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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누가 강호동이 동생들 심부름이나 하며 쩔쩔맬 줄 알았겠는가. ‘신서유기’에서 강호동은 동생들의 무시를 받으며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명색이 국민MC인데 “진행이 옛날 식이다”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지상파가 아닌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보여지는 강호동의 모습은 의외임을 넘어선 ‘충격’이다.
나영석 PD도 “과거 KBS 2TV ‘1박2일’ 시절의 강호동이 아직까지 이어졌다면 ‘신서유기’같은 기획을 아예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전 ‘1박2일’에서 동생들을 호통치고 길 한복판에서 괴성을 지르던 강호동은 이제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강호동도 변했다.
“‘신서유기’를 처음으로 기획할 때 ‘예전같지 않은 멤버들이 요괴로 나서는 것’을 상상했다. 지금 이 순간의 그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승기 같은 경우 모범생 청년에서 능글거리는 20대 후반의 성인이 된 것처럼, 누구든 굴복시키고 힘 넘치는 강호동도 동생들 앞에서 약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난 지금의 강호동이 진짜 강호동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귀엽다. 시청자들 역시 새로운 강호동을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그 누구도 강호동을 놀리고 디스할 수 없다. 강호동의 진행을 지적하는 것도 은지원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은지원이 얘기하니 강호동은 또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받아들이는 이런 그림들이 참 좋아보였다.”
대중은 강호동의 정체성을 ‘거대하고 시끄러운’ 것으로 생각해왔다. 과거 ‘돼랑이’라는 별명이 유독 그와 잘 어울렸다. ‘신서유기’에서도 저팔계 역을 맡았는데, 비주얼 상 어색하지 않다. 어딘가 제 멋대로일 것 같기도 하고 마냥 셀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중이 아는 강호동과 진짜 강호동의 모습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자신을 많은 이들 앞에 노출시키고 진실하게 드러내는게 아직은 낯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나 PD가 입을 열었다.
“다행히 강호동은 오랜 기간 같이 호흡했던 멤버들, 제작진과 있어서 자신을 더 편하게 드러내고 있다. 예상과 달리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게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강호동은 MC로서 자신 주변의 무언가를 늘 끄집어내는 역할을 20여년간 해 온 사람이다. 때문에 자신의 속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있다.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와 함께 할 때는 어짜피 다 아는 사람들끼리 지내는 것이니 강호동도 한층 더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한번 쯤은 ‘자연인 강호동’의 기획을 보여주고 싶었다.”
약 20클립으로 기획된 ‘신서유기’는 지금 딱 절반까지 왔다. 중국 서안에서 강호동은 중국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동생들의 활약에 기가 죽어 있는 모습이라 눈길을 끈다. 그러면서도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와 적절히 호흡하며 중심을 잃지 않고 있다. 강호동의 이런 변화는 꽤 성공적이다. 약한 강호동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그간 여러 프로그램의 폐지 및 혹평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던 강호동은 ‘신서유기’를 통해 도약을 꾀하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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