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지승훈 인턴기자] 선수에서부터 감독까지 한 팀에서 우승을 거둔 감독이 탄생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이야기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만들며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지난 2001년 이후 14년만에 오르는 정상 자리이자 두산의 4번째 우승이다.
정규시즌 3위로 우승의 꿈을 키워왔다. 두산은 시즌내내 넥센 히어로즈와 3위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지난달 4일 잠실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 시즌 최종전에서 두산은 9-0이라는 뜻깊은 승리를 따내며 3위자리를 가져갔다. 같은 날 넥센은 삼성에게 패하며 삼성의 정규시즌 5연패 제물이 됐다. 3위와 4위는 천지차이였기에 김 감독의 3위 수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시즌을 진행하면서 김 감독은 자신만의 뚝심으로 경기를 이어갔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마운드를 책임진 장원준을 봤을 때 알 수 있다. 장원준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정규시즌 마지막 8경기에서 1승 6패를 기록해 두산 마운드를 불안하게만 했다. 하지만 그를 끝까지 기용한 사람, 김태형 감독이었다. 성적이 좋지 못하더라도 유일하게 선수를 믿은 것.
김 감독은 "(장)원준이를 생각하면 아쉽다. 본인이 더 답답할 것이다”면서 “투구에 문제는 없다. 불펜피칭 할 때도 굉장히 좋다"고 운을 뗐다. 이어 “1회부터 카운트를 잡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 흐름을 놓친 상태로 2회에 들어가면 그 경기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원준이는 2회까지만 잘 넘기면 이후에는 잘 끌고 간다”고 장원준을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스트라이크라 생각했는데 볼이 되면 다음 공이 몰리곤 한다”며 “잡아줬으면 끝나는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심리적인 부분이다. 초반에 제구가 안 될때 맞아나가면서 무너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보다 선수를 잘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정규시즌 부진했던 니퍼트를 선발로 꾸준히 기용한 것, 마무리투수로 이현승을 세운 것에 대해서도 그의 뚝심있는 경기운용을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두산과 2년 계약한 김태형 감독이다. 딱 1년 째 되는 시기에 그는 두산에 우승을 안겼다. 초보 감독이라는 이유로 시즌 초반 따가운 시선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별명 ‘곰탈 여우(곰의 탈을 쓴 여우)’처럼 김 감독은 무던한 듯한 속에서 날카로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두산의 질주를 이끌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005년 선동열, 2011년 류중일에 이어 사령탑 데뷔 첫 시즌 우승을 이끈 역대 3번째 감독이 됐다. 특히 선수와 감독입장에서 한 팀에서 우승을 이끌어낸 인물로는 프로야구 사상 첫 번째다. 지난 1995년 포수로, 지난 2001년 플레잉코치로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낸 바 있다.
이에 김 감독은 지난 31일 우승을 확정지은 후 인터뷰에서 “선수시절, 플레잉 코치때 우승한 것과 감독으로서 맞는 느낌 다 다르다. 정말 뜻깊고 기분이 좋다”고 웃음을 보였다.
여유가 있었다. 시즌 매경기 시작 전 김 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청하면 그만의 미소가 여유로움을 느끼게 했다. 특히 옷 주머니 속에 고이 넣은 손을 보면 긴장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또 초보감독임에도 불구 미디어데이에서 상대감독과의 기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않는 강인함이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기에 충분했다.
형님같은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믿고 격려했다. 팀이 경기에서 패할때도 항상 같은 말을 내놓았다. “선수들은 충분히 열심히 뛰었다. 고생했다.”
’허슬두‘(힘내라 두산). 두산의 슬로건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는 김태형 감독이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지승훈 기자 jshyh0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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