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반세기 넘게 명맥을 이어 온 대종상영화제가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이 진행되기 하루 전인 19일 남여주연배우 9인의 불참 소식이 전해졌다. 한 두명도 아닌 후보 전원이 불참을 결정한 이례적 사건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엄청난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다. 남여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 배우들. 게다가 활발히 활동 중인 만큼 스케줄 역시 빼곡히 차 있다. 임신한 전지현은 만삭의 몸이다.
이들에게 시상식 참석 요청이 전달된 건 약 일주일 전이다. 겉으로는 배우 한 명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여러 명의 노력이 수반된다. 여기에 스케줄을 조정할 경우 도미노처럼 다른 사람들의 스케줄까지 다 함께 변동될 뿐 아니라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배우들의 불참은 당연했다.
이는 대종상영화제 역시 인정한 부분이다. 대종상 측은 후보자(작) 확정이 늦어졌다며 “그런 부분에서 배우들이 시간을 내는데 애로점이 있자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배우와 관객 그리고 영화를 위한 시상식에 배우들이 참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내비쳤다.
대종상영화제 측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수의 네티즌은 싸늘한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불참 소식을 전한 배우들을 응원했고, 대종상의 인과응보라 평했다.
그동안 대종상은 대충상이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공정성과 신뢰도 면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몰아주기 시상으로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고 불참을 이유로 갑자기 한 배우를 후보에서 제외시켜 빈축을 샀다. 수상 결과에 불복해 무효소송이 일었으며, 모 수상자의 소속사가 금품을 돌렸다는 이야기가 돌아 구설수에 올랐다. 여기에 개최 자격과 권한을 놓고 법정다툼으로까지 이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등 수많은 사건 사고로 스스로의 권위를 깎아내렸다.
올해 역시 잡음이 반복됐는데 참석하지 않은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고 말해 ‘대리수상 불가’, ‘참석상’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부문의 경우 노미네이트가 당연해 보였던 배우가 후보에서 제외돼 의아함을 불러 일으켰다. 네티즌들의 투표가 진행된 어플리케이션은 유료 투표로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후보의 사진을 잘 못 공개하는 등 대종상영화제의 권위는 다시 한 번 흔들렸다.
때문에 다수의 배우들이 불참을 결정한 이번 상황이 더 안타깝다. 대종상영화제가 대중들이 믿고 인정하는, 배우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을 안겨주는, 진정한 영화인들의 축제로 자리매김 했다면 이처럼 많은 배우들이 대거 불참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대중들 역시 불참 배우를 응원하거나 현 상황을 대종상을 향한 배우들의 보이콧으로 속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된 영화제’이며 한 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불렸던 대종상영화제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영화와 함께 해왔지만 현재의 대종상영화제는 역사만 남고 권위는 실종된 모양새다. 생과 사의 기로에 놓인 대종상영화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 불참을 결정한 남여주연상 후보 손현주, 유아인, 하정우, 황정민, 한효주, 전지현, 엄정화, 김윤진, 김혜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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