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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신한은행이 완전히 망가졌다.
10일 삼성생명과의 홈 경기는 역대 최악이었다. 프로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의 민망한 경기력이었다. 전반전에 단 14점에 그쳤고, 49-77로 대패했다. 결국 창단 첫 6연패와 동시에 5위로 추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신한은행은 3라운드까지 평균 63.7득점으로 득점 4위, 평균 64.7실점으로 실점 3위였다. 그러나 6연패 기간 평균 60득점에 69.2실점했다. 이 기간 리그에서 가장 적은 득점과 많은 실점을 했다. 신한은행은 올 시즌 저조한 공격력을 빼어난 수비력으로 만회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수밸런스를 완벽히 잃어버렸다. 우리은행의 대항마라는 시즌 전 평가가 무색하다.
5위로 떨어졌지만, 2위 그룹이 물고 물리는 접전 중이라 플레이오프 탈락을 걱정할 때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경기력은 플레이오프 탈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다. 농구계에서는 선수들의 무기력함과 정인교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위기대처능력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최윤아와 커리 악재
신한은행은 통합 6연패를 차지했던 팀이다. 현재 주축멤버 최윤아, 김단비, 하은주는 영광을 함께했던 선수들. 그러나 당시의 후유증으로 최근 수년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이들의 몸 관리에 정성을 들였다. 하은주와 최윤아는 작년 비 시즌 간단한 무릎 시술을 받았다. 그 결과 올 시즌 하은주는 데뷔 후 가장 좋은 몸 상태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김단비는 고질적인 무릎 통증이 있고,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건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최윤아다. 무릎 상태에 차도가 없다. 시즌 중반까지 결장했고, 복귀 이후에도 예전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날카로운 패스 감각은 살아있지만, 활동량이 예전만 못해 상대의 강력한 수비를 버거워한다. 자신의 마크맨을 확실히 제치지 못하고 슛 밸런스도 깨졌다. 1차적으로 여기서 팀 공격밸런스가 흔들린다.
중요한 건 신한은행 자체적으로 최윤아의 경기력 하락을 전혀 메워내지 못한다는 점. 가드 김규희와 윤미지는 수비력은 괜찮지만, 슈팅력, 경기운영능력이 부족하다. 저연차들의 기량 정체는 한국 여자농구의 고민이다. 한 농구관계자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지도자들도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결국 가드진이 약화되면서 김단비 모니크 커리 신정자 곽주영, 마케이샤 게이틀링 등 높이와 득점력을 갖춘 포워드들의 역량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개개인의 기량은 뛰어나지만, 그 기량이 전력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오지 않아야 할 어이 없는 실책이 나오면서 승부처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공격이 어려움을 겪자 볼 소유욕이 높은 커리의 독단적인 플레이도 자주 나온다. 커리는 탁월한 득점력을 갖췄지만, 기복도 있다. 최근 신한은행을 상대하는 팀들은 기본적으로 커리에게 극단적인 더블팀을 들어간다. 커리와 국내선수들은 이를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의 경기를 보면 조직적인 공격보다는 사분오열된 느낌이 강하다.
▲약화된 수비력
가드진 약화와 잦은 실책으로 인한 공격력 하락은 신한은행이 시즌 초부터 안고 있었던 문제다. 최근 6연패는 공격력 문제에 수비조직력 붕괴까지 겹친 결과다. 6연패 기간 신한은행의 수비력은 완전히 무너졌다.
일단 김단비와 김규희는 대인마크 능력이 좋다. 그러나 조직적인 수비에선 약점이 있다. 이 부분에선 정 감독의 시즌 전 대처능력이 좋았다. 신한은행은 모니크 커리와 하은주를 동시에 투입, 2-3, 3-2 지역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완성도가 꽤 높다. 타 구단 한 감독도 "위력적이다"라고 인정했다. 커리의 1대1 수비력이 약하고, 하은주의 수비범위가 좁으며, 국내선수들의 좋지 않은 몸 상태 때문에 가동하는 지역방어가 승부처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승수를 챙긴 경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방어도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10일 삼성생명전서도 하이포스트 볼 투입을 막지 못했고, 외곽에서 빠른 패스게임에 의한 3점포를 맞고 무너졌다. 시즌 초반에 비해 신한은행 지역방어에 대한 타 팀의 적응력은 상당히 좋아졌다. 반면 신한은행은 장기연패에 빠지면서 선수들의 움직임 자체가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삼성생명전의 경우 기본적인 맨투맨 수비, 2대2 수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초반부터 국내선수들과 키아 스톡스가 활발하게 2대2 공격을 했으나 신한은행 선수들은 스크린에 걸린 뒤 어정쩡한 움직임으로 연속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스크린에 걸린 선수가 드리블러를 끝까지 압박하거나 나머지 선수들의 전투적인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헷지나 스위치, 조직적인 로테이션 등이 실종됐다)공격이 너무 풀리지 않으면서 수비 의욕도 상당히 떨어졌다.
정인교 감독은 "내 책임이 크다.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라고 했다.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플레이오프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 정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신한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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