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자프로농구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KEB하나은행 혼혈선수 첼시 리. WKBL에 데뷔하자마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첼시 리 효과를 등에 업고 만년 하위권 팀에서 우승권 전력을 갖춘 팀으로 탈바꿈했다. 급기야 10일 통합 4연패에 도전하는 우리은행마저 잡았다. 그것도 원투펀치 샤데 휴스턴과 김정은 없이 일궈낸 성과였다.
첼시 리는 할머니가 한국사람이다. WKBL 규정에 따르면 조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한국인일 경우 국내선수 신분으로 인정된다. 박종천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쓸만한 혼혈선수를 찾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했고, 결국 첼시 리를 품에 안았다. 사실 하나은행에 앞서 첼시 리를 먼저 점 찍고 영입하려는 팀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하나은행이 첼시 리 영입전의 승자가 됐다. WKBL은 심사숙고 끝에 하나은행이 제출한 각종 서류를 통과시켰고, 첼시 리의 국내선수 신분을 인정했다. 첼시 리를 앞세운 하나은행은 2승1패로 시즌 출발이 좋다.
▲실체
신체조건을 살펴보자. 키가 190cm다. 체중은 100kg 이상으로 추정된다. 외모만 보면 영락 없는 외국선수. 골밑에서의 파워가 압도적이다. 파워를 바탕으로 자리를 잘 잡기 때문에 제공권 장악능력이 탁월하다. 경기당 13.3 리바운드로 리그 선두. 수비력도 준수하다. 골밑에서 버텨내는 수비가 좋다. 상대 움직임을 예측하고 요령 있게 움직이는 느낌은 아니다. 그러나 엄청난 탄력과 파워를 바탕으로 블로커로서의 능력이 탁월하다. 2.0블록으로 리그 2위. 결과적으로 운동능력은 어지간한 외국선수 이상이다. 수년간 포스트가 약했던 하나은행으로선 첼시 리의 이 정도 능력만으로도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된다.
다만, 전반적인 공격 테크닉은 투박한 편이다. 포스트업과 페이스업 동작 모두 풋워크가 부드러운 느낌은 아니다. 또한, 상대가 더블팀 혹은 극단적인 트리플팀을 하면 당황하는 모습이 있었다. 골밑에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서 볼을 받았을 때 그런 경향이 강했다. 그런 점에서 향후 첼시 리의 공격 습관이 간파될 경우 상대의 변칙적인 수비에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중거리슛이나 피딩 능력이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은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여자농구 한 관계자는 "아직 성장하는 선수다. 세부적인 테크닉은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라고 했다. 결정적으로 아직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 박종천 감독도 일찌감치 "대학 시절 어깨를 다쳐 1년간 쉬었다. 근력을 끌어올리고 몸무게를 4~5kg 정도 빼야 한다"라고 했다. 결국 시즌이 거듭되고 한국농구에 적응하면 첼시 리 위력은 더욱 막강해진다고 봐야 한다.
▲파급효과
첼시 리는 국내선수지만 외모에서 보듯 사실상 외국선수급. 실제 하나은행도 지난 3경기서 첼시 리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리가 국내선수이니 샤데 휴스턴 혹은 버니스 모스비와 동시에 뛴다. 파워와 신장에서 국내 최강급인 리에게 상대 팀들은 모두 외국센터를 매치업 상대로 붙였다. 사실상 국내선수들이 리를 1대1로 막는 건 불가능하다. 이는 결국 스코어러 샤데 휴스턴을 국내선수가 맡아야 한다는 의미. 이 효과가 엄청나다. 가뜩이나 휴스턴은 득점력이 탁월하다. 하나은행은 지난 3경기서 리, 휴스턴 동시 기용으로 발생하는 미스매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리그에서 수비조직력이 가장 좋은 우리은행도 리 효과에 결국 당했다. 이날 잔부상으로 휴스턴 대신 버니스 모스비가 메인 외국선수로 활용됐는데, 리 봉쇄에 주력하다 모스비에게 무려 28점을 헌납했다. 양지희와 사샤 굿렛의 출전시간을 늘렸지만, 효율적인 마크가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 하나은행을 상대하는 팀은 조직적인 트랩 수비와 로테이션, 극단적인 트리플팀, 혹은 맞춤형 지역방어를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하나은행의 약점이 가드진인 만큼 앞선에서의 강력한 압박으로 리와 외국선수가 볼 잡는 시간을 최소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
그러나 지금까지는 다른 팀들이 리의 정확한 플레이 스타일과 전력이 업그레이드 된 하나은행의 경기력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한 모양새다. 박종천 감독도 준비를 많이 했다. 실제 모스비, 휴스턴과 리의 심플한 하이 로 게임, 국내선수들의 움직임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김정은이 부상으로 당분간 결장하지만, 슈터 강이슬, 김이슬, 홍보람 등의 존재로 가드들의 극단적인 골밑 도움수비가 쉽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다.
첼시 리와 KEB 하나은행이 돌풍을 넘어 태풍을 일으킬 태세다. 분명히 하나은행의 전력은 업그레이드 됐다. 다만, 아직 시즌 초반이니 상대 팀들의 대응도 지켜봐야 한다. 나머지 5개 구단 감독들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첼시 리.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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