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은 14년만에 우승 恨(한)을 풀었다.
극적인 V4다.(1982년, 1995년, 2001년, 2015년) 리그 최약체 수준의 불펜, 공헌도 낮은 외국선수들과 리그 최강 수준의 타선, 선발진이 공존한 전력 속에서 일궈낸 성과다.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 두산 특유의 끈끈한 덕아웃 문화 등은 분명 칭찬 받아야 마땅하다. 그렇게 두산은 2010년대 삼성왕조를 극적으로 종식시켰다.
그렇다면 두산은 삼성처럼 4~5년 이상 장기 집권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두산은 정규시즌 144경기서 3위를 차지했다. 정규시즌 5연패의 삼성과는 격차가 컸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도 기본적으로는 두산이 매우 잘했다. 하지만, 삼성 주축투수 3인방이 해외 원정도박사건에 연루, 엔트리에서 빠진 반사이익도 분명히 봤다. 두산의 오프시즌 과제는 무엇일까.
▲FA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축승회에서 2016년 통합 우승, 한국시리즈 2연패를 위해 선수단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아낌없는 지원의 출발은 전력의 유지. 두산은 올 시즌을 끝으로 간판타자 김현수와 오재원을 FA 시장에 보낸다. 김현수와 오재원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두산 핵심전력. 두산의 장기집권을 위해 이들은 당연히 필요하다.
2011년을 기점으로 FA 시장은 폭등해왔다. 공식적으로 90억원 계약도 나왔다. 김현수는 FA 시장이 과열됐을 때부터 100억원 시대를 열어젖힐 후보로 꼽혔다. 두산은 김현수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외국타자가 제 몫을 하지 못하는 와중에 4번 중책을 맡아 흔들림 없이 팀 타선의 중심 역할을 해냈다. 굳이 성적을 열거할 필요도 없이 정확성과 장타력을 갖춘 리그 최고의 왼손타자 중 한 명. 관건은 김현수의 의중. 그는 이미 에이전트를 선임했다. 메이저리그 극동 스카우트들은 올 시즌 수 차례 김현수를 체크하러 잠실에 나타났다. 심지어 지방 원정까지 쫓아온 스카우트들도 있었다. 김현수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해외진출의 적기이기도 하다. 물론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도중 몇 차례 우승할 경우 두산 잔류를 암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FA 오재원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준플레이오프 당시 서건창(넥센)과의 충돌로 팬들의 비난에 시달렸지만, 끝내 극복해냈다. 올 시즌 주장으로서 성적 외에 팀에 공헌한 부분도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 오재원-김재호 키스톤콤비는 김태형 감독의 지시 없이도 알아서 수비시프트를 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고, 벤치의 신뢰가 두텁다. 두산이 오재원을 놓치면 하위타선과 센터라인의 핵을 동시에 잃는다.
▲외국선수
시즌 중 한 야구관계자는 "두산은 외국선수들만 제 몫을 했다면 선두를 독주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올 시즌 두산의 외국선수들은 정규시즌서 기본적인 밥 값도 하지 못했다. 잭 루츠가 8경기만에 타율 0.111 1홈런 3타점을 기록하고 퇴출됐다. 데이빈슨 로메로도 76경기서 타율 0.253 12홈런 50타점에 그친 뒤 포스트시즌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유네스키 마야는 2승5패 평균자책점 8.17을 남기고 떠났다. 앤서니 스와잭은 20경기서 5승7패1홀드 평균자책점 5.26에 그쳤다. 심지어 준플레이오프 1경기 등판 후 부상으로 이탈했다. 더스틴 니퍼트는 포스트시즌서 극적인 반전투로 이름값을 했지만, 정규시즌서는 골반, 어깨, 서혜부 부상으로 6승5패 평균자책점 5.10에 머물렀다. 외국투수 3명 합계 13승, 외국타자 2명 합계 13홈런 53타점이었다.
스와잭과 로메로는 두산과 사실상 결별한다. 굳이 확인할 것도 없는 절차. 다만 니퍼트와는 재계약을 추진한다. 한국시리즈 기간 두산 관계자 역시 "당연히 재계약을 해야 한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니퍼트는 내년이면 만 35세. 하지만, 시즌 막판 예년의 스테미너를 완벽하게 회복했다. 그만한 외국인투수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올 시즌 공식 몸값은 150만달러. 정규시즌 부진으로 몸 값이 터무니 없이 올라가긴 힘들다. 적정선에서 재계약을 추진할 듯하다. 나머지 외국투수 1명과 외국타자 1명을 잘 뽑는 건 더더욱 중요하다. 확실한 2~3선발과 4번타자(김현수가 3번, 민병헌이 1번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를 구한다면 두산 전력은 업그레이드 된다.
▲젊은 투수 육성
두산의 포스트시즌 마운드 운영은 변칙적이었다. 선발진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간 뒤 마무리 이현승이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방식. 그러나 정규시즌서는 그럴 수 없다.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5.02로 7위였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 마운드로는 정규시즌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두산의 장기집권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두산의 리빌딩 시스템은 매력적이다. 허경민, 박건우 등 젊은 야수들의 성장과 기존 야수들의 공존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마운드 리빌딩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모든 팀이 그렇지만, 두산도 사정이 썩 좋지는 않다. 미래를 담보할 젊은 투수가 많지 않다. 대부분 주축 투수가 30대. 함덕주 진야곱 같은 젊은 투수들을 더 많이 키우고,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선수 팜이 가장 좋은 서울에서 신인들을 많이 수급했지만, 성과가 많지 않았던 것에 대한 내부적인 시스템 재점검도 필요하다.
KBO리그는 타고투저다. 정확히 말하면 투수들의 성장이 타자들보다 훨씬 더디다. 과거 마운드 왕국이라 불렸던 삼성도, 신생팀 KT도 마운드가 불안한 건 마찬가지. 두산이 삼성 왕조를 무너뜨리면서 내년 KBO리그 판도는 춘추전국시대가 예고됐다. 몇몇 팀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 삼성의 재도약 가능성도 있고, NC와 넥센 등 선수 육성 시스템이 탄탄한 팀들의 도약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 핵심 포인트는 마운드다. 장기적으로 이 대목은 FA, 외국선수 재계약 및 영입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두산의 장기집권을 위해서는 젊은 투수들의 큰 폭의 성장이 절실하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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