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전히 KBO리그 외국인선수 계약제도는 투명하지 않다.
KBO는 2014년 1월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제를 없앴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후 외국인선수와의 계약은 단년계약을 골자로 하되, 최대 30만달러를 넘길 수 없었다. 이듬해 재계약하더라도 몸값 총액은 25%만 인상할 수 있었다.
16년이 흐르면서 이 제도는 완벽히 의미를 잃었다. KBO는 뒤늦게 시대 흐름을 따라갔다. 하지만, 야구관계자들은 외국인선수 계약 제도가 여전히 수정 및 보완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월 연봉 상한제가 사라졌지만, 외국인선수의 계약기간은 공식적으로 여전히 1년. 이 조항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년계약 허용의 당위성
KBO리그는 외국인선수 도입 초창기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 30만달러 조항이 유명무실해진 것도 리그 수준이 올라가면서 그 금액으로는 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만한 외국인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계약기간 역시 마찬가지. 기본적으로 KBO리그에 뛰어드는 외국인선수들의 수준과 몸값은 높아졌다. 동시에 이들에 대한 일본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수요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일본리그의 경우 일본 구단들이 직접적으로 KBO리그 최상위급 외국인 선수들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또한, 수준급 활약을 펼친 일부 젊은 외국인선수의 경우 여전히 메이저리그 꿈을 갖고 있기도 하다.
국내 구단들이 특급 외국인선수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국내는 물론, 일본 구단과의 경합을 이겨내야 한다. 그런데 영입을 한다고 해도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면 매년 일본의 공세를 극복해야 한다. 더구나 일본은 공식적으로 외국인선수와의 다년계약이 가능하다. 외국인선수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다년계약을 허용하는 일본의 러브콜을 무시할 수 없다. 환율 현실상 국내 구단이 일본 구단과의 머니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높지 않다. 결국 국내 구단들은 아주 어렵게 좋은 외국인선수를 영입해서 1년간 재미를 봐도 매년 일본에 빼앗길 위기에 놓이는 것이다. 릭 밴덴헐크, 앤디 밴헤켄이 그런 방식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심지어 넥센은 벤헤켄과의 재계약 합의 후 이적료를 받고 세이부에 양도했다. 야마이코 나바로 또한 지바롯데의 레이더망에 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한 관계자는 "그래서 국내구단들이 좋은 외국선수를 다년 계약으로 묶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몇몇 구단들이 2~3년 전부터 외국인선수 2년 계약을 암암리에 해왔다는 게 정설. 2년 계약을 하면 자연히 계약규모는 커진다. 하지만, 일본 공세를 적절히 차단하면서 좋은 외국인선수를 안정적으로 보유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규정을 어길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쯤 되면 KBO가 외국인선수 다년계약 허용을 공식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과제들
외국인선수 다년계약을 허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꼭 그렇지는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KBO가 외국인선수에게 공식적으로 다년계약을 허용하면 결국 그 부담은 구단이 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년계약은 단년계약보다 필연적으로 규모가 크다. 좋은 선수를 안정적으로 보유하는 건 고무적이지만, 어쨌든 구단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
100만달러가 넘는 외국인선수들은 모기업으로부터 운영비를 받아서 쓰는 구단으로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다년 계약이 공식적으로 허용되면 총액 2~300만달러를 넘어서는 외국인선수가 수두룩해질 전망. 구단들로선 다년 계약이 공식적으로 허용되면 외국인선수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다년계약을 맺은 외국인선수가 부상 혹은 부진으로 첫 시즌부터 제 몫을 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구단이 손해를 볼 수 있다. +1과 같은 조건부 다년계약 등 각종 옵션을 통해 구단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설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에이전트를 앞세운 외국인선수 입장에선 중도에 퇴단하더라도 몸값을 최대한 챙길 수 있는 계약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좋은 외국인선수 모시기에 혈안이 된 국내구단들도 막상 울며 겨자 먹기로 다년계약을 시도해야 할지도 모른다.
외국인선수 다년계약에 대한 당위성은 확실하다. 만약 다년계약을 허용한다면 장수 외국인선수의 신분에 대한 세부적인 조율도 필요하다. 그리고 다년계약의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필요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외국인선수 보유한도를 늘리되, 1군 등록에만 제한을 둬 외국인선수 몸값 과열과 다년계약 리스크를 동시에 낮출 필요가 있다"라는 지적도 한다. 물론 이 부분에선 국내 유망주 관리와 보호 여부도 고려돼야 한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옮긴 밴헤켄(위), 밴덴헐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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