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모비스와 우리은행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프로농구, 여자프로농구 디펜딩챔피언이다. 유재학 감독과 위성우 감독이라는 남녀농구 대표 명장이 이끌어가는 팀이기도 하다. 올 시즌 직전 두 팀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직전 시즌에 비해 쉽지 않겠다는 평가와 함께, 그래도 강호로 군림할 것이란 기대와 믿음이 묘하게 섞여있었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두 디펜딩챔피언은 고전하고 있다. 결과를 떠나서 경기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렇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나간다. 모비스는 15승6패로 선두 오리온을 2.5경기 차로 압박, 2위를 달리고 있다. 문태영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빠져나갔고, 송창용은 부상에 시달린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리빌딩과 성적을 모두 잡아내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5승1패로 혼전 속에서 단독선두로 치고 나왔다. 이승아의 부상, 포스트의 약화 속에서도 위성우 감독은 팀 중심을 잘 잡고 있다.
▲선수 업그레이드
두 감독은 '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초조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실전서 위기극복능력을 발휘해내고 있다. 결국 쓸만한 선수가 줄어드는 게 위기의 진원지인데, 두 감독은 실전서 활용 가능한 선수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재학 감독은 전준범을 제대로 키워내려고 한다. 이미 두 사람 사이의 어록은 수 없이 많이 공개됐다. 확실히 전준범의 코멘트에는 4차원 기질이 있다. 유 감독은 그런 특별함을 경기력으로 승화시키려고 한다. 외곽슛 능력에 수비력을 겸비한 완성형 포워드로 만드는 게 목표다. 문태영이 빠져나갔고, 최근에는 송창용도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전준범이 외곽에서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전준범은 여전히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비에서의 근성과 테크닉이 부족하다. 하지만, 올 시즌 점점 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 유 감독은 패스능력을 갖춘 가드 김주성, 속공전개와 수비에서 강점이 보이는 김수찬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19일 KCC전서는 김수찬이 전태풍을 괴롭힌 게 승리의 숨은 원동력이었다. 없으면 없는 자원 속에서도 최상의 결과를 얻어낸다.
위성우 감독은 최근 1~2년 사이 백업 가드 이은혜에게 많이 투자했다. 이승아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 미리 위기에 대비했다. 이승아는 발목 통증 여파로 비 시즌 운동량이 적었다. 때문에 위 감독은 이승아의 출전시간을 서서히 늘릴 계획이다. 대신 이은혜에게 주전 포인트가드를 맡겼다. 이승아의 경기력이 정상적으로 올라오면, 위 감독은 상황에 따라 이승아와 이은혜를 번갈아 쓸 수 있고, 박혜진의 체력도 비축할 수 있다. 이은혜는 지난 시즌에는 이승아의 공백을 메우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공수에서 팀 공헌도가 높아졌다. 끈질긴 수비력과 근성은 물론이고 득점력도 올라갔다. 이밖에 위 감독은 강영숙이 은퇴하자 양지희 백업 포워드 김단비의 기량을 많이 끌어올렸다. 여전히 백업이 약하지만, 위 감독은 실전서 뛸 수 있는 자원들의 경기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다.
▲전술변화
유재학 감독은 국내에서 상대의 전력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사령탑이다. 그 대응이 때로는 실패로 돌아갈 때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 차원에서는 결국 그의 선택이 맞아떨어질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유 감독은 국내에서 맨투맨 디펜스를 선호하는 대표적 지도자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유독 지역방어의 활용도가 높다. 1차적으로는 2~3번 자원이 약하고(문태영 퇴단으로 더 약해졌다), 외국인선수들의 파울 관리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가 있다. 아무래도 맨투맨은 체력과 파울관리에서 약점이 드러난다.
올 시즌부터 외국선수들의 활용 폭이 높아졌다. 4라운드부터는 2쿼터에도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뛴다. 기술이 좋은 외국선수도 즐비하다. 유 감독은 "주변환경 특성상 지역방어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한 적이 있다. 태생적으로 지역방어는 외곽슛에 약점을 보이지만, 유 감독은 약점을 최소화하는 움직임으로 국내 최고 전략전술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올 시즌 그가 고안한 3-2, 2-3 지역방어는 독특하다. 장신자가 탑에 서서 3-2 형태로 상대의 볼 투입 시간을 늦춘 뒤 공이 돌면 2-3으로 바꾼다. 상황에 따라 하이포스트로 떨어진 장신자가 다시 탑으로 나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드롭 존 형태로 다시 탑으로 나가더라도 그 타이밍이 불규칙적이다. 또한, 매치업 존 성격으로 볼을 잡은 공격수에겐 순간적으로 더블 팀(지역방어임에도 그렇다. 그만큼 움직임이 복잡하다)을 펼치기도 한다. 이 복잡한 지역방어를 그동안 시원스럽게 깬 팀은 선두 오리온이 유일했다. 결국 이 전술은 살아남기 위한 유 감독만의 비책이다.
위 감독도 전술변화에 민감하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즐비한 KBL에서는 통하지 않지만, WKBL에서는 여전히 통하는 하프코트, 4분의 3 코트 존 디펜스 프레스를 즐긴다. 흔히 하프라인, 4분의 3 지점에서부터 실시하는 지역방어로 알려져 있는데, 위 감독은 2~3년간 써오면서 계속 움직임을 조금씩 바꿔왔다. 다른 팀들이 우리은행 존 프레스를 많이 대비하고 극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 감독 역시 존 프레스를 계속 변형 및 발전시키고 있다. 본래 이 수비의 중심은 이승아였다. 그러나 이승아가 제대로 뛰지 못하는 상황서 이은혜가 완벽히 이 전술에 적응했다는 게 인상적인 대목이다. 위 감독은 "은혜도 완전히 적응했다. 아무래도 은혜가 들어갈 때와 승아가 들어갈 때, 상대 선수구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1-2-2, 2-1-2 형태의 존 프레스를 사용하는데, 볼을 잡는 위치에 따라 공을 적극적으로 뺏는 수비가 있고, 압박을 통해 상대 공격시간을 지연시키는 수비가 있다.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은 이은혜가 들어갈 때는 점프 디펜스가 가미되기도 한다. 하프라인, 사이드라인에선 존 프레스 위력이 매우 크다.
모비스와 우리은행은 위기 속에서도 2위와 1위로 순항 중이다. 예년보다는 분명 순위다툼 자체가 어려운 상황. 하지만, 두 명장의 치밀한 준비와 대응, 모비스와 우리은행 선수들의 헌신은 그 어느 팀들보다도 돋보인다. 올 시즌에도 모비스와 우리은행은 공통점이 보인다.
[모비스 선수들(위), 우리은행 선수들(아래). 사진 = KBL 제공,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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