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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준비한 걸 보여주지 못해서…"
리듬체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손연재(연세대)는 '독종'이다. 예쁜 얼굴과는 180도 딴판이다. 리듬체조 불모지에서 지독한 훈련을 버텨냈다. 러시아와 크로아티아에서 세계적인 톱랭커들과 똑같은 훈련을 소화해내며 자신과의 싸움서 이겼다. 그 결과 지난 3~4년간 손연재는 폭풍 성장했다. 이젠 손연재도 당당히 세계적인 톱랭커로 분류된다. 이 정도 해주는 것도 충분히 놀랍고, 기적적이다.
물론 손연재는 마르가티나 마문, 야나 쿠드랍체바, 알렉산드라 솔다토바(이상 러시아)로 이어지는 러시아 최강 3인방에 비해선 경쟁력이 떨어진다.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시),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와는 최근 1~2년간 제법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냉정히 볼 때 손연재가 확실히 낫다고 보긴 어렵다.
과거 올림픽 출전이 꿈이었고, 결선 진출이 꿈이었던 손연재는 지난 1~2년간 톱랭커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난이도를 끌어올렸고, 강점인 표현력은 더욱 강화했다. 올 시즌에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유니버시아드를 국내에서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더욱 힘들었다. 세계선수권에 초점을 맞춘 톱랭커들은 확실히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강인해졌다. 18점대 중반은 기본이고, 19점대 초반의 압도적 점수로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반면 손연재는 유니버시아드 이후 확실히 페이스가 꺾였다. 소피아 월드컵서부터 조금씩 기복이 심해지더니 세계선수권대회서는 조금 더 심했다. 결국 손연재는 세계선수권대회서 11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받았다. 독종이자 강심장인 손연재도 모든 연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렸다. 아직 22세의 어린 아가씨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을 결국 숨기지 못했다. 억울함, 아쉬움, 울화통 등 다양한 키워드가 투영됐을 것이다.
13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손연재는 눈물의 의미에 대해 "준비한 걸 다 보여주지 못해서"라고 말을 얼버무렸다. 사실 유니버시아드 때부터 리본 줄이 꼬여 고생했다. 손연재도 "의식이 됐다. 긴장도 했다. 그래도 다른 종목에서 잘 컨트롤을 해서 무사히 연기를 마쳤다"라고 돌아봤다. 말은 그렇게 해도 분명 아쉬움이 남는 뉘앙스.
손연재는 좌절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올해 제천 아시아선수권대회,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모두 3관왕을 차지했고, 그 준비과정이 곧 내년 리우올림픽 전초전이었다. 손연재에게 리우는 사실상 현역 고별무대다. 내년이면 만 22세. 리듬체조 선수로선 황혼기다. 손연재는 "4년 전 몽펠리에(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티켓을 땄다. 지난 4년간 쌓아온 경험을 잘 살려서 리우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했다.
26~27일 갈라쇼를 치른 뒤 곧바로 올림픽에서 사용할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러시아로 향한다. 손연재는 "난도 조절보다도 그동안 해왔던 모든 걸 다 보여주겠다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슈투트가르트의 눈물은 손연재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손연재의 마지막 무대, 리우올림픽이 1년도 남지 않았다. 울고 속상해할 시간도 없다. 손연재가 리우에서 웃기 위해 잠깐의 재충전 후 다시 뛴다.
[손연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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