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올해 11살을 맞은 마이데일리가 12살인 힙합그룹 에픽하이(타블로, 투컷, 미쓰라진)를 만났다. 실없는 농담 따먹기를 해도, 진지한 음악 이야기를 나눠도 매력이 뚝뚝 떨어지는 에픽하이 3인방이다. "저희는 올해 12주년인데, 저희보다 한 살 어리네요? 그래도 한 살 차이니까 말 놓죠? 앞으로 마이데일리와는 말 놓고 지내는 걸로! 하하하!"
갑작스런 타블로의 고백은 어쩌면 무거울 수 있었지만, 끝은 역시나 유쾌했다. 그리고 조금 오글오글했지만, 분명히 훈훈했다.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 나무 아래서 '영원한 의리'를 약속했던 모습이 이러했을 지도 모르겠다. 에픽하이를 또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그건 '형제'라는 단어다.
한참 동안 콘서트 이야기를 전하던 타블로는 "대인기피증이 오래 됐어요"라며 "그래가지고 콘서트 하는 것도,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그걸 되게 불편해 했죠. 음악으로 대중들을 접하는 건 좋은데 사람들을 직접 보는 건 되게 불편했어요"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미국 공연에서 투컷과 미쓰라진이 같이 갈 수 없어서 혼자 무대에 선 적이 있었어요. 혼자서 두 번 정도였는데, 저 혼자 무대에 서니까 너무 떨리는 거예요. 멘트도 제대로 못하고, 제가 '본헤이터'를 무대에서 적어도 300번은 했었는데, 가사를 까먹었어요. 그 이후에 대학교 축제가 있어서 셋이 같이 하는데, 그 때는 또 괜찮더라고요. 공연을 멤버들과 같이 해야 하는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타블로가 솔로 앨범을 낸지 5년이 다 되어 가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그래서 솔로앨범을 계속 미루게 되는 거 같아요. 내년이면 '열꽃'을 낸지 5년 이더라고요. 혼자 뭘 하는 게 극도로, 예전보다 훨씬 힘들어요. 그래서 솔로 앨범이나 활동을 되게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투컷, 미쓰라진과 같이 있을 때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혼자 하는 거 진심으로 너무 힘들어요. 최근에 절실하게 느꼈어요."
그러면서 타블로는 옆에 있는 투컷과 미쓰라진을 바라보며 "너희들에겐 12년 만에 듣는 최고의 희소식이지?"라고 했다. 타블로는 곧 진담인 듯 농담인 듯 "사랑해 투컷, 미쓰라진 사랑해"라고 말했다.
에픽하이는 올해로 데뷔 12주년을 맞았다. "2020년엔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냐", "에픽하이는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타블로는 "저희 셋이 그냥 계속 같이 웃고 그러고 있을 수 있으면 좋겠고, 아마 실제로도 그럴 거예요"라고 답했다. 투컷은 "실없는 농담 같은 거 주고 받으면서?"라며 "우리는 헤어질 수 없어요. 이번 생엔 끝까지 함께 가는 걸로 합의를 봤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미쓰라진은 "이젠 대충 알아요. 떨어지면 안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어요. 제가 못 하는 부분을 굉장히 잘 하는 두 사람이죠. 제가 공부를 하건 뭘 하건 안 되는데 멤버들은 그걸 해요. 성격적인 부분도 그렇고, 잘 맞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타블로는 "저희 세 명은 회사나 비즈니스가 아니에요. 회사나 비즈니스는 시간이 변하면 이 시대에 맞게 뭔가를 변경하고 그 순간에 뛰어난 사람들로 교체하고 그러는데 저희는 형제 같은 거죠. 원래 형제들이 다 크면 잘 안 보다가도 중요한 일이 있다거나 어떤 사람에게 문제가 있으면 금새 다 모이잖아요. 저희는 항상 그렇게 해 왔어요"라고 묵직하게 말했다.
이후 순간의 정적에 타블로는 어색했는지 "이런 말 원래 안 하는데 며칠 동안 좀 불편할 것 같아요. 멤버들 얼굴을 잘 못 보겠어요"라며 웃었다. 투컷은 "이런 건 평생 놀림 받을 말인데"라며 "내가 했으면 어땠을까. 완전 진정성이 없었을 거야"라고 농담을 했다. 타블로는 "만약에 네가 했으면 안 믿었을 거야"라고 말하며 웃었다. 에픽하이는 진짜 형제였다.
에픽하이는 내달 5일 부산 KBS홀에서 콘서트를 열고 오는 11일과 12일 양일에 걸쳐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팍공원 올림픽홀에서 서울 콘서트로 팬들을 만난다.
[힙합그룹 에픽하이.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