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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루이스 판 할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후 볼프스부르크전을 ‘크레이지 게임(미친 경기)’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레이지했던 건 경기를 설계한 그의 이상한 선택이었다. 이미 많은 선수가 부상으로 쓰러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또한 밖에서는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볼프스부르크 원정에 나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발 명단은 조금 이상했다.
#지독한 부상의 늪
볼프스부르크전을 이해하기 위해선 맨유의 부상자를 파악해야 한다. 이미 루크 쇼를 잃은 상황에서 판 할은 웨인 루니, 안드레 에레라, 모건 슈나이덜린, 필 존스, 마르코스 로호, 안토니오 발렌시아 등 없이 독일 원정에 나섰다. 패디 맥네어가 명단에 합류했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었다. 어쨌든, 맨유에겐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PSV아인트호벤의 경기 결과에 따라 무승부로도 16강에 갈 수 있었지만 자력 진출을 위해선 볼프스부르크를 꺾어야 했다(실제로 PSV는 CSKA모스크바를 2-1로 꺾었다). 때문에 공격적인 동시에 실점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요구됐다.
#판 할의 선택
헌데, 판 할은 올 시즌 처음 보는 포백을 가동했다. 93년생 기예르모 바렐라가 맨유 입단 후 첫 1군 기회를 잡았고 마테오 다르미안은 왼쪽 풀백으로 이동했다. 일반적으로 수비라인을 갑자기 바꾸는 전략은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호흡’의 문제다. 패스의 방향과 타이밍 또는 움직임의 패턴은 시즌을 치르면서 축적된다. 하지만 갑자기 새로운 선수가 들어오면 혼란이 생긴다. 바렐라는 8개의 태클을 성공하며 수비적으로는 안정적인 듯 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 내내 안드레 쉬얼레의 뒷공간 돌파에 고전했다. 쉬얼레의 결정력이 좋았다면 선제골을 넣은 건 맨유가 아닌 볼프스부르크가 될 수 있었다. 다르미안의 왼쪽 배치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몇 차례 증명됐지만 다르미안은 왼쪽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른발잡이인 다르미안은 부상으로 교체될 때까지 단 2개의 크로스만 기록했다. 차라리 애슐리 영을 배치하는 것이 공격적인 부분에선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판 할은 다르미안이 다치자 영이 아닌 18살 캐머런 보스윅-잭슨을 투입했다. 이 정도면 터치라인에서 몸을 풀던 영의 몸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할 수 밖 없지 않을까.
미드필더 지역도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짝으로 마루앙 펠라이니를 세웠다. 펠라이니가 중앙 미드필더를 소화한 적은 있지만 최근에는 주로 교체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판 할은 캐릭을 벤치에 앉혔다. 이에 대해 폴 스콜스는 지난 달 ‘BT 스포츠’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 판 할은 캐릭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캐릭이 1경기를 출전하면 3경기를 못 뛴다. 퍼거슨이 말했듯이 캐릭은 경기를 조율하는데 있어 중요한 선수다. 퍼거슨도 캐릭을 4~5경기 연속해서 출전시켰다”
아마도 판 할 감독은 세트피스에서 펠라이니의 높이를 활용하려는 것 같았다. 실제로 1-2로 뒤진 상황에서 터진 상대 자책골도 펠라이니의 머리에서 나왔고 이전에도 코너킥에서 결정적인 헤딩을 시도했다. 또한 볼프스부르크가 나우두, 단테 등 신장이 좋은 센터백을 보유한 점도 펠라이니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다만, 높이를 제외한 전개와 점유라는 측면에선 펠라이니 카드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올 시즌 점유율 만큼은 높이 가져갔던 맨유가 전반전 점유율에서 뒤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공격은 큰 변화가 없었다. 앙토니 마샬이 원톱을 맡았고 제시 린가드와 멤피스 데파이가 좌우 측면에 포진했다. ‘10번(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은 후안 마타가 수행했다. 그러나 낯설지 않은 전형 때문일까. 답답했던 공격력도 그대로였다. 마타가 한 차례 스루패스로 마샬의 선제골을 도왔지만 거기까지였다. 마타는 상대 박스 안으로 공을 연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박스 안 패스가 단 2차례에 불과했다. 데파이도 실망만 안겼다. 3차례 크로스는 모두 불발됐고 1대1 돌파도 4번 시도해 1번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반대쪽의 린가드도 마찬가지였다. 슈팅 타이밍이 늦거나 돌파가 번번이 가로막혔다.
#이상한 교체
선발보다 더 이상했던 건 교체였다. 잘못된 상황을 바꾸긴 커녕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다르미안의 부상으로 1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한 판 할은 후반 24분에 두 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볼프스부르크에게 1-2로 역전된 상태였기 때문에 승부수가 필요했던 상황이긴 했다. 그러나 그의 교체는 애매했다. 슈바인슈타이거와 마타를 빼고 그 자리에 캐릭과 닉 포웰을 배치했다. 전술적인 변화가 아닌 선수 변화를 통한 일종의 체력적인 보충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캐릭은 슈바인슈타이거가 했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포웰은 마타의 자리에 섰다. 더구나 지난 1월 임대 복귀 후 주로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포웰의 투입은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벤치에는 앞서 언급한 영과 안드레아스 페헤이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판 할은 슈바인슈타이거의 경기력에 실망한 듯 한 발언을 했다. 그는 “슈바인슈타이거도 사람이다. 그러나 오늘 경기는 내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봤던 그 선수가 아닌 것 같았다”
#강제 공격수 스몰링
후반 37분 맨유는 상대 자책골로 2-2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교체로 인한 결과로 보긴 어렵다. 펠라이니는 경기 내내 이러한 헤딩을 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성급했던 판 할의 교체는 2분 뒤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캐릭과 포웰 투입 후 크리스 스몰링이 부상을 당했다. 이미 교체 카드를 모두 쓴 판 할은 다리를 절뚝거리는 스몰링을 어쩔 수 없이 전방으로 올렸다. 이처럼 판 할은 경기 내내 준비된 전략이 아닌 상황에 따른 수동적 변화를 가져갔다. 그리고 이를 지켜본 스콜스는 “맨유는 평범한 팀처럼 보였다. 당연한 패배다”고 혹평했다.
그에 반해 디터 헤킹 감독은 효과적인 용병술로 승리를 따냈다. 막스 크루제를 제로톱으로 활용하고 비에이리냐의 활동 영역을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시키며 맨유와의 중원 싸움에서 수적인 우위를 가져갔다. 동시에 쉬얼레를 좌측으로 넓게 포진시켜 의도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바렐라를 공략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세트피스에서 나우두를 활용한 패턴 플레이에서도 헤킹 감독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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