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네요."
삼성 이승엽의 방망이는 한국나이로 불혹을 맞이한 올 시즌에도 날카롭게 돌아갔다. 타율 0.332(7위), 26홈런, 90타점, 장타율 0.562(8위)를 기록했다. 개인통산 400홈런을 돌파했고 프로 21년만에 타율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올 시즌에도 이승엽은 골든글러브를 꼈다. 역대 최다 10개째 수집. 그는 1997년~2003년까지 7년 연속 1루수 황금장갑을 꼈다. 골든글러브 역대 최다 연속수상 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 복귀 후 2012년과 2014년에 이어 올 시즌에는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일본진출로 8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이승엽보다 골든글러브를 많이 수집한 선수는 없다.
▲40대에게 희망을
이승엽은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 직후에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며 젊은 선수들과의 선의의 경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나이는 화두였다. 이승엽은 여전히 나이 앞에 자신감이 있다. 1달 뒤 만으로도 불혹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이승엽보다 잘 치는 타자는 많지 않다.
이승엽은 "나이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특히 40대 가장들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상으로 40대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많은 40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만족한다"라고 했다. 이승엽은 실제로 올 시즌에도 맹활약을 펼치자 중, 장년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는 "실제로 주변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많다. 40대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데 내 활약에 힘을 얻는다고 하시니 오히려 내가 더 힘이 생긴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승엽은 올해 만 39세3개월20일로 역대 최고령 골든글러버가 됐다. 내년에는 역대 최초 40대 골든글러버에 도전한다. 내년에도 골든글러브를 차지한다면 이 땅의 40대에게 더 큰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 그는 "내년에도 골든글러브를 받을 수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골든글러브가 될 것이다. 20대에게 실력과 정신력 모두 뒤지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야구가 재미있다
이승엽은 "야구가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라고 했다. KBO리그를 집어삼켰던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보다 오히려 삼성에 돌아온 뒤 야구가 더 재미있다는 이승엽이다. 그는 "지난 4년이 1990년대보다 더 재미있었다. 야구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다"라고 돌아봤다.
왜 이제 야구의 재미를 느끼는 걸까. 이승엽은 "예전에 한창 잘했을 때는 야구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은 옛날만큼 야구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를 훨씬 더 많이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끼고 있다"라고 웃었다. 타격 폼을 수정하고, 홈런보다는 정확한 임팩트에 중점을 주면서 강타자 이미지를 지키고 있지만, 변화 속에서 고생도 많이 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그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오히려 재미를 느꼈다.
이승엽은 "이젠 기록에 욕심이 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84개 남은 500홈런은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2000안타(-140개)를 치고 싶긴 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2년간 야구를 더 할 수 있게 됐다. 한국야구와 삼성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승엽은 2년 36억원에 FA 재계약을 체결했다. 다음주부터 2016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나눔, 액수가 중요하지 않다
이승엽이 FA 계약을 체결하면서 정작 주목 받은 건 재단 설립이었다. 그는 계약금 일부(3억원)를 활용, 이승엽 재단을 만들어 한국 유소년 야구 발전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야구 선수들 중 자신의 이름을 따서 재단을 만든 건 박찬호 이후 이승엽이 두 번째다.
또한, 이승엽은 사회복지단체 청나래에 박석민(NC)과 함께 꾸준히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홈런 1개당 소정의 금액을 기부,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중요한 건 나눔에 대한 진정성.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이승엽은 "기부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승엽은 나눔이야말로 야구 팬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기부에 대한 확고한 철학도 있다. 이승엽은 "공인이든 아니든 신분이 중요하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만원이든 10만원이든 액수도 중요하지 않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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