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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JTBC 주말드라마 '송곳'에는 명대사가 넘쳐난다. 단순히 멋있는 대사라서가 아니라 '송곳'처럼 폐부를 찌르는 문장들이기에 더욱 시사 하는 바가 크다.
▲ "분명히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송곳 같은 인간이…."
푸르미 마트 과장 이수인(지현우)은 학창시절부터 육군사관학교, 지금의 푸르미 마트까지 늘 누군가의 걸림돌이 되어 온 인물이다. 아버지로부터 저항을 배운 이수인은 학창시절 촌지를 요구하는 교사에 반항하다 수차례 구타를 당했다. 한 학기 내내 행해지던 구타는 이수인의 어머니가 교사에게 촌지를 전한 뒤에야 멈췄다.
육군사관학교에서도 이수인은 학교 측의 부당한 선거 개입에 저항하다 퇴교 위기에 까지 몰리고 말았다. 이수인은 그렇게 늘 후회하면서도 저항하며 살아온 인물이었다.
푸르미 마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판매 사원들을 해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이수인은 "불법입니다. 전 못하겠습니다"라는 답을 내놨다. 푸르미 마트의 첫 번째 송곳은 바로 이수인이었다.
▲ "기분이 아주 더럽다. 하지만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다. 난 이미 죽었고, 내 발로 알아서 치워져 줄 마음은 조금도 없다. 날 치워봐라."
자신이 해고의 대상자가 아님에도 이수인은 푸르미 마트 사측을 향한 저항의 구심점이 됐다. 하지만 직원 중 그 누구도 선뜻 자신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수인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점장인 갸스통(다니엘)이 "여러분은 앞으로 진급이 없습니다. 임금 인상도 없고, 다른 점포로 이동도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영원히 내 밑에서 고통 받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과장 이수인 때문에…"라는 선전포고를 내놨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수치는 이수인의 의지를 강하게 만들었다.
▲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사람들은 대부분 그래도 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니까. 여러분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부당해고에 맞설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수인은 노동 상담소 소장 구고신(안내상)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구고신이 진행하는 노동법 강의를 듣던 이수인은 프랑스가 노조에 우호적인 문화를 가졌다는 말에 의아한 듯 질문했다. "푸르미마트는 프랑스 회사고 점장도 프랑스인인데 왜 법을 어기냐?"는 이수인의 질문에 대한, 구고신의 답은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여기서는 그래도 처벌을 받지 않으니까"라는 씁쓸한 것이었다.
▲ "우리가 하려는 건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려는 게 아니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이지."
허과장(조재룡)의 함정에 빠져 해고의 위기에 처한 황준철(예성)을 구하기 위해 이수인과 구고신은 고군분투했다. 이 과정에서 이수인은 자신이 돕고 있는 황준철이 실제로 선한 인물이 아니라면 어찌 해야 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됐다. 그를 느낀 구고신은 "악한 사람이라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되는 거냐?"고 물으며, 이것이 선한 이를 돕기 위한 싸움이 아닌 '시시한 약자와 시시한 강자'의 싸움임을 분명히 했다.
[사진 = JTBC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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