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떻게'가 빠져있다.
여자농구대표팀이 뒤늦은 세대교체의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2015 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서 3위를 차지한 위성우호. 6일 귀국 후 곧바로 해산했다. 여자대표팀은 내년에 재소집,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른다. 세계 정상급 국가들이 참가하는 최종예선은 아시아선수권대회보다 훨씬 힘겨운 무대다. 한국의 리우행 전망은 불투명하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서 베테랑 3인방(이미선 변연하 신정자)을 제외했다. 이미선과 변연하의 경우 15년 정도 대표탐에 봉사했고,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이번 대표팀의 경우 베테랑 임영희가 뛰었다. 그러나 위성우 감독은 임영희를 주력멤버로 기용하지 않았다. 위 감독은 이경은 박혜진 김단비 김정은 양지희를 주축으로, 김규희 홍아란 강아정 곽주영 박지수를 백업으로 기용했다. 그는 대회를 마친 뒤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이 멤버로 가야 한다"라고 했다. 당연한 지적이다.
▲어떻게가 빠져있다
여자대표팀의 세대교체는 늦었다. 그 사이 적절히 리빌딩을 단행한 일본과 중국은 한국을 앞서가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미선과 변연하, 신정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한 상황서 새로운 멤버들이 유입, 과도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가드진의 경험 부족, 승부처에서의 해결능력 부족으로 인한 경기력 하락은 그 부작용의 단면들. 이 부분은 앞으로도 한국여자농구가 안고 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베테랑들을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세대교체를 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대교체를 한 다음에 국제대회서 기회를 계속 주기만 한다고 해서 세대교체가 완성되는 게 아니다. 어떻게 세대교체를 완성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대회서 한국 여자농구의 불편한 민낯이 여지 없이 드러났다. 선수들 개개인의 테크닉과 파워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 가드들의 유려한 테크닉에 속수 무책으로 당했다. 중국의 파워 넘치는 수비에 급격한 체력저하로 3~4쿼터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무너졌다. 2대2 공격을 원활하게 하는 가드들도, 빅맨들도 없었다. 가드들과 슈터들은 스크린을 옳게 활용하지 못했고, 상대의 스위치 디펜스에 공간을 만들며 효율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했다. 빅맨들은 양지희를 제외하면 제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하지도 못했다. 세대교체를 하기만 했을 뿐, 그 이후 상황에 대한 준비가 미리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건 단순히 대표팀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의 문제가 아닌, 한국농구의 구조적인 문제다.
이경은은 대표팀에 오랜만에 복귀했다. 그러나 대표팀 경력이 없는 게 아니다. 김단비와 김정은은 대표팀에 꽤 오래 몸을 담았다. 하지만, 그동안 국제무대서 드러난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장점을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결국 세대교체를 하기는 했지만, '어떻게'하느냐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과 중국의 준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여자농구는 수년 전부터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준으로 대표팀 경쟁력을 끌어올려왔다. 기량이 떨어지지만 잠재력이 좋은 아프리카계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 및 육성해왔다. 일본여자농구는 프로가 아닌 실업이지만, 선수들을 적절히 동기부여 시키면서 기량을 끌어올려왔다. 결국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서 한국을 30여점 차로 대파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일본은 이후 2013년 방콕, 2015년 우한 대회까지 아시아선수권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현재 일본 여자농구는 최절정기에 접어들었다. 간판센터 도카시키 라무는 WNBA 경험도 쌓았다. 중국 역시 올해 남녀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면서 최근 2~3년간 꾸준히 리빌딩했다. 그 결과 여자농구서 1~5번 전원 180cm 넘는 장신화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서는 일본에 무참히 깨졌지만, 향후 발전 속도는 무궁무진하다. 미리 테마를 갖고, '어떻게'에 대한 고민을 한 상황에서 세대교체에 돌입했다. 아무 준비 없이 세대교체만 하고 보자는 식의 한국과는 차원이 달랐다.
사실 지난해와 지지난해 유재학 감독이 이끌었던 남자대표팀이 희망을 줬던 건 '어떻게'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 감독은 대학생들을 대거 기용하며 이 선수들이 왜 국제대회서 부족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며, 대표팀의 테마와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충분한 훈련 시간과 환경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시스템부터 바꿔라
이번 대표팀은 '어떻게' 세대교체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없는 상황서 각종 부작용을 노출했다. 하지만, 내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는 상황서 이번 대회가 주는 교훈과 반성이 다음 대표팀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전례만 보면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몇 년째 같은 문제점, 같은 고민만 하는 사이 분명한 계획과 목적을 갖고 움직인 일본과 중국은 한국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번 여자대표팀은 단 2개월의 시간만 주어졌다. 애당초 위 감독이 특정한 테마 혹은 목적을 갖고 대표팀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때문에 이번 여자대표팀의 경기력 부진을 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돌리는 건 옳지 않다. 시스템이 공고히 갖춰지지 않았고, 그 결과 어떻게 세대교체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현실이 낳은 폐해다.
수 차례 언급했지만, 대표팀 운영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각급 남녀 성인대표팀은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급조, 급하게 훈련한 뒤 해산하는 시스템이다. 여자 대표팀의 경우 그나마 WKBL의 지원이 원활한 편이다. 하지만, 대한농구협회의 무능함과 맞물려 여전히 전체적인 대표팀 운영 시스템의 효율성은 많이 떨어진다.
대표팀을 효율적인 시스템 속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결론은 수 차례 나왔다. 이젠 그 결론을 '어떻게'에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세대교체를 했으면 새로운 주축 멤버들의 성장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미리 했어야 했고, 이제라도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 '어떻게'에 대한 고민 끝에 귀화선수 논의, 감독 전임제 등이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능력도 의지도, 반성도 없는 농구계의 무책임한 대표팀 운영에 한국 여자농구가 멍들어가고 있다.
[여자농구대표팀.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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