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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1990년 10월 미국 미네소타. 악마 숭배 의식으로 지역 사회는 공포에 빠진다. 어느날 겁에 잔뜩 질린 소녀 안젤라 그레이(엠마 왓슨)가 아버지 존 그레이를 성추행으로 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피의자로 붙잡힌 존 그레이는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 브루스 케너(에단 호크)는 거대한 배후가 있다고 확신한다. 동료형사 조지 네즈빗도 피의자로 조사받고, 안젤라의 할머니 로즈 그레이도 사탄 숭배와 관련해 의심을 받는다. 점점 알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게 된 브루스 케너는 수사를 진행할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디 아더스’의 충격적인 반전으로 세계 영화팬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리그레이션(Regression)’에서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며 관객을 미스터리 세계로 끌어 들인다. 일찍이 ‘스페인의 히치콕’으로 불린 그는 1980년대 미국 전역에서 벌여졌던 악마 숭배 의식과 학대 사건을 섬뜩한 스릴러로 재구성했다.
수도승의 복장을 입고 얼굴을 하얗게 칠한 악마 숭배자들의 소름 끼치는 모습부터 비밀회합 장소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행위에 이르기까지 섬?하고 오싹한 분위기가 시종 관객의 뒷덜미를 붙잡는다. 브루스 케너가 악마 숭배 의식이 벌어졌던 사건 현장을 찾아가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녹음 테이프를 들으면서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는 대목은 심장 박동수를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
극 초반부 식은땀을 흘리면서 등장하는 존 그레이의 시점쇼트와 극 후반부 역시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는 브루스 케너의 시점쇼트를 일치시켜 악마 숭배 의식이 은연 중에 퍼져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디 아더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그는 수프 봉지, 공중전화 등 몇가지 제한된 정보를 사건 해결의 실마리로 제시하지만 관객은 영화가 끝난 뒤에야 퍼즐을 맞출 수 있다.
에단 호크는 냉철한 이성으로 무장한 형사에서 점차 두려움을 느끼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엠마 왓슨 역시 흔들리는 눈빛으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관객의 지성과 게임을 벌인다. 악마 숭배 의식의 진실은 무엇인가. 당신의 기억을 확신할 수 있는가. 당신의 이성은 모든 것을 분별할만큼 논리적인가. 당신은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리그레션’이 던진 질문은 지금도 당신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악마는 두려움을 먹고 자란다.
[사진 ‘리그레션’ 스틸컷]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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