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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
이런 말을 하는 유연석이라니, 쉽사리 연상되지 않지만 영화 ‘그날의 분위기’를 보면 유연석이 정말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듯 싶다. 능글능글한 캐릭터를 그에게 꼭 맞는 옷처럼 표현해 낸 것.
영화 ‘그날의 분위기’는 KTX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안 하는 거 참 많은’ 철벽녀와 ‘맘만 먹으면 다 되는’ 맹공남이 하룻밤을 걸고 벌이는 밀당 연애담을 그린 영화로 문채원이 철벽녀 수정, 유연석이 맹공남 재현 역을 맡았다.
“재현이 이성에게 보자마자 들이대고, 어떻게 보면 여성을 희롱한다고 할 수 있는 과감한 대사들을 던지는데 그런 부분들은 제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행동이에요. 이런 게 다르기는 하지만, 저에게도 재현과도 같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안에 능청스러운 부분도 있을 거고요. 제 안에 잠재돼 있는 작은 부분을 확대, 발전 시켜서 연기할 때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메가폰을 잡은 조규장 감독은 재현 역을 캐스팅하며 막무가내로 들이대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이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바람둥이 보다는 진득한 사랑을 할 것 같은 느낌의 배우를 원했다.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이 바로 유연석이었다.
“‘연애의 목적’을 봤을 때 박해일 선배가 강혜정 선배에게 치근덕대지만 사랑스럽고 귀엽고 매력적이잖아요. 저도 그런 느낌이면 어떨까 싶었어요. 말도 안 되는 작업을 걸어대지만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그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죠.”
사실 ‘그날의 분위기’에서 분위기를 만든 건 유연석이다. 영화를 본 여성 관객들이 마음을 뺐길 만한 신들이 유연석의 아이디어에서 탄생됐다. 가령 비가 오는 정자에서 수정에게 다리 마사지를 해주는데 한쪽 어깨가 비에 젖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른 채 마사지에 집중한다든지, 수정이 마실 우유에 빨대를 꽃아 놓으면서도 빨대 윗부분의 비닐은 남겨 놓는다든지 여성의 마음을 헤아린 심쿵 포인트들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유연석이었다. 마지막에 수정이 재현에게 말하는 임팩트 있는 대사도 유연석의 아이디어였다.
“뭔가 둘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 신이 필요한 것 같았어요. 자연스러운 밀착감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수정이 생각했을 때 조금 더 설득력이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결국 그런 모습에 마음이 가고, 그날의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아이디어를 냈어요. 여성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감동하는 부분들이 큰 게 아니더라고요.”
이처럼 재현을 그리고 재현과 수정의 관계를 더욱 탁월하게 표현해내긴 했지만 재현과 유연석은 달라도 너무 다른 인물. 그가 아이디어를 냈던 신들도 직접 경험해 본 일은 아니라고. 여기에 돌직구 작업멘트부터 과하다 싶은 들이댐까지, 여러모로 유연석과는 딴판이었다.
“들이대는 작업 멘트, 성담론이 많은데 사실 그런 게 익숙하지 않았어요. 그런 대사를 많이 해 본 적도 없고요. 감독님께서 아무렇지 않게, 마치 예전에 항상 해왔던 것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처음에 나온 신들은 어느 정도 다른 신들을 찍고 나서 촬영한 덕분에 조금 편해졌어요. 촬영을 하다 보니 좀 익숙해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런 대사를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카메라가 꺼져도 농담 삼아 하고 그랬죠. (웃음)”
‘그날의 분위기’에서 유연석의 농익은 대사와 들이댐만큼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문채원과의 키스신이다. 15세관람가인 ‘그날의 분위기’인 만큼 적정 수위를 유지하지만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만큼 강한 인상을 안기는 신이기도 하다. 진한 키스신이 언급되자 유연석은 ‘키스신 그 이상을 상상하도록 만들기 위해 계획된 신’이라고 설명했다.
“저희 영화가 15세 관람가라 키스신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기는 힘들었어요. 키스신을 보고 그 이상을 상상해야 하기 때문에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계획된 키스신이었죠. 채원 씨와 이야기를 해 각도라든지 이런 것들을 설정했던 키스신이었어요. 키스신이 참 어려운 게 관객이 느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하려면 계산이 잘 돼 있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배우들만 만족하는 키스신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동안 유연석은 ‘응답하라1944’라는 히트작을 내놨다. 여기에 최근 출연 중인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스크린에서는 자신이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 폭발적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기도 할 터였다.
“이번 작품이 잘 되면 좋겠죠. 하지만 어떤 배우도 흥행이 활동을 하는 기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점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도, 흥행만 좇아서 되는 것도 아니고요. 하고 싶은 캐릭터와 작품을 하다 보면 잘 되는 작품도, 아쉬운 작품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분명히 관객 분들이 사랑해주는 작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이 그랬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해요.”
[배우 유연석.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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