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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몇 십 년 전 우리 언니, 누나들이 너무 기가 막힌 고통을 겪었다."
위안부 문제가 다시 한 번 우리 사회 가장 뜨거운 화두로 등장한 이 때,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KBS 1TV 특집극 '눈길'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31일 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2015 KBS 연기대상'에서 '눈길'은 2관왕에 오르며 조용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주인공 최종분의 15세 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 김향기가 청소년연기상을, 2015년의 모습을 연기한 배우 김영옥이 연작·단막극상을 수상한 것이었다.
지난해 2월 28일과 3월 1일 방송된 '눈길'은 1940대를 배경으로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열다섯 살 종분과 영애(김새론)가 처참하고 비극적인 운명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그려낸 수작이다. 작품이 가지는 의미와 높은 완성도 덕분에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돼 상영되기도 했고, 중국 금계백화장에서는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바도 있다.
이날 수상소감에도 진한 여운이 있었다. 김영옥은 "쑥스럽다. 너무 많은 작품을 하면서 바쁜 중에 이 작품이 들어왔는데 겁이 났다. 할 수 있을까 하다가 그래도 욕심이 나서 덤빈 작품이었다. 나보다 아역상을 탄 김향기 등 어린이들이 너무 실감나게 잘 해줬다"며 "감독은 짧은 일정이었는데 저러다 다치지 않나 할 정도로 고생을 했다. 스태프들도 추운 날씨 속에서 촬영을 하다보니 내가 괜찮을까 걱정을 했다고 하더라. 잘했다기 보다 모두들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한 결과가 이것 같다. '눈길'을 안 본 사람들은 꼭 찾아서 봐 달라. 몇 십 년 전 우리 언니, 누나들이 너무 기가 막힌 고통을 겪었다는 것을 알아 달라. 보면서 먹먹해지고 뭔가 다른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고 당부했다.
김향기 또한 "'눈길'이라는 작품이 단막극이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미가 있을 작품이라 생각한다"는 당찬 말로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앞서 '눈길'을 만든 제작진은 본 방송 당시 다음과 같은 기획의도를 전한 바 있다. "2015년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다. 그러나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의 시계는 여전히 과거에 멈춰있다. ‘나라가 힘이 없어, 배우질 못해, 배가 고파서' 따라가고, 끌려간 분들의 이야기다. 이제와 뒤늦게 위안부 이야기냐며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폭력은 언제나 더 약한 존재를 짓밟아 왔고, 힘의 논리와 전쟁으로 인한 여성의 피해는 지금도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 이것이 더 늦기 전에 아직 끝나지 않은 위안부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다. 불편하지만 되새겨 보아야 한다. 역사를 망각하면 비극은 되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눈길'에게 건네진 두 개의 트로피는 시청자에게 최근 화두로 떠오른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진 = KBS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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