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최근 27경기에서 세이브가 달랑 한 개다. 이것이 한화 이글스 불펜의 현주소다. 마치 회처럼 조각났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한화는 올 시즌 현재 60승 67패로 리그 7위. 여유 있게 5위를 달릴 때와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8위 SK 와이번스(57승 2무 65패)에도 0.5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다. 자칫하면 지난 5월 26일(당시 23승 23패) 이후 108일 만에 8위로 추락할 위기다.
한화의 불펜 사정과 팀 성적이 맞물려 돌아간다. 지난달 9일 대전 롯데전 권혁 이후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는 송은범이 유일하다. 지난 6일 대전 두산전에서 2이닝 무실점 깜짝 호투로 세이브를 따냈는데, 한화는 자칫하면 27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하지 못한 팀이 될 뻔했다. 이 기간에 한화는 9승 18패(승률 0.333)로 무너졌고, 11차례 역전패를 당했다. 올 시즌 팀 세이브 28개로 이 부문 리그 공동 2위인데, 100경기에서 27세이브를 따낸 뒤 단 1세이브 추가에 그친 것.
불펜의 연쇄 붕괴가 무척 뼈아프다. 부동의 필승 계투 권혁과 박정진도 계산이 안 서는 상황이다. 권혁은 올 시즌 순수 구원으로만 무려 106이닝을 소화했고, 박정진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76경기에 등판해 체력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권혁은 전반기 50경기(76⅓이닝) 7승 8패 1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01로 선방했으나 후반기 22경기(29⅔이닝)에서 2승 4패 4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7.28로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달 30일 잠실 두산전부터 최근 5경기에서 연달아 실점했고, 이 기간 블론세이브 하나와 2패를 떠안았다. 홀드를 기록한 6일 두산전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아내며 5피안타 2볼넷 2실점했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13.49(10이닝 6자책). 지난해 34⅔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106이닝이나 던졌다.
박정진도 최근 2경기에서 1이닝만 소화하며 5실점(3자책)했다. 8일 LG 트윈스전에서는 ⅔이닝 동안 볼넷 3개를 내주며 2실점(비자책)했고, 전날(10일) SK전에서는 0-1로 뒤진 상황에서 등판해 승계주자를 들여보내는 등 ⅓이닝 3실점으로 무너졌다. 올 시즌 성적은 6승 1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09. 전날 부진으로 지난 7월 21일 kt wiz전(당시 3.01) 이후 52일 만에 평균자책점이 3점대로 올라간 것. 박정진의 소화 이닝도 지난해 49⅓이닝에서 96이닝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권혁은 의욕을 줄여야 한다. 무조건 막으려다 보니 힘이 들어가고 팔 스윙이 안 된다"고 진단했다. 박정진에 대해서는 "좋을 때는 팔 각도가 높게 형성된다. 그런데 LG전에서 박용택과 상대할 때 초구, 2구째는 잘 들어가더니 팔이 내려오면서 제구가 안 되더라"고 말했다. 박정진의 종슬라이더는 높은 타점에서 때려야 위력적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진단이다.
이만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윤규진이다. 올 시즌 40경기에서 3승 2패 10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한 핵심 계투요원. 그런데 지난달 14일 넥센전 이후 15~16일 포항 삼성전에 등판하지 못했고, 결국 18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알고 보니 우측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정상 등판이 어려웠던 것. 이후 퓨처스리그 등판 기록도 없다. 윤규진이 있어야 그나마 계산이 서는데 복귀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화는 5강 경쟁 중인 팀들과 연달아 만난다. 11일 대전에서 SK와 맞붙고, 12~13일 부산에서 롯데, 14~15일 광주에서 KIA와 맞붙는다. 여기서 밀리면 그 타격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면 윤규진이 돌아와도 늦는다. 그럴 바에 차라리 완전히 회복하도록 두는 게 낫다.
8월 이후 31경기에서 한화 불펜 평균자책점은 5.24로 리그 7위. 올 시즌 기록(4.62, 3위)보다 0.62나 높다. 특히 9월 불펜 평균자책점은 무려 6.42(8위)에 달한다. NC(8.22)와 두산(8.54) 불펜도 9월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상위권을 형성한 NC, 두산과 한화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5강 경쟁 팀인 롯데(1.99), KIA(2.57)가 9월 불펜 평균자책점 1, 3위에 올라 있는 것도 한화에겐 악재다.
어두울 수록 별은 더 잘 보이는 법인데, 지금 한화 불펜에 별은 없다. 회복할 시간을 주려고 해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회처럼 조각났는데 처방전조차 없다. 비상시국이다.
[권혁, 박정진(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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