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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했을 때의 나이가 아홉 살이다. 여진구는 또래 아역배우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내며 브라운관과 충무로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천진한 소년으로 출발해 기품있는 왕세자(‘해를 품은 달’)를 거쳐 무시무시한 소년(‘화이’)을 경험한 뒤 전쟁의 와중에 휴머니즘을 잃지 않는 북한군 병사로 나타났다.
영화 ‘서부전선’은 농사 짓다 끌려온 남한군 남복(설경구)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영광(여진구)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16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여진구는 자신의 연기스타일부터 첫사랑에 대한 소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금까지 맡은 모든 캐릭터 중에 영광이 저랑 가장 닮았어요. 그 이전 작품들은 저와 달라서 끌렸거든요. 극중 영광은 행동하는 모습이 비슷해요. 그래서 촬영 끝나고 영광 캐릭터와 떨어지는 게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영광은 탱크를 몰고 귀환하는 임무를 완수한 뒤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이 지상목표인 학생 군인이다. 남복의 비밀문서를 우연히 습득하게 되면서 티격태격하며 서로의 이데올로기와 나이를 넘어서는 우정을 쌓게 된다.
“영화 ‘화이’ ‘내 심장을 쏴라’에선 감정선이 진하고 깊었어요. 꼼꼼하게 계산하고 감정을 파로 들어서 연기했어요. 반면 ‘서부전선’은 현장에서 부딪혀가며 날 것 그대로 연기했어요. 이런 스타일로 처음 해봤어요. 더 리얼한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촬영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쏟아냈다. 북한말의 욕도 맛깔스럽게 하기 위해 애드리브로 처리했다. 남복과 뱀술을 먹으며 장난치는 장면도 즉석연기다. 천성일 감독이 60% 정도의 애드리브를 살렸다고 전했다.
영화 ‘쌍화점’을 찍을 때 조인성이 큰 키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겸손’을 배웠다. 이번엔 설경구를 보고 ‘몰입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촬영장에서 남복인지 설경구 본인의 모습인지 전혀 분간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롤 모델이 너무 많아요. 설경구, 김윤석, 송강호, 최민식, 황정민, 하정우 선배님 등등 끝이 없죠. 외국배우 중에는 콜린 퍼스를 좋아해요. 베네틱드 컴버배치도 마음에 들고요. 그러고보니 제가 영국배우를 좋아하네요.”
20대에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악역이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잊을 수 없다. 유혹적이고 매력적인 악의 실체를 봤다. 한동안 조커의 강렬한 인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런 악역이라면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연극이나 뮤지컬에도 흥미가 있어요. 배우라면 무대에서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두려움과 희열을 느껴야죠. 20대에 좀더 많은 준비를 해서 도전하고 싶습니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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