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동과 교훈이 있었다.
김인식호의 극적인 4강 일본전 대역전극.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한국은 역대 최고의 도쿄대첩을 만들었다. 21일 미국-멕시코전 승자를 상대로 당당히 초대 우승에 도전한다. 반면 일본은 일본야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도쿄돔에서 굴욕을 맛봤다.
단 한 순간에 벌어진 대사건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그 속에서 뼈저린 감동과 교훈을 안았다. 이 부분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야구를 하루 이틀하고 그만둘 게 아니기 때문이다.
▲꼼수, 야구로 맞대응
이번 대회의 주최는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다. 그런데 WBSC 자체가 2020년 도쿄올림픽 부활을 위해 사실상 급조된 조직이란 한계가 있다. 현재 WBSC를 움직이는 주체는 사실상 일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들은 프리미어12를 성공적으로 런칭, 향후 올림픽에서 야구가 부활할 경우 이 대회를 예선 격으로 활용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WBSC는 국제대회를 관장하고 각종 현안을 중재할 역량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일본의 많은 도움 속에 태동한 건 사실이지만, 정작 이번 대회에 참가한 나머지 11개국은 대회가 지나치게 일본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 취재진을 비롯한 현지 외신들도 똑같은 반응. 일본 위주로 바뀌는 대회 스케줄, 타 국가들에 전혀 배려 없는 스케줄 배정과 이동 동선 등 공정성과 독립성이 떨어지는 대회운영에 일본의 꼼수가 베여있다.
김인식호가 그런 일본을 상대로 8회까지 꽁꽁 묶이다 9회 단 한번의 찬스서 4점을 뽑아내며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한국은 그동안 수 차례 일본전 역전극을 성사해왔지만, 이번 대역전극이 역대 가장 짜릿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 참가국들 중 전력이 가장 좋지만, 그래도 불안했는지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장치를 만들었다. 그런 일본을 상대로 한국이 조용히 야구로 응징했다. 한국으로선 감동의 순간이었고, 일본은 뼈저린 교훈을 느꼈다. 꼼수는 정도(正道)를 이길 수 없다.
▲최악에서 일궈낸 최선
김인식호는 들뜰 때가 아니다. 아직 가장 중요한 한 경기가 남아있다. 21일 미국-멕시코전 승자를 상대로 치르는 결승전서 이겨야 훗날 일본과의 준결승전 감동도 더욱 진하게 남을 것이다. 하지만, 설령 준우승을 차지한다고 해도 대표팀은 박수를 받을 수 있을 듯하다. 김인식호는 이미 충분히 감동을 남겼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번 야구대표팀은 역대 최악의 상황에서 출범했다. 10월 말부터 훈련에 들어갔지만, 완전체는 한국시리즈 직후 어렵게 구축됐다. 역대 그 어떤 대표팀보다도 피로감은 높았고, 준비는 부족했다. 단기전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마운드는 부상과 도박 스캔들로 역대 최약체 전력을 구축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국제무대 지휘 경험이 풍부한 김인식 감독은 위기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절묘한 마운드 운영으로 전력상 약점을 최소화했다. 선발투수에게 미련을 두지 않았다. 불펜 투수들을 잘게 끊어 상대 노출은 최소화하고, 그들의 에너지를 비축했다. 타선은 대회를 치르는 동안에도 기복이 있었지만, 적절한 선수기용과 작전구사로 득점력을 극대화시켰다. 주최 측의 꼼수는 한국으로선 병역혜택이 없는 대회서 승부욕을 불태우는 계기가 됐다. 김인식호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 단 한 경기 남았다. 김 감독은 야구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그 마음과 정신으로 7경기를 버텨냈다. 마무리만 잘 하면 된다.
[김인식 감독과 이대호(위), 일본 선수들(아래). 사진 = 일본 도쿄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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