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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서받을 수 없다. 무조건 뿌리뽑아야 한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이 훈련도중 발생한 일방적 폭행 사건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6일 태릉선수촌 스케이트장에서 진행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 도중 앞서 달리던 A선수가 자신을 추월한 후배 B선수를 두들겨 팼다. B에게 걸려 넘어지면서 부상 부위를 다쳤다는 게 이유. 선배에게 얻어맞은 B는 턱과 잇몸 등에 전치 2주 부상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나흘간은 훈련에 참가하지도 못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은 사건 발생 일주일 뒤인 전날(23일) "본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17일) 관련 선수 및 국가대표 감독의 경위서를 받아 확인했다"며 "21일 경기위원회에서 논의한 뒤 선수들과 1대1 면담을 진행하는 등 정확한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폭행은 용납될 수 없는 사안이다"며 "경기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일 내에 선수위원회를 개최해 절차와 규명에 맞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15~2016시즌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 5월 12일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다. 당시 선수단은 4시간에 걸쳐 대표 선수로서 준수해야 하는 규정 및 도핑 교육, 준법 및 선수 인권, 페어플레이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우발적인 폭행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역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웠다. 이미 엎질러진 물. 부상 방지가 최우선인 운동선수로서 화가 나는 건 십분 이해한다 치자. 하지만 이제 갓 대표팀에 입문한 어린 선수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건 용서받을 수 없다.
A선수는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수차례 세계대회를 통해 기량 검증을 마쳤다. 만약 이번 사태로 대표팀을 떠나야 한다면 본인은 물론 한국 쇼트트랙에도 엄청난 치명타. 한 순간 화를 참지 못한 대가가 생각보다 크다. 게다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상황. 동계종목의 꽃이나 다름없는 쇼트트랙에서 불미스런 일이 터진 것도 달갑지 않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은 지난 2010년 대표 선발전에서 이른바 '짬짜미 논란'에 휘말려 지탄을 받았다. 그 전까지도 한국 쇼트트랙의 고질병인 파벌 싸움 때문에 여럿 고생했다. 지난 과오를 씻고 어느 정도 틀이 잡혀 가는 상황에서 폭행 파문이 터졌다.
김동광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서울 삼성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12~2013시즌 정규리그 경기 작전시간 도중 불같이 화를 냈다. 당시 삼성 소속이던 이동준(현 SK)이 정희재(KCC)를 거칠게 밀어 넘어트려 테크니컬 파울을 받자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는 "지금 네 행동으로 자유투에 공격권까지 줬다. 우리는 얼마나 손해인가. 코트에서 발길질을 해야 하나?"라고. 상대의 거친 언행을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질렀는데, 팀이 피해를 봤다. 현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
주먹질을 하는 국가대표는 없다. 경기 중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도 폭행은 정당화될 수 없다. 연맹 측은 "선수단 입촌 시 스포츠 인권 등 관련 내용을 교육시켰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선수단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빙상을 아껴주시는 국민과 팬 여러분께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말로 끝날 일이 아니다. 폭행은 무조건 뿌리뽑아야 한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 남자쇼트트랙 대표팀(사진은 사건과 관계 없음).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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