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조범현 KT 감독은 현역 시절 포지션이 포수였다. 배터리 코치 시절에는 박경완, 진갑용 등을 KBO 리그 역사에 남을 최고의 포수로 조련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조범현 감독이 또 한번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장성우다. 조 감독은 'KT의 미래'로 손꼽히던 우완투수 박세웅을 내주고 장성우를 받아들이는 4대4 대형 트레이드를 주도했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KT보다는 롯데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장성우는 강민호의 그늘에서 벗어나 KT에서 일약 주전 포수로 도약했다. 마침내 풀타임 선수로 거듭난 장성우는 133경기에 나와 타율 .284 13홈런 77타점을 기록하며 타격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 어느 포지션보다 포수에 관해서는 보는 눈이 높을 수밖에 없는 조 감독은 장성우를 업그레이드시키는데 관심이 컸다.
지난 시즌 중 "풀타임 첫 해니까 본인 챙기기도 바쁠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본인이 극복해야 한다"라는 조 감독은 "아직은 투수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겨우내 훈련이 필요하다"라고 장성우를 '완성형 포수'로 만들 야심을 드러냈다.
1군 첫 시즌을 최하위로 마무리했으나 KT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팀이다. 사실 장성우가 팀의 주전 포수로서 중심을 잡으니 KT도 극심했던 초반 부진을 털고 상승세를 탈 수 있었고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성우는 이러한 구단과 감독의 기대를 저버렸다. 감독, 선수, 치어리더 등 야구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까지 모욕한 내용이 전 여자친구의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린 것이다.
결국 장성우는 구단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팬심(心)'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KBO는 2일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3항에 의거,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120시간과 사회 봉사활동 12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고 KT는 내년 시즌 50경기 출장 정지, 연봉 동결, 벌금 2000만원이란 자체 징계를 확정했다.
KBO 리그는 각팀당 144경기를 치르기에 50경기 출장 정지로 인해 '시즌 아웃'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개막전부터 뛰지 못해 공백기를 보이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복귀해도 팬들의 싸늘한 반응 속에 제 기량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KBO 리그를 대표할 선수로 올라설 분수령에 서있던 그이기에 사생활에서 프로 의식을 발휘하지 못한 점이 정말 아쉽다.
자체 징계를 내린 KT도 적잖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루 아침에 내년 개막전 주전 포수가 사라졌으니 또 다른 포수를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도 시간이 빠듯한데 '믿는 구석'까지 사라졌다. 선수 개인이 평소 사생활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팀과 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우.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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