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청출어람이다.
두산이 2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청출어람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었다는 의미. 올해 1년차 사령탑 김태형 두산 감독이 프로 사령탑 12년 경력을 자랑하는 NC 김경문 감독의 노련미와 지략을 뛰어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 결과만 놓고 보면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감독을 넘었다.
김태형 감독은 1990년 OB에 입단, 2001년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김경문 감독은 김태형 감독이 입단했던 1990년 태평양에서 뛰었고 1991년 2년만에 OB에 돌아왔다. 1991년은 두 김 감독이 OB에서 선수생활을 함께했던 유일한 시즌이다. 물론 김경문 감독이 2년차 김태형 감독의 까마득한 대선배.
두 사람의 인연은 지속됐다. 김경문 감독이 1991년 은퇴한 뒤 OB에서 배터리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고, 김태형 감독은 계속 선수로 뛰면서 공식적으로 사제지간이 됐다. 김경문 감독이 2004년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김태형 감독은 베터리코치로 김경문 감독을 모셨다. 김경문 감독이 2011시즌 도중 두산 지휘봉을 놓자 김태형 감독도 2012년 SK로 옮겼다. 두 사람의 사제관계는 공식적으로 그때 끝났다.
그만큼 김태형 감독의 야구인생에 김경문 감독은 큰 존재다. 실제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감독처럼 선 굵은 야구를 추구한다. 되도록 작전야구를 하지 않고, 고정라인업을 선호한다. 시행착오, 실패를 재빨리 인정, 적절히 수정 및 보완하는 대처능력도 빼다 박았다.
이번 플레이오프서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감독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3차전까지 1승2패로 뒤지자 4차전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나흘만에 다시 내는 초강수를 뒀고, 적중했다. 어차피 5차전을 생각할 이유도,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김태형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0-0으로 팽팽하던 4차전 2회말에는 무사 1,2루서 베테랑 홍성흔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하며 NC를 압박했고, 6회말에는 무사 1,2루 찬스서 양의지 타석에 반대로 강공을 지시하며 김경문 감독의 허를 찔렀다.
김태형 감독의 5차전도 눈에 띄었다. 장원준이 경기 중반부터 흔들렸으나 어떻게든 7회까지 마운드에 올렸다. 어차피 필승계투조가 허약한 특성상 장원준의 조기강판은 의미 없다고 봤다. 그리고 7회부터 마무리 이현승을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중간계투들보다 이현승의 구위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작전은 맞아떨어졌다. 이현승은 3이닝 동안 2점 리드를 지켜내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스승 김경문 감독에게 청출어람을 일궈냈다.
김태형 감독은 데뷔 첫 시즌에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연이어 통과하며 단기전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불펜이 허약한 결정적 아킬레스건이 있음에도 극복해내는 치밀한 전략이 돋보였다. 그의 마지막 상대는 데뷔 후 2위를 모르고 살아왔던 삼성 류중일 감독. 김 감독이 류 감독마저 무너뜨린다면 두산 야구와 KBO리그에 새역사가 창조된다.
[김태형 감독과 김경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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