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또 나와?"
돌아온 한화 '괴물 용병' 에스밀 로저스(30)가 9회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미 125구를 던진 그가 9회에 마운드에 오른 장면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로저스는 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와의 시즌 14차전에서 8이닝 12피안타 5실점(4자책)을 남겼다. 기록만 봐도 로저스의 치열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날 로저스는 128구를 던졌다.
로저스는 지난달 27일 마산 NC전을 마치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로저스를 2군으로 내려보낸 이유로 "컨디션 조절 차원이다. 열흘 지나면 바로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복귀전에 나선 로저스는 2회말 루이스 히메네스의 타구를 파울이 되길 기다리며 지나친 3루수 김회성의 실책으로 득점권 위기를 맞았다. 포수 패스트볼까지 겹쳐 히메네스를 3루로 보낸 로저스는 오지환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고 첫 실점을 했다.
3회말에는 박용택에게 131km 커브를 던진 것이 우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돼 실점을 추가한 로저스는 5회말 임훈에게 중전 2루타를 맞은 뒤 정성훈에게 우익선상 적시타를 맞고 또 한번 실점을 했다. 하지만 우익수 정현석의 정확한 송구로 2루로 향하던 정성훈이 태그 아웃됐고 곧이어 박용택의 타구 역시 2루수 정근우의 호수비로 아웃으로 이어져 로저스의 기를 살릴 수 있었다. 로저스는 호수비한 선수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등 '경의'를 표하는 것도 아끼지 않았다.
로저스는 6회까지 102구를 던진 뒤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문제 없었다. 박성준을 초구에 2루수 플라이로 잡더니 임훈을 좌익수 플라이, 양석환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고 삼자범퇴시킨 것이다. 특히 양석환의 타구는 중견수 이용규의 스피드로 잡은 것이나 다름 없어 로저스는 자신의 가슴을 치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7회까지 111구 역투를 펼친 로저스는 8회말에도 올라왔다. 박용택과 이진영에게 안타를 내주고 오지환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1실점했지만 대타로 나온 이병규(9번)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포효했다.
로저스는 9회에도 등판해 모두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선두타자 채은성에게 사구를 내줬고 결국 박정진과 교체됐다.
그런데 이것이 아픔의 시작일줄이야. 1루수 권용관은 양석환의 플라이 타구를 놓치는 뼈아픈 실책을 범했고 박정진은 박용택에게 좌중간 적시타, 여기에 폭투로 1실점하면서 급격하게 흔들렸다. 오지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 7-7 동점을 내줬고 송은범을 투입해 겨우 끝내기 패배를 막았다.
문제는 결론이 새드 엔딩이었다는 것. 한화는 12회말 박지규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5시간 25분의 혈투가 허무하게 끝났음을 알야야 했다.
5위를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한화다. 로저스의 128구 역투가 그들의 몸부림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뼈아픈 결과가 돌아왔다. 로저스의 9회 등판이 부메랑으로 날아온 것은 아닐까.
[한화 선발 로저스가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한화의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