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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성흔이를 지명타자로 계속 쓰려고 한다."
지명타자는 수비를 하지 않는다. 공격에만 집중한다. 수비력이 조금 떨어져도 공격력이 탁월한 타자가 맡는 포지션. 지명타자 제도를 택하는 KBO리그도 마찬가지다. 지명타자는 각 팀 화력의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두산의 지명타자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시즌 내내 이 선수, 저 선수로 바뀌었다. 본래 두산의 지명타자는 홍성흔이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데뷔 후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시즌 도중 부상까지 겹쳤다. 93경기서 타율 0.262 7홈런 46타점에 그쳤다. 홍성흔답지 않은 성적. 홍성흔이 흔들리면서 두산 공격의 플러스 알파는 사라졌다.
홍성흔의 준플레이오프는 초라했다. 1차전서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으나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급기야 2차전서는 결장했고, 3~4차전서는 대타로 한 타석씩 들어섰다. 결국 그의 준플레이오프 성적은 3경기 4타수 무안타. 그 사이 2~3차전 지명타자는 박건우, 4차전 지명타자는 최주환의 몫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그래도 홍성흔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김 감독은 18일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성흔이를 지명타자로 계속 쓰려고 한다. 자꾸 바뀌는 게 좋지 않은 것 같다"라고 했다. 고정적으로 홍성흔이 지명타자로서 중심타선을 뒷받침하는 게 무게감에서 가장 나은 선택이라는 결론.
김 감독은 넥센과의 플레이오프서 5타수 3안타 2득점 맹타를 휘두른 최주환을 이날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대신 홍성흔을 6번 지명타자로 넣었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모험이었다. 김 감독은 어차피 그 자리는 홍성흔이 해줘야 한다고 본 듯하다. 더불어 그는 "주환이는 경기 후반 대타로 쓴다. (오)재원이의 타격감이 좋지 않아 대타로 들어갈 수 있다"라고 했다. 최주환을 경기 후반 승부처 히든카드로 남겨두면서, 홍성흔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생각.
김 감독의 의도는 적중했다. 홍성흔은 자신의 포스트시즌 100번째 안타를 솔로포로 장식했다. 3-0으로 앞선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 NC 선발투수 에릭 해커의 121km 커브를 공략, 좌월 솔로포를 날렸다. 해커의 커브가 높았는데, 홍성흔이 그 실투를 놓치지 않은 건 그만큼 집중력이 좋았다는 뜻.
끝이 아니었다. 홍성흔은 6회 무사 1루 찬스서는 희생번트를 성공했다. 이민호에게 초구 3루수 방면 희생번트를 깔끔하게 성공했다. 타격감이 좋아 보였지만, 4점 앞선 상황서 달아나는 1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벤치와 홍성흔의 희생정신이 절묘하게 조화됐다. 지명타자지만, 최고참으로서 팀에 조용히 공헌한 순간이었다.
홍성흔 개인적으로 준플레이오프는 그리 큰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는 1차전부터 의미 있는 활약을 펼쳤다. 타격감이 상승세라 노련미 있는 타격이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홍성흔의 가을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홍성흔. 사진 = 창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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