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인터뷰] '無→有 창조' kt 김재윤, 오승환-킴브렐 보고 배운다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kt wiz 필승 계투 김재윤.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다. 2015시즌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kt의 특별지명을 받았다. 당시 포지션은 포수였다. 휘문고 재학 시절인 2008년 캐나다 에드먼튼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끈 포수 유망주. 그러나 당시 드래프트에서 미지명의 설움을 맛봤다. 미국으로 건너갔다.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었다.
그러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2012년 한국으로 돌아와 군 문제부터 해결했다. 육군 1군사령부 의장대, 현역이었다. 야구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김재윤은 "캐치볼이라도 꾸준히 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기술적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캐치볼과 스윙, 러닝을 꾸준히 했다. 개인정비 시간에도 뛰고 또 뛰었다. kt 특별지명은 노력의 산물이다.
또 하나의 전환점. 포수로 지명받았으나 지난 1월 투수로 변신했다. 고교 시절부터 "투수를 해보라"는 권유는 많이 받았다. 어깨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팀 사정상 투수 포지션 전향은 어려웠다. 하지만 김재윤은 "투수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데 이젠 kt의 당당한 필승 계투로 활약 중이다. 올 시즌 1군 41경기 성적은 1승 2패 6홀드 평균자책점 4.43. 150km대 빠른 공이 주무기.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말이 딱 맞다. 1월에 투수로 전향했고, 한 달 만인 지난 2월 20일 처음으로 실전에서 공을 던졌다. 김재윤은 "1군은커녕 2군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올 시즌에는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1년간 몸 만드는 데 전념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습득이 빨랐다. 코치진의 도움도 컸다. 김재윤은 "퓨처스 코치님들께서 자세히 알려주셨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빨리 배운 것 같다"며 웃었다.
"아무것도 모르니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들었다. 흡수할 건 확실히 흡수했다. 또 많이 시도해봤다. 내게 맞는 건 빨리 배우려고 했다. 주변에서도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처음에는 테이크백이 짧았는데, 가장 크게 휘두르는 포지션으로 바뀌었다. '팔을 휘두르는 궤적이 커야 무리가 덜 간다'고 하셨다. 네트 스로(그물에 공을 던지는 훈련)와 섀도피칭도 많이 했다."
김재윤이 처음 존재감을 알린 건 지난 5월 17일 롯데 자이언츠전이었다. 1이닝 3탈삼진 완벽투를 선보였다. 데뷔 첫 등판에서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강속구에 롯데 타자들은 속수무책 당했다. 여기저기서 '저 투수는 대체 누구냐'고 했다. 지금은 입지가 달라졌다. 하지만 끊임없이 배운다. 특히 '끝판대장'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의 경기는 빼놓지 않고 본단다.
또한 크레이그 킴브렐(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보고 배운다. 킴브렐은 6시즌 통산 354경기에서 19승 12패 224세이브 평균자책점 1.63을 기록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마무리투수.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강속구와 슬라이더로 타자를 압도하는 점이 김재윤과 닮았다.
"오승환 선배님 경기는 무조건 챙겨본다. 메이저리그 선수들 투구도 많이 보려고 한다. 완벽한 변화구를 던지지 못하니 직구 잘 던지는 투수들 위주로 보고 있다. 오승환 선배님도 직구 위주로 던지셨다. 메이저리거 중에는 크레이그 킴브렐(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영상을 많이 보고 있다. 오승환 선배는 공이 빠른데도 컨트롤이 좋고, 슬라이더 움직임도 좋다. 나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김재윤은 아직 직구와 슬라이더 2개 구종으로 타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익히면 위력을 더할 수 있다. 오승환도 최근 포크볼을 간간이 섞어 던지면서 타자들을 복잡하게 한다. 김재윤은 꾸준히 스플리터를 연마하고 있다. 하지만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더 살리는 게 우선이다.
"스플리터는 계속 연습하고 있다. 하지만 시즌 중에 변화구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정명원 투수코치님과도 얘기했는데, 어설프게 던질 바에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더 확실하게 만들라고 하셨다. 스플리터를 던질 생각은 있었는데, 어정쩡하게 던지면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일단 비시즌 캠프를 통해 최대한 만들어보려 한다. 일단 직구와 슬라이더를 더 살리는 게 우선이다. 내가 마운드에 오르면 상대 타자들이 직구 하나만 생각하고 들어온다고 하신다. 코너워크 연습도 더 해야 한다."
김재윤은 올 시즌 주자 있는 상황에서 강했다. 특유의 강심장이 돋보였다. 피안타율은 2할 5푼 6리였고, 삼진 30개를 솎아내며 사사구 7개만 내줬다. 지난 24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⅔이닝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강타자 야마이코 나바로를 높은 코스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접전 상황에 나가는 것도 감독님께서 믿어주시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압박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마운드에서는 표정 변화를 감추려고 한다. 물론 잘 던졌을 때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압박감이 없는 건 아니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만큼 열심히 던지는 것 뿐이다."
데뷔 첫 시즌. 김재윤은 "100점 만점에 70점"이라고 자평했다. "1군 올라올 거란 생각도 못 했는데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셨다. 무엇보다 큰 부상 없이 마무리했다는 자체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는 설명. 그는 "경기운영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견제 동작이나 마운드에 올라가면 바로 정리되지 않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공부 많이 해서 나머지 30점을 채워 나가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부상 없이 올 시즌을 마무리하자는 목표 하나만 갖고 달렸다. 성적은 생각조차 안 했다. 하지만 지금은 3점대로 평균자책점을 끌어내리고 시즌을 마무리하겠다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김재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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