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강산 기자] 두산 베어스는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다. 반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힌 NC 다이노스는 즐기지 못했다.
18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이 NC에 7-0 영봉승을 거두고 5전 3선승제 시리즈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부담감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심리 싸움에서 두산이 NC를 압도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데다 외국인 투수 앤서니 스와잭이 부상으로 빠졌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려움 없이 즐기기로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편안하게 하겠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 팬들과 함께 좋은 결과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상대 선발투수가 정규시즌 3경기에서 다소 약했던(3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2.18) 에릭 해커였지만 주눅들지 않고 자신 있게 공략했다. 경기 전 만난 최주환은 "다른 부분은 모두 대등한 것 같다. 시리즈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실전 감각은 NC보다 우리가 낫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유가 있었다. 두산은 지난 14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9로 끌려가다 11-9 역전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행을 티켓을 거머쥐었다. 상승곡선.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고조. 자연스럽게 "보너스 게임이라 생각하고 즐기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3회초 민병헌, 4회초 홍성흔은 해커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했다. 민병헌은 제대로 흘러나가지 않은 141km 커터, 홍성흔은 한가운데 121km 너클커브를 완벽하게 받아쳤다. 이날 승부를 가른 포인트였다. 7회초 민병헌의 3점포는 승리 확정 축포.
NC는 즐기지 못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에 1승 3패로 밀려 탈락했다. 그래서인지 올해 첫판부터 잡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커보였다. 선수들은 경기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최대한 자제했다. 대신 김경문 NC 감독이 전면에 나섰다. 그는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며 "안 풀리고 자리를 못 잡을 때 감독이 도와주는 것이다. 감독이 뭔가를 찾으려 하면 어렵다. 선수들이 스스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게 야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을야구 맛을 들이면서 좋은 것만 배웠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런데 NC 선수들의 몸은 굳어 있었다. 1회초 폭투와 3안타로 2점을 먼저 내줬다. 특히 폭투로 안 줘도 될 점수를 허용한 게 뼈아팠다.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3회초와 4회초 두산 민병헌, 홍성흔의 솔로포 2방으로 0-4가 되자 타자들은 급해졌다. 출루하려는 의지는 보였으나 두산 선발투수 니퍼트는 오히려 이를 역이용했다. 4회말 김종호, 박민우가 연달아 3구 루킹 삼진으로 물러난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4회초 수비에서도 1루수 테임즈와 2루수 박민우의 아쉬운 콜플레이가 나왔다.
NC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패배로 흐름을 넘겨줬고, 결국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NC 선수들은 올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지난해에는 경험 부족이 아쉬웠다. 우리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이날도 1차전부터 꼬였다. NC 특유의 공격야구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안타와 볼넷 2개씩 얻어낸 게 끝이었다. 단기전은 데이터보다 심리 싸움이 중요하다는 것, 두산과 NC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통해 드러났다.
[두산 베어스 민병헌이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에릭 해커의 뒷모습과 대조된다. 사진 = 창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