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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배우 김윤석은 소위 '오버'가 없는 배우다. 감정적으로 과하게 표현될 수 있는 부분에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대사를 툭 내뱉고, 여유가 넘친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그가 표현한 김신부 또한 그랬다.
극중 12형상의 악귀가 든 부마자 영신(박소담)에의 원령을 꺼내려는 모습에서도, 김윤석이 연기한 김신부는 오버하지 않았다. 기도문을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를 돋보이게 했다.
"생소할 수 있는 기도문을 하다보면, 어색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 신부님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네가 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주를 믿고 맡기고 행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악귀에게 '넌 선을 넘었다'라는 대사를 할 때도 정말로 담대하게 말을 했어요. 김신부는 시종일관 평상심을 유지해야 하는 캐릭터였어요."
극중 강동원이 연기한 최부제는 어릴 적 여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소녀 영신을 구하기 위해 애썼다. 최부제의 행동에는 또렷한 정당성이 있었지만 김신부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소녀를 구할 만큼의 이유가 극중에서는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윤석은 "표현되지 않았지만, 최부제에게 '네 사연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대사로 김신부의 힘든 과거를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김윤석은 대사 하나하나를 허투루 생각하지 않았다.
"'평생 술 없이는 잠도 못자고, 악몽에 시달리고 아무런 보상도 없고 아무도 몰라줄 건데 넌 이 힘든 싸움을 할거냐'라고 최부제에게 말하는 김신부의 대사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사선을 넘어가는 느낌이에요. 서로 믿음이 쌓이게 되는 대목인데 굳이 종교적인 느낌을 떠나 각자의 인생에서도 한 번쯤 되뇌이게 되는 대사같아요."
담담하게 예식을 치러가는 김신부이지만, 몸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악귀와 마지막 싸움을 하는 모습에서는 다소 공포감을 느낄 만큼의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악귀를 다그치며 폭풍처럼 몰아치는 모습에 관객들은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울음이 터져나올 때는 신부를 뛰어넘어서 인간의 모습인 것 같아요. 하늘을 향해 '왜 이 아이를 선택하셨습니까'라는 부분에서 김신부의 인간적인 모습이 나와요.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3년간 시나리오를 연구한 장재현 감독을 믿고 우리 배우들을 믿었어요."
[김윤석.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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