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은 선두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1일 삼성전 1라운드 패배를 설욕했다. 개막 후 16경기만에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거뒀다. 14승2패로 2위 모비스(11승5패)에 3경기 앞섰다. 올 시즌 오리온은 평균 득실마진 +8.8점으로 1위다. 그만큼 전력이 안정적이다.
대표팀 일정을 마친 이승현이 2라운드에 가세한 뒤 전력이 안정 궤도에 올라섰다. 이승현이 골밑 수비와 승부처 리바운드 등 오리온의 작은 약점들을 완벽에 가깝게 보완한다. 애런 헤인즈 문태종 허일영 등 기존의 화려한 포워드진에 최근 베테랑 김동욱과 젊은 가드 한호빈의 공헌도가 높다. 정재홍 등 부상자 공백은 느껴지지도 않는다. 경기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는 선수들 중 타 팀에서 메인 식스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추일승 감독은 "선수가 20명이다. 최근에는 훈련을 이원화(레귤러/D리그 멤버)했다"라고 털어놨다.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적고 선수층이 두꺼워 장기레이스에 최적화된 구성.
오리온은 지난 시즌에도 개막 8연승을 내달렸다. 그러나 시즌 중반 부상과 몇 가지 약점 등 변수들을 극복하지 못해 중위권으로 추락했다. 올 시즌에는 객관적인 전력도 강화됐고, 정신적 느슨함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오리온의 선두독주에 제동을 걸 팀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3위 그룹은 이미 오리온에 5.5경기 뒤졌다.
▲신경 쓰이는 모비스
현 시점에서 오리온의 선두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팀은 모비스다. 모비스는 1일 KCC에 패배하기 전까지 8연승을 내달렸다. 오리온의 7연승을 뛰어넘어 올 시즌 최다연승.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삼성으로 이적했고, 양동근이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느라 1라운드를 뛰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조직력이 좋아지고 있다. 유재학 감독이 비 시즌 오랜만에 모비스를 돌보면서, 밀도 높은 훈련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게 농구관계자들 분석. 양동근도 시즌 전 "대표팀 차출로 손발을 맞춰보지 못했다고 해도 이미 5~6년 같이 뛴 선수들"이라고 했다. 실제 함지훈을 필두로 김종근 송창용 전준범 천대현 박구영 등 주전과 백업을 오가는 국내 멤버들이 짧게는 2~3년, 길게는 5~6년간 함께 뛰었다. 이들은 유재학 감독의 복잡한 수비전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는 선수들.(유 감독이 개개인에게 가차 없이 약점을 지적하지만, 사실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깔려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채찍질하는 유 감독의 애정어린 질책이다.)
평균 82.4득점(2위)에, 75.3실점(1위)으로 오리온만큼 안정적이다. 리오 라이온스가 불의의 부상으로 퇴단했지만, 지난해 모비스에서 뛰었던 빅맨 아이라 클라크가 가세하면서 오히려 골밑 안정감이 배가됐다. 유 감독이 눈 여겨봤던 단신빅맨 커스버트 빅터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두 사람이 함지훈과 시너지효과를 발휘, 라틀리프 퇴단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운영과 공수 능력치에서 KBL 탑클래스 양동근이 가세하면서 쉽게 지지 않는다. 오리온이 시즌 중 한 번이라도 고비를 맞으면 모비스의 괴롭힘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마침 두 팀은 5일 고양에서 2라운드 맞대결을 갖는다. 오리온 선두독주가 공고해지느냐, 모비스의 맹추격으로 양강체제로 재편되느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한 판. 설령 이 경기서 오리온이 이겨 모비스를 4경기 차로 밀어낸다고 해도 여전히 2라운드일 뿐이다. 시즌 막판 모비스가 오리온의 대항마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분명하다.
