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격투기 수준으로 훈련을 했죠."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훈련량이 많은 사령탑이다. 하지만, 올 시즌 훈련량은 예전보다 많지 않다. 위 감독이 최하위를 밥 먹듯 했던 우리은행을 처음 맡았을 때와 통합 4연패를 향해 질주 중인 지금의 우리은행은 실전서 구현하는 농구의 클래스가 다르다.
현재 우리은행은 위 감독의 농구를 실전서 완벽에 가깝게 이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의 주 무기 존 디펜스 트랩 프레스(이하 존 프레스)는 치밀한 연구, 엄청난 훈련에 의해 탄생한 결실이다. 그런데 우리은행 농구를 단순히 존 프레스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눈에 쉽게 띄지 않는 부분에도 위 감독의 디테일한 농구가 투영돼있다.
▲리바운드의 위력
우리은행은 암흑기 시절 거의 매 시즌 리바운드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위 감독 부임 후 매 시즌 공격, 수비 리바운드 모두 상위권이다. 올 시즌에도 우리은행은 수비리바운드 1위(경기당 25.8개), 공격리바운드 2위(경기당 11.58개), 합계 팀 리바운드 37.4개로 1위를 달린다.
우리은행은 팀 평균신장이 월등하게 높은 팀이 아니다. 첼시 리와 샤데 휴스턴 혹은 버니스 모스비를 동시에 투입할 수 있는 KEB하나은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리바운드 장악능력은 하나은행과 거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국내선수의 전체적인 리바운드 장악은 우리은행이 앞선다. 첼시 리가 평균 10.76개로 전체 1위를 달리지만, 국내 선수 2~3위가 박혜진(6.89개), 양지희(6개)다. 공격리바운드 10걸에는 쉐키나 스트릭렌, 사샤 굿렛, 박혜진, 양지희 등 우리은행 선수가 4명이나 포함됐다.
▲리바운드 마인드
지도자들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리바운드를 강조한다. 상대 공격의 차단과 동시에 팀 공격의 출발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리바운드는 수비리바운드다. 공격리바운드를 잡지 못한다고 해서 질책하는 지도자는 거의 없다. 대신 상대에 공격리바운드를 내주는 걸 경계한다. 상대에 공격리바운드를 빼앗긴 뒤 실점하면 경기 흐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 선수들은 리바운드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넣고 경기에 임한다.
그런데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여전히 결정적인 리바운드 1~2개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리바운드가 중요하다는 걸 모든 선수가 알고 있지만, 극심한 체력부담으로 한 발 덜 뛰는 경우가 있고, 순간적으로 리바운드의 중요성에 대해 망각할 때가 있다는 게 지도자들 설명. 한 관계자는 "수비와 리바운드 중요성을 매번 강조하지만, 막상 승부처에서 실천하는 팀이 강팀이다. 통상적으로 약팀은 승부처에서 리바운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은행은 눈에 띈다. 리바운드 마인드가 대단히 뛰어나다. 1일 신한은행전 연장전서 박혜진의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 2개로 승부를 갈랐다. 73-72로 앞선 연장전 종료 26초전. 우리은행은 하이포스트에서 스크린에 의해 임영희가 완벽한 중거리슛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임영희의 점퍼가 림을 돌아나왔다. 공은 골밑에서 약 2~3m 떨어진 지점에 떨어졌다. 확률적으로 양 팀의 빅맨들이 잡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혼전 중에서 178cm 우리은행 가드 박혜진이 잽싸게 골밑까지 침투, 공격리바운드를 잡았다. 박혜진은 경기종료 9초전에도 스트릭렌이 골밑 슛을 실패하자 또 다시 공격리바운드를 걷어냈다. 이후 박혜진은 윤미지의 반칙작전에 의한 자유투 2개를 성공, 승부를 갈랐다. 승부처서 결정적인 리바운드 1~2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 경기였다. 전 포지션에 걸쳐 신장에서 밀리지 않는 신한은행은 잘 싸워놓고도 박혜진에게 눈 뜨고 당했다.
▲리바운드 훈련의 비밀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우리은행은 리바운드 마인드가 가장 좋은 팀이다. 리바운드를 잡는 훈련이 잘 돼있다"라고 했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선수들의 리바운드 가담 시점이 다른 팀들보다 약간 더 빠르다. 임 감독은 "우리은행 선수들은 상대 혹은 동료가 슛을 던질 타이밍에 재빨리 낙하 예상지점으로 뛰어들어간다. 슛 타이밍을 포착하는 능력이 좋다"라고 했다. 특히 가드 박혜진과 이승아가 공 낙하지점 파악능력이 좋고, 리바운드 가담 타이밍이 아주 빠르다. 신장 열세를 극복하고 적지 않은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곧바로 위협적인 속공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양지희는 "지난 3년간 리바운드 훈련을 엄청나게 했다. 리바운드를 잡는 연습을 하면서 몸싸움도 격투기 수준으로 했다"라고 털어놨다. 평상시에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는 농구선수들이 근육통을 호소하기도 했다는 후문. 그 강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이 된다. 양지희는 "감독님이 경기 후 리바운드 개수를 체크한다. 경기 도중 지고 있을 때에도 항상 리바운드를 강조한다"라고 했다.
리바운드는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경기 중 밥 먹듯 실시하는 박스아웃 역시 의지와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요령이 필요하다. 최연길 칼럼니스트는 지난해 9월 네이버 남자농구 국가대표 특집대담 당시 박스아웃에 대해 "엉덩이로 상대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자세를 낮춰서 상대를 공이 떨어질 지점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이다"라고 분명하게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특히 공격리바운드를 잘 잡는 건 박스아웃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박스아웃 적극성과 이해도가 떨어지는 팀도 많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효과적인 리바운드, 박스아웃 훈련을 꾸준히 해왔다. 이제는 따로 연습을 많이 하지 않고도 실전서 자연스럽게 효과가 나타난다. 한 관계자는 "위성우 감독은 디테일한 사령탑"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디테일한 농구를 실전서 구현하면서 승률을 높여왔다. 그 결과 통합 3연패에 이어 올 시즌에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그 속에 리바운드의 비밀이 투영돼있다.
[우리은행 리바운드 장면(위, 가운데), 우리은행 선수들(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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