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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노멀 원’ 위르겐 클롭이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를 이겼다. 두 감독의 커리어만큼이나 기막힌 명승부는 아니었다. 수비 실수에 의해 선제골과 동점골이 나왔고 잘한 교체와 못한 교체로 인해 경기가 뒤집혔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도 있었다. 둘의 승부는, 그렇게 갈렸다.
#포메이션
무리뉴 감독은 갈비뼈 부상이 의심됐던 디에고 코스타를 원톱으로 내세웠다. 올 시즌 정상 컨디션이 아닌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벤치에 앉았고 하미레스와 존 오비 미켈이 더블 볼란치 역할을 수행했다. 에당 아자르는 측면이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대신 오스카가 왼쪽을 맡았다. 최근 무리뉴가 지적했던 아자르의 수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그리고 오른쪽 풀백은 커트 주마가 맡았다.
클롭 감독은 4-3-2-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하는 듯 했지만 제임스 밀너가 우측으로 크게 벌리고 엠레 찬이 이전보다 중앙에서 플레이하면서 4-2-3-1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사실상 ‘가짜 9번’ 제로톱 역할을 수행하면서 실질적인 포지셔닝은 4-2-4-0이었다.
#전반전
경기시작 4분 만에 첼시의 선제골이 터졌다.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의 크로스를 하미레스가 헤딩으로 꽂아 넣었다. 리버풀의 측면 방어가 다소 느슨한 상황에서 실점이 발생했다. 하미레스의 쇄도를 막지 못한 알레르토 모레노의 안일한 대처도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른 시간 한 방을 얻어맞은 리버풀은 전방 압박을 통해 경기를 주도했다. 반면 초반에 압박으로 맞섰던 첼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비라인이 점점 내려갔다.
파브레가스 대신 하미레스를 세운 첼시의 선택은 좋았다. 스피드가 빠른 하미레스는 역습 상황에서 윌리안과 함께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우려됐던 미켈과의 간격이 적절하게 유지되면서 포백을 안정적으로 보호했다. 하지만 전반전 추가시간 1대1 수비에서의 치명적인 실수는 경기 전체를 두고 봤을 때 큰 아쉬움이 남았다.
#피르미누
클롭 부임 후 처음으로 원톱을 맡은 피르미누는 전방에 머물지 않고 후방으로 자주 내려왔다. 그로인해 리버풀은 미드필더 지역에 ‘6명’이 밀집됐다. 이는 첼시의 센터백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버풀이 전반전에 경기를 주도했음에도 상대 수비지역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많이 잡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리버풀은 운이 좋게도 첼시 수비라인이 지나치게 내려간 전반전 추가시간에 박스 근처에서 기회를 잡았고 필리페 쿠티뉴의 동점골이 터졌다.
#후반전
무슨 이유에서인지 무리뉴는 후반에 오스카와 아자르의 위치를 바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자르를 빼고 호베르트 케네디를 투입했다. 클롭도 승부수를 던졌다. 6분 뒤 ‘미드필더’ 밀너 대신 ‘공격수’ 크리스티안 벤테케를 내보냈다. 벨기에 골잡이가 투입된 후 리버풀의 공격은 좀 더 단순해지고 직선적으로 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후방으로 자주 내려왔던 피르미누와 달리 벤테케는 전방에서 첼시 수비수와 직접 부딪혔다. 후방에서 한 번에 전방으로 공을 운반할 수 있게 됐다.
설상가상 첼시는 후반 25분에 미켈을 불러들이고 파브레가스를 투입했다. 이 교체는 결과적으로 첼시에게 ‘악수’가 됐다. 미켈이 파브레가스로 바뀌면서 첼시는 ‘패스’를 얻었지만 동시에 ‘높이’와 ‘수비’를 잃었다. 포백 위 자리를 지켰던 미켈과 달리 파브레가스는 좀 더 높은 위치로 전진했다. 그리고 4분 뒤 리버풀의 역전골이 터졌다. 벤테케가 후방 롱패스를 머리로 떨궈줬고 공은 쇄도하는 아담 랄라나를 거쳐 쿠티뉴의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됐다.
사실 파브레가스의 수비적인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애당초 무리뉴가 그를 선발에서 제외한 것도 그런 이유가 한 몫을 했다. 최근 네마냐 마티치마저도 최악의 컨디션 난조에 빠져 있지만, 차라리 파브레가스보단 수비적으론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쿠티뉴
브라질 출신의 쿠티뉴는 ‘슈팅’이 강점인 미드필더다. 일명 쿠티뉴존으로 불리는 페널티박스 외곽에서의 슈팅은 정확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먼 거리에서도 잘 때리는 쿠티뉴가 이날은 비교적 쉽게 상대 박스 근처로 진입했다. 첫 번째는 하미레스의 1대1 수비가 너무 허술했고 두 번째는 파브레가스, 하미레스의 수비가담이 없었다.
#감독
경기 후 무리뉴 감독은 “할 말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경기 내용을 묻는 질문에도,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도 무리뉴 대답은 똑같았다. 그는 “이번 경기가 첼시에서의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영국 현지 언론들도 “무리뉴가 당장 첼시를 떠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경질설은 사라졌다. 하지만 분위기가 점점 나빠지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스페셜 원’을 상대로 프리미어리그 첫 승을 거둔 ‘노멀 원’ 클롭은 “약간의 행운이 필요했다. 아마도 루카스 상황이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루카스는 이날 가장 많은 ‘6개’의 파울을 했다.
가장 논란이 된 장면은 후반에 하미레스의 돌파를 막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미켈이 비슷한 장면에서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충분히 ‘노란카드’가 예상되는 장면이었다. 이미 루카스가 1장의 경고를 받은 상태였기에 경기 흐름을 바꿀 만한 상황이었다. 영국 BBC 해설위원인 루드 굴리트는 “분명한 경고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틴 스크르텔과의 경합과정서 거친 행동을 보인 코스타에 대해서도 “아슬아슬했다”며 첼시 역시 운이 따랐다고 평가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英BBC MOTD 캡처]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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