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벌칙으로 시작된 작은 특집이, 광복 후 70년을 살아온 우리의 이야기를 되짚은 대기획으로 거듭나고 있다. MBC '무한도전'의 '배달의 무도' 특집을 두고 하는 말이다.
5일 오후 방송된 '무한도전'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해외에 거주 중인 한국인들에게 따뜻한 고향의 밥상을 전달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은 '배달의 무도' 특집 세 번째 이야기로 그려졌다.
아시아를 담당하게 된 가수 하하가 개그맨 유재석과 함께 찾은 배달 지역은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51번지, 일본 우토로 마을이었다. 세계 2차대전 당시 일제에 강제 징용 당한 동포들이 지금까지 일본 정부로부터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곳이었다. 2년 후면 사라질 이 마을에는 유일한 1세대 주민 강경남 할머니를 비롯해 150여명의 동포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강경남 할머니를 만는 하하는 "왜 해방이 되고나서도 고향에 가지 않으셨냐?"고 물었고, 할머니는 "아무도 없으니까. 가족은 모두 징용돼 여기로 왔으니까"고 답했다. 이어 강 할머니는 "서울에 한 번 다녀왔다. 사람들이 고무신을 신고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아무도 그렇지 않더라. 고향에 가는 건…이제 됐다. 서울도 한국이니까…. 한 번 봤으면 됐다"며 애써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삭히는 모습을 보였다. 유재석과 하하는 할머니와 우토로마을에 살고 있는 2세대 주민들을 위해 고향의 음식이 가득한 잔치상을 선물했다.
다음날 하하와 유재석은 2년 뒤면 사라질 우토로마을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하는 강경남 할머니에게 또 하나의 깜짝 선물을 전했다. 직접 다녀온 할머니의 고향, 경남 사천시 용현면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전한 것이었다. 너무 변해버렸지만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고향의 모습에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할머니를 바라보며 하하와 유재석도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와 짧은 만남 후 이별하는 순간, 유재석과 하하는 참아온 눈물을 결국 터트리며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고 사과했다.
할머니와 이별한 뒤 마을 주민들이 건넨 도시락통을 연 유재석. 한 술 크게 뜬 그는 먹먹한 표정으로 밥을 먹었다. 소문난 수다쟁이 유재석도 이 순간에는 말을 잃었다. 백 마디의 말보다 더 진한 여운을 남긴 침묵, 배경음악으로는 '고향의 봄'이 흘러나왔다.
세계 각지의 한국인을 만나는 멤버들의 모습을 그려오고 있는 '배달의 무도'. 이번 특집이 담아내고 있는 세계 속 한국인의 모습은 광복 후 70년 간 한국이 걸어온 길과 고스란히 맞닿아있다. 개그맨 정준하와 박명수는 각각 가봉과 칠레로 떠나 이억만리 타지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가장들을 만났고, 유재석은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 출신의 입양가족과 소통했다. 그리고 하하는 잊고 있었던 우토로 마을을 재조명했으며, 공개된 예고를 통해 개그맨 정형돈과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 광희는 과거 유럽으로 떠난 광부와 간호사를 만난다는 사실이 소개됐다.
밥이라는 소재로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까, 예능프로그램이 이토록 깊은 울림을 전할 수 있을까. 지난 3주간 '배달의 무도' 특집은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과 웃음, 눈물을 선사했다.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