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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미례를 준비할 때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진짜 착하고 성실한데 일을 못 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그럼 차라리 못되기라도 하지 그런 생각도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니 제가 그렇더라고요. 성실함 말고는 내세울 게 없었어요. 저에게도 이런 면이 정말 많았구나 생각했죠.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라 그런지 몰라도 미례가 참 답답하지만 연민이 가요.”
배우 고아성이 비정규직 인턴 이미례가 돼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평범한 회사원이 다시 회사로 출근한 모습이 CCTV 화면에서 발견되고, 그 후 회사 동료들에게 의문의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스릴러 영화 ‘오피스’를 통해 첫 성인 연기를 선보이게 된 고아성은 인턴 직원이 돼 직장인의 고난, 비정규직의 비애 등 자신의 나이대가 겪을 만할 감정 변화들을 스크린에 풀어 놓는다.
“인턴이라는 배경이 좀 힘들었어요. 주변에 레퍼런스가 너무 많았거든요. 친구들, 친언니도 인턴 생활을 하고 있어요. 덕분에 실제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사람이 많아서 행복했죠. 촬영 전 회사에 가서 책상에도 앉아보고, 복사도 배우고, 커피도 타봤어요. 그런데 이미례를 연기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되더라고요. 자기만족을 위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 보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나 자격지심이나 자존감을 지켜내려는 노력들이 미례를 많이 구성해나갔다고 생각해요.”
배우와 회사원의 경계는 뚜렷했다. 하지만 그동안 괴물에 납치되는 소녀(‘괴물’),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인 열차 안에서 태어난 소녀(‘설국열차’), 동생을 잃은 언니(‘우아한 거짓말’), 상류사회 층의 속물의식을 꼬집는 갓 성인이 된 어린 어머니(‘풍문으로 들었소’) 등 현실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인물들을 연기해왔던 고아성이기에 유달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경험자들이 심사위원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회사원들이 얼마나 많겠어요”라는 그의 말처럼 평범한 많은 사람들의 직업군을 연기한 탓에 부담이 됐다. 여기에 이미례의 스토리가 순탄치 않은 만큼, 그 과정에서 배우 고아성이 아닌 인간 고아성에게까지 영향이 미칠까 우려됐다.
“굉장히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출연을 결정하는 순간 ‘오피스’를 하게 되면 심적으로 고생을 하고 몸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었죠. 특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장 멀쩡하게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우아한 거짓말’ 때는 정신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오피스’는 생각보다 평이하게 찍었어요. 배우들의 힘이었던 것 같아요. 같이하는 배우들과 협동심을 가지고 하다 보니 현실과 구분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배우로서 어린 나이임에도 내로라하는 작품에 출연하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도 발을 넓혔으며, 배우들의 꿈의 무대인 칸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의 레드카펫을 밟아온 고아성. 그는 자신의 위치가 인턴 단계라 밝혔다.
“배우로서의 직급이요? 전 인턴인 것 같아요. 얼마 전 (백상예술대상에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로) 신인상도 받았는걸요. (웃음)”
[배우 고아성.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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