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허)웅이가 1~2번을 다 봐야 한다."
프로 2년차를 맞이한 동부 허웅. 연세대 3학년을 마치고 지난해 KBL 신인드래프트에 도전, 전체 5순위로 동부에 입단했다. 허웅은 빠르게 핵심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동부에서 통합 준우승을 경험, 한 단계 성장했다. 이제 허웅 없는 동부는 상상할 수 없다.
그는 연세대 시절 대학 최고의 슈팅가드였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속공전개와 마무리 능력, 날카로운 돌파와 패스 센스를 고루 갖췄다. 결정적으로 농구대통령을 닮아 승부처에서 강심장으로 돌변했다. 프로 첫 시즌에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발휘했다. 정적이었던 동부 농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동부가 통합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허웅도 한 단계 성장했다.
▲1번을 소화해야 하는 이유
김영만 감독은 지난 시즌 허웅에게 동 포지션 경쟁자 두경민과 경쟁을 붙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을 동시에 기용하는 빈도를 높였다. 김 감독은 올 시즌에도 두 사람을 주전 백코트 듀오로 활용할 계획.
김 감독이 포지션(2번 슈팅가드)이 겹치는 두 사람을 동시에 기용하는 건 이유가 있다. 일단 포인트가드 박지현이 노쇠했다. 김 감독은 "지현이의 나이(36)가 적지 않다. 20분 이상은 무리"라고 했다. 동부는 박지현을 대체할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없다. 동부뿐 아니라 리그 전체를 봐도 전형적인 포인트가드 역할을 하는 선수가 많지 않다. 대부분 1.5번, 즉 공격형 포인트가드다.
어차피 허웅과 두경민이 정통 1번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건 무리다. 특히 허웅이 그 정도의 센스와 경기조율능력을 갖춘 건 아니다. 대신 김 감독은 허웅이 1.5번 정도의 공격형 포인트가드로는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번 슈팅가드 허웅이 1번 포인트가드 역할까지 장착하면 자연스럽게 농구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현역 시절 천재가드였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번을 볼 줄 알아야 좋은 가드다. 1번을 할 줄 알면 2번은 자동"이라고 한 적이 있다. 지금 김 감독은 허웅에게 2번도 소화하면서 1번 역할까지 덧씌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허웅과 두경민이 동시에 투입, 1번과 2번을 번갈아 소화하게 하는 것이다. 허웅의 성장은 골밑 위주의 팀 컬러인 동부 농구의 다양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허웅이 그저 장래성이 있는 가드로 남느냐, 특급가드로 진화할 수 있느냐가 달린 부분이기도 하다.
▲진화의 조건들
허웅은 2번 슈팅가드로선 정상급 기량과 잠재력을 갖췄지만, 1번 포인트가드로선 갈 길이 멀다. 플레이 스타일을 다변화해야 한다. 김 감독은 비 시즌에 그 작업을 시도했으나.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허웅은 패스센스가 좋은 편이지만, 1번으로서의 경기조율과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 경기장악능력은 부족하다. 이는 단순히 패스로만 해결되는 건 아니다. 동부는 5일 랴오닝(중국)과의 프로농구 아시아 챔피언십 예선서 전반전 내내 고전했다. 랴오닝의 지역방어에 동부가 전반 내내 고전했다. 이때 포인트가드가 동료의 동선을 재지정하고, 간결한 움직임을 통해 팀 전체를 통솔해야 한다. 그러나 허웅에게 아직 그런 능력을 기대할 순 없다.
그래도 랴오닝전은 1번으로의 진화를 추구하는 허웅의 가능성을 확인한 경기이기도 했다. 득점은 8점에 그쳤으나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후반 들어 팀 공헌이 높았다. 두경민과의 역할분담은 물론, 새 외국선수 랴사드 제임스, 골밑의 김주성, 로드 벤슨 등과의 호흡도 준수했다. 그는 "슛이 들어가지 않으면 형들의 기회를 살려주는 게 맞다. 공격력이 뛰어난 제임스와 함께 뛰면 상대 수비가 몰릴 때 내 공격찬스를 보면 된다"라고 했다. 베테랑 김주성, 박지현에게 도움도 받고 있다. 허웅은 "주성이 형과 지현이 형이 가드가 패스를 주기 쉬운 위치에 잘 들어간다. 보이는대로 찬스가 나면 공을 주기만 하면 된다. 형들에게 항상 배운다"라고 했다.
김 감독도 허웅의 변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그는 "리더다운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포인트가드는 코트에서 말도 많이 해야 한다. 많이 좋아졌다. 좀 더 적응하면 더 좋아질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1번 역할을 익혀야 한다"라고 했다.
벌크업도 필요하다. 김 감독은 "파워가 조금 약하다"라고 했다. 몸 자체는 균형이 잡혔지만, 아무래도 왜소한 느낌이 남아있다. 현대농구서 강한 몸싸움은 선택이 아닌 필수. 더구나 올 시즌 KBL에 젊고 힘 있는 외국인 가드들이 유입되면서 허웅의 파워 부족이 두드러질 가능성도 있다. 외곽슛 정확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
하루아침에 특급 포인트가드 혹은 천재 가드가 양산되는 건 아니다. 허웅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그래도 충분히 희망적이다. 허웅에겐 농구대통령의 DNA가 있다.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허웅.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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