력에 외국인선수들을 포함, 조직력을 업그레이드 해야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일종의 냉정한 현실 인식. 반대로 보면 추 감독의 거품 발언이 선수단에 적절한 긴장감을 조성, 정규시즌 준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새로운 도약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리온스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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