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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을(乙)과 을의 전쟁. 사측의 을은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을을 공격하고 배신한다. 가진 것 없는 소위 '흙수저'들의 처절한 생존법이다.
1일 밤 방송된 JTBC 주말드라마 '송곳'(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 4회에서는 징계해고 위기에 처한 황준철(예성)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수인(지현우)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쉽지 않은 이수인은 부당해고를 막기 위해 푸르미 마트 직원들에게 노조 가입을 권유했지만 사교성 없는 그가 직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고신(안내상)은 이런 이수인에게 직원들의 신망을 받고 있는 인물 한 명을 우선 노조에 합류시키라고 조언했다. 이수인은 주강민(현우)에게 다가가 "저랑 노조 같이 하실래요?"고 권유의 말을 건넸지만, 주강민은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때 황준철이 평소 믿고 지내던 허과장(조재룡)으로부터 "네가 접대 받은 걸 회사가 알게 됐다. 징계 해고 처리가 되면 실업급여도 안 나온다. 네가 먼저 사표를 써라"는 말을 들었다. 한 순간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황준철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는 해고 실적을 올리기 위한 허과장의 음모였다. 이수인이 정민철(김희원) 부장의 컴퓨터에서 허과장이 황준철을 고발한 보고서를 발견한 것이었다. 이수인으로부터 사건의 전모를 전해들은 황준철은 배신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제 황준철 사건에 구고신이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구고신은 혈기만 가득한 황준철과 푸르미 마트의 젊은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항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가르쳤다. 그리고 구고신은 혹 황준철이 자신이 도울 만큼 깨끗한 인물이 아닐까봐 걱정하는 이수인에게 "당신이 지키려는 건 황준철이 아니라 인간이다. 시시한 그냥 인간. 우리가 하려는 건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려는 게 아니다.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이수인을 위시한 직원들의 항쟁이 시작됐다. "과장은 접대 받고 주임은 징계 받고", "잘라봐라 내 목 굵다" 등의 구호가 마트 내에 등장하자 점장 갸스통(다니엘) 등은 눈에 띄게 당황스러워했다. 찾아온 징계위원회 당일, 이수인은 회의장 진입을 거부당했다. 그리고 홀로 회의실에 들어선 황준철은 정민철 부장으로부터 "누가 앉으래? 그게 벌 받으러 온 사람의 태도야?"라는 일갈을 들었다.
갸스통이 요구하는 해고 실적을 맞추기 위해 동생처럼 대하던 황준철을 첫 번째 해고 타겟으로 정한 허과장, 회사의 방침에 어긋나는 행동을 이어가는 이수인 과장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정민철 부장, 집회를 연 비정규직과 그들을 막아선 아웃소싱 용역 등 '송곳' 내에서 벌어지는 대결은 모두 을과 을의 처절한 전쟁이다. 해고를 지시한 갸스통 점장 등 소위 갑들은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서둘러 전쟁을 마무리하라고 채근할 뿐이다.
이 가운데 허과장은 실적을 위해 황준철을 배신했고, 정민철은 이수인의 자리를 미끼로 주강민을 회유하려 했다. '송곳'은 이렇듯 함께 벼랑 끝에 선 이들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살아남으려 하는 흙수저의 슬픔을 무겁게 그려내고 있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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