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은 뜨겁지만 머리는 차가운, '나잊말' 제작자 정우성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정우성이 후배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연기는 물론 제작까지 도맡았다. 홍보에도 열혈이다. 1인 다역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정우성은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 후, 10년 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정우성)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 지워진 기억보다 소중한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을 그린 감성멜로 영화다. 정우성이 주연배우와 제작을 겸한 작품으로, 정우성이 처음으로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 나섰다.

“선배로서의 부담감이 있는 것 같아요. 후배들을 데리고 헛된 짓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 되잖아요.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관계자들의 평가나 의미부여에 감사해요. 이런 의미가 영화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하고, 또 불러 일으켰으면 좋겠어요. 관계자들이 갖는 의미를 관객에게 강요 할 수 없죠. 영화는 영화 자체로 평가 받아야 하니까요. 의미도 생기고, 관객에게도 나쁘지 않은 영화가 되길 바랄 뿐이에요.”

사실 처음부터 ‘나를 잊지 말아요’ 제작을 고려했던 건 아니다. 역량 있는 신인이라 생각했던 이윤정 감독에게 좋은 제작자를 소개시켜주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제작해보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도 상업적으로 손을 대려 했다. 이에 정우성이 ‘나를 잊지 말아요’ 제작에 직접 뛰어들었다. ‘나를 잊지 말아요’를 온전히 지켜내고 싶었기 때문. 여기에 ‘감히’ 정우성에게 출연 제의를 하지 못하겠다는 이윤정 감독의 말에 직접 출연까지 결심했다.

“단지 신인 감독이기 때문에 출연하게 된 건 아니에요. 신인들끼리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요. 살아남을 수 있는 재기발랄함이 있어야 하죠.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도 다르고요. 선배로서 후배에게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잘할 수 있어서 하는 건지 빨리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봐요. 이윤정 감독이 현장에서 제일 보기 싫은 사람이 저일 수도 있을 걸요. (웃음)”

정우성은 이윤정 감독에게 냉철한 제작자였다. 웃거나 칭찬을 많이 해주는 편도 아니었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았다. 감독이라면 그런 부분을 이미 공부한 후 촬영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 회차 때문에 시간도 부족할 뿐더러 감독이 미진하면 다른 사람들 모두가 고생하기 때문. 이에 신인 감독인 점을 고려해 먼저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이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유도했다.

“저희가 감성적 직업이잖아요. 감성은 감정에 치우질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일이죠. 제작 과정이 굉장히 냉철하고 이성적어야 하고요. 이성적 판단 하에 풍부한 감정을 집어넣어야 하죠. 특히 감독과 배우, 감독과 프로듀서, 감독과 제작자 이런 사람들은 풍부한 감정을 이야기하지만 감성에 치우쳐서는 안 돼요. 프로듀서와 제작자는 풍부한 감성을 투영하고자 하는 감독을 이성적으로 제어해줘야 하는 역할이죠.”

정우성은 이런 역할들이 진짜 선배가 해야 할 책임 있는 자세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스스로 책임 있는 선배로서,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싶었다.

“한국 영화는 마이너와 메이저가 나눠져 있지 않아요. 마이너는 메이저로 들어오기 전 리스크가 적은 영화를 운영하며 새로운 기성세대들이 시도하지 않은 아이템을 만들고 새로운 장르, 영화를 만드는 하나의 판이라고 할 수 있죠. 마이너에서 숙련을 하고 메이저로 왔을 때 메이저 영화의 수준도 올라가고, 미숙한 부분으로 인한 누수도 없어질 것이라 생각해요. 영화를 하는 제작자 선배들이 재능 있는 후배들에게 이건 얼마짜리 버짓의 영화이고 어떤 관객들에게 어울리는지 조언해줘야 더 풍성하고 건강하고 고급화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서 부족한 점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어요.”

하지만 굳이,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은 일들을,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실행으로 옮기기엔 쉽지 않은 일들을 왜 정우성이 하게 된 걸까. 그는 자신의 경험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왜냐하면 제가 영화를 통해 얻은 게 많기 때문이에요. 함께 하는 친구와 동료, 후배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눠줄 수 있는 여력이 될 때 힘을 나눠야지, 나눌 수 있는 힘이 없는데 나눠주겠다고 하면 민폐가 될 수 있거든요. (웃음).”

[배우 정우성.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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