▲불법도박 징계
KBL이 지난주에 발표한 불법도박 징계에 따르면, 시즌 개막 직전 기한부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던 대부분 선수가 곧 복귀한다. 2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선수들은 징계가 개막전부터 소급 적용됐다. 결국 4~5경기 정도 더 결장한 뒤 이달 내로 모습을 드러낸다. 3라운드를 기점으로 각 구단의 전력이 급변한다.
불법도박으로 징계를 받은 대부분 선수는 그동안 경기장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선수단과 같은 스케줄을 소화하며 팀 훈련을 소화했다. 때문에 복귀 후 실전감각만 찾는다면 예전의 기량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오세근이 복귀하는 KGC, 김선형이 복귀하는 SK는 실질적 전력이 가장 많이 올라갈 수 있다. KGC는 3위 그룹에서 선전 중이지만, 경기력의 기복이 있다. 고질적으로 부상자가 많다. 역시 잔부상이 많은 오세근의 몸 상태가 관건이다. 오세근이 7~80% 경기력만 발휘해도 KGC는 전력이 크게 강화된다. 8위에 처진 SK도 김선형 복귀로 전력을 가다듬는다. 수비력 기복을 완벽히 해소하지 못하더라도 경기운영의 안정감과 빠른 공수전환 차원에선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밖에 유병훈이 복귀하는 LG, 김현수와 김현민이 나란히 복귀하는 KT, 함준후가 복귀하는 전자랜드도 전력이 올라간다. 다만 이 팀들은 기본전력에 누수가 있는 만큼 이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오리온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리온도 장재석이 돌아오면서 이승현의 체력 세이브와 함께 제공권에서 도움을 받는다. 추일승 감독도 "재석이는 계속 운동하면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오리온 입장에선 불법도박 징계가 풀리는 순간 당장의 순위싸움에선 KGC가 가장 위협적이다. 장기적으로는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는 팀들을 체크해야 한다.
▲그 외의 변수들
그 외에도 변수는 도사리고 있다. KBL은 전통적으로 시즌 중 트레이드가 활발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시즌 막판 전력이 강해진 팀들도 더러 있었다. 기본적으로 1라운드와 2라운드 지명 외국선수들간의 트레이드는 금지된다. 그러나 국내선수와 외국선수가 동시에 팀을 이동할 경우 어떻게든 판도 변화의 가능성은 생긴다. 단신 빅맨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모비스, KT 케이스를 확인한 다른 팀들이 단신 외국선수를 교체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오리온 내부적인 변수. 외국선수 조 잭슨은 여전히 KBL에 적응 중이다. 추 감독은 "대부분 시간을 존 오펜스에 할애한다"라고 했다. 미국에서 뛰었던 시절 존 디펜스를 깨본 경험이 부족하다. 조직적인 공격 전개에도 미숙한 부분이 있다. 대부분 단신 외국선수가 이런 딜레마를 갖고 있다. 추 감독은 잭슨이 2쿼터 막판 개인플레이를 일삼자 3쿼터에 빼며 단호하게 대처했다.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내부적인 과제.
또 하나. 오리온은 공격의 팀이다. 공격력은 리그 최상위권이지만, 수비력은 리그 중상위권. 추일승 감독은 끊임없이 내부 경쟁을 유도한다. 그리고 많은 팀 디펜스를 구사한다. 그는 "김동욱 같은 베테랑들이 중심을 잘 잡는다"라고 했다. 사실 오리온에는 1대1 수비력이 좋지 않은 선수가 몇몇 있다. 그것을 변형 지역방어와 거기서 파생되는 트랩 디펜스 등 팀 수비로 보완한다. 한 관계자는 "정신적 느슨함을 배제해야 하고(지금까지는 통제가 잘 됐다.), 체력관리가 잘 이뤄져야 한다. 그것만 제대로 되면 오리온이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라고 했다.
현 시점에선 오리온의 선두독주에 무리가 없는 듯하다. 다만,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돌발변수를 극복하는 게 과제다.
[오리온 선수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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