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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국과의 준결승전 완패.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국내와 국제무대서 능력을 인정받은 위성우 감독도 한 순간에 중국과 일본을 극복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 여자농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냉엄한 현실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현 시점에선 좌절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게 맞다.
위성우호는 5일 오후 대만과 2015 FIBA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 3-4위전을 갖는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승부다. 이 경기서 반드시 이겨야 대회 3위를 차지, 내년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한국은 4일 중국에 패배하면서 리우행이 험난해졌다. 하지만, 올림픽 진출은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준결승전, 수비 아닌 공격이 아쉬웠다
중국과의 준결승전을 돌아보자. 예선 16점차 완패에 이어 또 다시 15점차 완패를 맛봤다. 중국을 60점으로 묶었지만, 정작 공격에서 45득점에 그쳤다. 경기 후 전화통화가 닿은 한 농구관계자는 "60점이면 수비는 제대로 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 대표팀은 2쿼터 초반부터 예선서 사용하지 않았던 트랩을 섞은 풀코트 프레스를 선보였다. 기습적인 지역방어도 시도했다. 이 부분들은 중국 공격을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수비가 아닌 공격이었다. 3쿼터까지 단 22점에 그쳤다. 4쿼터에 분전했지만, 중국과의 예선전(58득점)보다 더 낮은 45점에 그쳤다. 중국은 출전 선수 대부분 180cm가 넘었다. 한국으로선 모든 포지션에서 미스매치. 신장이 큰 중국은 초반부터 타이트한 스위치 맨투맨 디펜스를 시도했다. 매치업에서 밀리는 한국은 패스 루트가 번번이 차단, 손쉬운 득점 기회를 갖지 못했다. 수비를 성공해도 공격에서 만회하지 못하면서 흐름을 갖고 오지 못했다. 체력소모가 큰 풀코트 트랩디펜스 후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 잦은 선수교체를 실시했지만, 효율성 있는 공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경기를 중계한 SBS ESPN 박수교 해설위원도 "수비를 잘 하고도 공격할 때 코트를 넓게 쓰지 못한 게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리바운드도 33-51로 완벽하게 밀렸다. 그만큼 공격기회가 차단됐다. 공격리바운드만 7-14였다. 양지희와 곽주영이 석연찮은 판정 속 1쿼터부터 파울 2개를 범하며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세컨드 리바운드를 내준 뒤 허무하게 실점하면서 사기가 꺾였다. 경기 막판 중국 수비가 살짝 느슨해지자 스크린을 활용한 공격이 나오면서 맹추격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끝나지 않았다
아직 끝이 아니다. 일단 대만과의 3-4위전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대만은 최근 급성장했으나 아직은 개개인의 기량, 조직적인 완성도에서 한국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 예선서 대만을 76-58로 완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승부하면 대만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방심하지만 않으면 내년 최종예선 티켓은 무난히 따낼 전망.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번 대회서 우승, 내년 최종예선을 치르지 않고 리우올림픽 출전을 확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3위로 최종예선에 진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올림픽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각 대륙의 다크호스들이 총출동하는 무대다.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의 대표팀 은퇴 후 세대교체가 완벽히 단행된 대표팀으로선 국제무대에서 중국, 일본 그 이상의 높이와 테크닉을 갖춘 국가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설령 올림픽 출전권을 끝내 따내지 못한다고 해도 부딪히고 깨져봐야 한다.
한국은 2013년 방콕 대회 준우승으로 2014년 터키 세계선수권대회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스케줄이 겹친 인천 아시안게임에 1진을 내보냈고, 세계선수권대회에는 김영주 감독을 주축으로 2진급 선수들을 파견했다. 당시 김규희, 박지수 등이 대회에 참가,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세계무대를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던 것도 사실. 당시 김 감독은 "세계 여자농구도 점점 터프해지고 있다"라고 했다. 결국 이번 대표팀이 향후 근본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위성우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만전 승리로 내년 최종예선에 참가하는 것과 대만전 패배로 내년 최종예선에 참가하지도 못하고 주저앉는 건 천지 차이다.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를 떠나서,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위해 대만전 승리는 필수적이다. 아직 좌절할 때가 아니다.
[여자농구대표팀.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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