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시 단기전은 수비 싸움이다.
야구의 특성상 실책은 경기 흐름과 승패를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요소. 흐름과 주도권 변화에 민감한 포스트시즌은 수비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이번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 1차전과 3차전 흐름이 경기 막판 결정적인 실책 하나로 확 바뀌었다.
삼성과 두산은 수비력이 비교적 좋다. 정규시즌서 두산은 93개, 삼성은 96개의 실책만을 범했다. 최소 3위와 5위. 그런데 사람인 이상 언제든 실책을 범할 수 있다. 문제는 실책의 시점과 품질. 1차전 두산의 실책과 3차전 삼성의 실책 모두 경기 막판 팽팽한 흐름서 터졌다. 자세히 살펴보면 수비의 기본적인 부분을 지키지 않았다. 알종의 질 나쁜 실책.
▲1차전-오재일 포구실책
두산이 8-7로 앞선 7회말 2사 1,2루. 숨 막히는 승부처였다. 삼성이 야마이코 나바로의 스리런포로 바짝 추격한 상황. 그리고 역전주자가 누상에 있었다. 두산은 마무리 이현승을 조기투입, 기민하게 대응했다. 그런데 이현승이 이지영 타석에서 2구째에 폭투를 범해 흔들렸다.
2사 2,3루 상황서 3구. 이지영이 쳤으나 빗맞았다. 이현승이 몇 발자국 앞으로 나가서 타구를 잡았다. 1루에 송구했다. 너무나도 평범한 장면, 그러나 1루수 오재일이 포구하지 못했다. 이현승의 송구는 3루 불펜으로 흘렀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삼성이 역전했다. 이후 더 이상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서 승부가 그대로 갈렸다.
당시 오재일의 포구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현장의 결론. 삼성 류중일 감독은 "1루수가 포구할 때 한 쪽 발이 투수 쪽으로 나와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오재일의 발 위치는 어정쩡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재일이가 빨리 공을 받고 베이스 태그를 한 뒤 주자를 피하려고 하다 공을 놓친 것 같다"라고 했다. 1루수가 포구와 동시에 베이스 태그를 한 뒤 타자주자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몸을 잽싸게 피하는 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 전에 포구 자세를 제대로 잡는 게 더욱 중요하다.
▲3차전-나바로 송구실책
두산이 3-1로 앞선 6회말 1사 만루. 두산은 1회 선제 실점한 뒤 더 많은 기회를 잡으며 삼성을 압박하고 있었다. 4회 2득점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5회에도 추가점을 뽑았다. 하지만, 삼성의 화력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 두산은 더 달아나야 했다. 추가점 기회를 놓치면 역습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6회, 중요한 승부처였다.
타석에는 허경민. 삼성 내야진과 타일러 클로이드-이지영 배터리의 긴장감도 극에 달했다. 허경민은 이번 포스트시즌서만 21안타를 작렬,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타이기록을 세울 정도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클로이드-이지영 배터리는 선전했다. 볼카운트 1B2S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4구째에 평범한 2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더블플레이가 유력했다.
2루수 나바로가 허경민의 타구를 손쉽게 잡았다. 그 순간 유격수 김상수는 자연스럽게 2루 베이스를 커버했다. 모두 4-6-3 더블플레이를 머릿속에 그렸다. 그러나 나바로는 오른팔을 들어 김상수에게 스스로 처리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2루 베이스를 찍어 2아웃.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나바로가 몸을 돌려 불안정한 자세로 1루로 공을 던졌다. 악송구가 됐다. 포구 범위가 넓은 1루수 채태인이 도저히 잡을 수 없었다.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5-1이 됐다. 애당초 나바로가 김상수에게 정상적으로 공을 토스했다면 가볍게 더블플레이로 이닝이 종료될 수 있었다. 그게 그 상황에서 해야 할 기본적인 플레이. 하지만, 기본을 무시한 나바로의 본헤드플레이가 삼성의 심리적 추격 마지노선을 완벽히 끊었다.
평범한 진리가 한국시리즈를 강타하고 있다. 수비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 찬스에서 한 방을 날리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오재일의 포구실책(위), 나바로의 송구실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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