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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개그는 한 순간의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오랜 시간 힘든 고민 속에서도 계속 개그를 할 수 있는 것은 이 한 순간의 아이디어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큰 웃음을 가져다주기 때문.
개그맨 최국, 홍가람, 유상엽이 함께 모여 만든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 코너 '내 친구는 대통령'도 그렇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가 대통령이라는 아이디어는 독특한 설정을 만들었고, 이 안에서 웃음은 물론 메시지까지 전하고 있다.
지난 6월 말부터 방송된 '내 친구는 대통령'은 이제 '웃찾사' 안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대통령이 등장하기 때문에 소재 자체가 조금 민감할 수 있어 회의를 많이 하며 중립적인 부분을 조율하고 그 안의 웃음을 찾고 있다.
대통령 역을 맡고 있는 최국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도 다르게 생각하면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한 쪽에 기울었다는 느낌은 주지 않으려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건 아닌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상식을 지키면 나쁠게 있는데 안 지키는 것들이 있지 않나. 그런 걸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조건 한 쪽 편에 서는 것이 아니에요. 그런 건 사이 사이 들어가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친구가 대통령이라는 설정이에요. 대통령도 누군가의 친구일 거 아니에요. '친구니까 그 사이에서는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거죠. 거기에서 웃음을 찾는 거예요. '친구를 만나면 위엄 같은건 지키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겠다' 해서 그런 걸 많이 찾으려고 해요."(최국)
처음 아이디어는 최국이 냈다. 콘셉트를 잡고 연기 및 아이디어가 좋은 홍가람, 유상엽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 최국은 3개월, 홍가람 유상엽은 6개월간 '웃찾사'의 새 코너를 만들어내지 못하던 때 매일 만나 아이디어를 내면서 '내 친구는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역시 한 순간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대립은 있었다. 홍가람은 시사적으로 가면 무겁고 민감해질 수 있으니 가볍고 유쾌하게 개그적으로 가자고 했다. 반면 최국은 반대 의견을 냈다. 시사가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미디니까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냥 시사보다는 대통령이 친구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서 가자고 했죠. 재밌게 짜자는건 똑같았는데 시사 포함 정도 면에서 조금 달랐던 거죠."(홍가람)
"개인적으로 지금 '내 친구는 대통령'은 시사적으로 조금 약하다고 생각해요. 더 세게 하고 싶은데 서로간의 입장이 있어 조율하면서 하고 있죠. 지금까지의 시사 코너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다른 코너의 경우 직접적으로 얘기하는데 저희는 상당히 돌려 말하죠. 어떤 분들은 못 알아 들을 만큼 돌려 말해요. 숨은 시사 찾기 같은 느낌이죠. 여러모로 생각하면서 할 말은 하되 어느 누가 딴지 걸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유상엽은 "주위에서 소재가 독특하다고 많이 그러세요"라고 덧붙였다.
시사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약간의 입장 차이가 있었지만 세 사람이 제일 신경 쓰는 것은 단연 웃음과 공감이다. 가장 첫번째는 웃음이다. 그 다음 메시지를 주려 한다.
"오히려 우리 같은 경우 더 세게 하라고도 해요. 세게 한다고 해서 어느 한 쪽으로 막 그런 게 아니라 좀 더 표현을 강하게 하고싶다는 거죠. 아닌 사실이 있으면 아닌건 아니라고 얘기하는걸 강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여러 입장이 있어 신경 쓰고 있습니다."
겉모습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꽁지 머리를 하고 나오던 홍가람은 머리 스타일도 바꿨다. 불량스러워 보이면 자칫 대통령을 일부러 놀리는 것 같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 그래서 비주얼을 더 순박하게 바꿨다. 최국의 경우 약 7kg을 감량했다. 코너 전 나태해지는 자신이 싫어 운동을 시작한 최국은 '내 친구는 대통령'에서 슈트를 입고 깔끔한 비주얼을 자랑하고 있다.
최국, 홍가람, 유상엽은 MBC에서 활동했던 개그맨. SBS로 넘어와 부담감은 없었을까.
홍가람은 "알기 쉽게 얘기하면 전학 가는 기분이랑 똑같다고 보면 된다"며 "다 같은 학교니까 공부하는건 똑같은데 처음 보는 친구들과 나천 부분이 있지 않나. 그 정도다. 알고 있던 친구들도 많아서 배척하는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MBC 개그 프로가 없어지고 너무 고맙게도 '웃찾사' 제작진이 불러주신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용병 개념인데 용병이니 더 잘 해야 한다. 그런 부담감은 어느 정도 있다"고 털어놨다.
유상엽은 "오히려 되게 좋다. 더 잘 해준다"며 "견제도 할법 한데 다들 잘 해준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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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은 "'웃찾사'의 경우 시스템이 확실하다. 재밌으면 코너 녹화 하고 아니면 못한다"며 "객관적인 시스템이라 서로 배척하거나 편애하는 게 없다. 스피디하고 호흡이 빠른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국, 홍가람, 유상엽에게 개그맨으로서 앞으로의 각오를 물었다.
"제 나이가 어느덧 마흔 하나가 됐어요. 제가 봤을 때 개그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언제인진 모르겠지만 얼마 남지 않은건 느껴요. 지금 제 나이가 지금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하는 사람 중 최고 나이인 사람들 라인에 속하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여러분에게 고급 개그로 매니아들을 공략하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최국)
"요새는 아무래도 인터넷을 많이 해서 리플들을 보게 되는데 일단 '내 친구는 대통령'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찾사'는 재미 없다고 들어서 안 본다는 리플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그건 고정관념이에요. 지금 '웃찾사'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말이잖아요. 열심히 준비할테니까 일단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이거 말고는 해본 게 없어요. 개그를 잘 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요."(홍가람)
"진짜 웃기고 싶어서 하는 거거든요. 진짜 웃기고 싶어요. '내 친구는 대통령'도 열심히 할 거고, 이 코너 하면서 다른 코너도 준비해서 웃겨야죠."(유상엽)
한편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매주 일요일 오후 8시 45분 방송된다.
['내 친구는 대통령' 유상엽 홍가람 최국(왼쪽부터). 사진 = SBS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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