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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그동안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 온 문제중 하나가 바로 '쪽대본'이었다. 녹화 당일까지 대본이 나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뒤늦게 나온 대본을 외우기 급급해 정작 연기에는 집중하지 못한다는 배우들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순재 김혜자 등 중견 배우들이 숱하게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상황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
쪽대본이 하나의 드라마 제작 관행으로 굳혀지면서 드라마의 질은 떨어졌다. 소위 '막장'이라 불리는 드라마들이 범람했고, 새로운 작품이 나와도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은 사라질 줄 몰랐다. 그런 와중에도 속속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인기작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그런 인기작품들 역시 쪽대본의 굴레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변명도 더는 먹혀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이 마저도 결코 쉽지 않았다. SBS 드라마 '비천무'(2008) '사랑해'(2008), MBC 드라마 '로드넘버원'(2010) 등 일부 작품들이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졌지만, 흥행에서는 참패했다. 이런 뼈아픈 경험 탓에 사전제작이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드는 대안이 분명함에도 쉽사리 시도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KBS에서는 무려 두 편의 사전제작 드라마를 선보인다.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16부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촬영을 이미 모두 마쳤고, 수지 김우빈 주연의 '함부로 애틋하게' 역시 내년 7월 편성을 확정하고 촬영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이영애의 10년만의 복귀작 SBS '사임당 더 허스토리', 드라마 '화랑' '달의 연인' 등이 사전제작에 들어가 편성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갑자기 사전제작 열풍이 불어닥친 이유는 중국 시장의 영향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해외 제작 드라마를 포함한 동영상 콘텐츠를 사전 심의 하기로 해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드라마들이 한중 양국에서 동시 방송을 하려는 의도로 사전제작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드라마의 중국 시장에서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효과가 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대본을 수정하거나, 즉각적인 PPL(간접광고) 투입이 어렵다는 부작용도 생겨난다.
올해 '태양의 후예'와 '함부로 애틋하게'의 성공 여부는 사전제작 시스템의 정착 가능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전망이다. 비록 중국의 영향으로 부랴부랴 사전제작에 들어간 모양새이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낸다면 고질적인 쪽대본 관행에 안녕을 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 사전제작 드라마의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태양의 후예' 스틸, '함부로 애틋하게' 주연 4인방 김우빈 수지 임주환 임주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바른손 NEW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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