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균형이 어긋났다.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삼성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친 두산보다 체력적으로 유리하다. 정규시즌 전력을 봐도 삼성은 두산보다 강했다. 그러나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는 임창용 안지만 윤성환의 엔트리 제외라는 엄청난 변수가 발생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를 백중세로 점쳤다. 두산의 미세한 우세라고 점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 격차는 실전서 크게 표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삼성의 경험, 두산의 허약한 필승계투조 현실 등이 감안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균형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 불펜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파트에서 두산이 삼성보다 조금 앞선 모양새. 1~3차전서 특히 선발진과 타선의 무게감에서 두산이 삼성에 비교우세를 보였다. 애당초 윤성환이 빠진 삼성 선발진이 두산과 대등할 것이라는 평가였다. 100% 전력이 가동되는 삼성 타선이 두산 타선에 근소하게 앞선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뒤집어졌다. 적어도 1~3차전서는 그랬다.
▲선발진
삼성 선발진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4.72(3위), 퀄리티스타트 75회(1위)로 리그 정상급 위용을 뽐냈다. 사상 최초로 선발 5명(윤성환-17승, 차우찬, 알프레도 피가로-13승, 타일러 클로이드 11승, 장원삼-10승) 전원 선발 10승을 거뒀다. 반면 두산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4.79(3위), 퀄리티스타트 58회(3위)로 정상급이었지만, 삼성보다 약간 부족했다.
그런데 1~3차전 선발 맞대결서는 모두 두산이 이겼다. 1차전 선발 유희관은 6이닝 5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 선발 피가로는 3⅓이닝 6실점으로 더 좋지 않았다. 2차전 선발 더스틴 니퍼트는 7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했다. 그러나 장원삼은 6이닝 4실점으로 흔들렸다. 3차전 선발 장원준은 7⅔이닝 1실점으로 역시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타일러 클로이드는 5이닝 3실점으로 평범했다.
결정적인 변화가 있다. 두산의 경우 니퍼트가 시즌 막판 3경기를 거쳐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전성기 구위를 완벽히 회복했다. 골반, 어깨, 서혜부 통증을 털어낸 뒤 몸 상태를 정비했던 덕분이다. 그러나 피가로는 시즌 막판 어깨 피로로 쉰 뒤 150km 강속구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클로이드와 장원삼은 구위 자체가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는데 컨트롤도 불안하다. 반면 장원준은 정규시즌 막판 부진을 털어내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결국 1~3차전서 두산 선발진이 삼성 선발진을 압도했다. 두 팀 모두 불펜이 불안한 상황서 선발진의 희비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3차전은 두산의 승리 이전에 니퍼트와 장원준의 승리였다.
▲4번 무게감
단기전은 팀 타선의 중심을 잡는 4번타자가 매우 중요하다. 4번타자는 상대 투수의 집중견제를 받는다. 그걸 뚫고 팀 공헌을 높이면 상대 팀을 허탈하게 하는 동시에 동료 타자들에게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한 베테랑 타자는 "예전보다 인식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4번은 특별한 타순"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국시리즈 4번타자 최형우와 김현수의 명암은 엇갈린다. 최형우는 정규시즌 144경기 모두 출전, 타율 0.318 33홈런 123타점, 득점권타율 0.302, OPS 0.965를 기록했다. 김현수도 141경기서 타율 0.326 28홈런 121타점, 득점권타율 0.333 OPS 0.979를 기록했다. 거의 엇비슷한 활약.
그런데 최형우는 시즌 막판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다. 마지막 10경기서는 타율 0.270 홈런 없이 5타점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찬스에서 파괴력이 약간 부족했다. 반면 김현수는 9~10월 타율 0.337 9홈런 26타점으로 반등하면서 시즌을 마쳤다. 마지막 10경기서도 타율 0.324 4홈런 11타점으로 좋았다.
이 흐름이 포스트시즌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류중일 감독은 미디어데이 당시 "청백전 때 최형우의 타격감이 좋았다"라고 했지만, 최형우는 이번 한국시리즈 1~3차전서 13타수 2안타에 홈런과 타점은 없다. 반면 김현수는 준플레이오프 타율 0.214, 플레이오프 타율 0.211로 숨을 죽였으나 찬스에서 또박또박 결정타를 날렸다. 특히 플레이오프 5차전 결승타로 이름값을 해냈다. 한국시리즈서도 12타수 4안타 타율 0.333 3타점 1득점으로 상승세. 3차전서는 호수비도 한 차례 해냈다. 공수에서 두산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지난 수년간 포스트시즌서 약했다는 평가(사실 그렇게 약하지도 않았다.)를 뒤집는 맹활약.
결과적으로 김현수가 승부처에서 제 몫을 해내면서 두산은 3번 민병헌, 부상 중인 양의지까지 탄력을 받았다. 정수빈 허경민 테이블세터가 포스트시즌 내내 타격감이 좋다. 김현수가 중심을 잡으면서 상위타선의 팀 공헌이 높다. 반면 삼성 중심타선은 2~3차전서 무기력했다. 1차전서도 야마이코 나바로의 스리런포 외에는 팀 공헌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최형우가 흔들리면서 3번 나바로, 5번 박석민도 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
선발진과 4번 무게감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고스란히 팀 승패와 직결됐다. 두산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결정적인 이유다.
[니퍼트(위), 김현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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